[비즈한국] 코로나19 사태가 좀처럼 진정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2019년 12월 8일 중국에서 원인 불명의 환자가 발생한 이후 1년이 지났지만 전 세계가 여전히 신음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하루 확진자가 950~1200명에 이르며 ‘3차 대유행’이 다시 시작됐다. 국내 무증상 환자 비율은 9월 38.3%에서 12월 33.8%로 다소 감소했지만,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감염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두려움은 여전하다.
기침과 발열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도 없고 확진자와의 역학적 연관성도 없었지만 기자가 코로나19 검사를 받아보기로 결심한 이유다. 그 중에서도 새롭게 도입된 ‘신속항원검사’를 받아보고 싶었다. 신속항원검사는 14일부터 수도권에 설치된 임시 선별진료소를 중심으로 새롭게 추가된 검사법이다. 30분 만에 검사 결과가 나온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기존엔 콧속에 면봉을 넣어 검체를 채취해 48시간 이내에 결과를 알려주는 ‘PCR 검사(비인두도말 유전자증폭 검사법)’만 시행했다. 원하면 누구나 무료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된 첫날, 임시 선별진료소를 찾아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신속항원검사를 받다
14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역 광장 앞 임시 선별진료소에는 멀리서 보기에도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이날 체감온도는 영하 10도. 칼바람 속에서도 20~30명 정도가 패딩 모자를 눌러쓰거나 주머니에 손을 넣고 코로나19 검사를 기다렸다. 현장에 있던 자원봉사자가 “간격을 유지해달라”며 연신 주의를 줘서일까. 대기줄 길이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서울 중구 보건소 건강관리과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서울역 광장에 설치된 임시 선별진료소에서만 732건의 검사가 이뤄졌다.
1월 3일까지 ‘집중 검사 기간’으로 선정돼 수도권 150여 곳에 설치된 임시 선별진료소를 통해 누구나 무료 선제검사를 할 수 있게 된 첫날, 각양각색의 시민들이 이곳을 찾았다. 서울에선 서울역 광장·종로 탑골공원 앞·용산역 등 14개 임시 선별진료소가 마련됐고 15일 21개, 16일 13개 등 순차적으로 개소된다. 이날 오전 서울역 광장을 찾은 회사원 A 씨는 “남자친구가 미군 부대에서 일하는데 코로나 확진이 되면 (휴가 등) 제한이 생긴다고 들었다. 서울에 살진 않는데 확진자가 갑자기 많아지는 상황이라 대비하자는 차원에서 왔다”고 말했다. 서울역 노숙인으로 보이는 사람도 줄 서 있었는데 선별진료소 찾은 이유에 관해 묻자 그저 웃어 보였다.
30분 정도 기다린 후 시민들은 전화번호·나이·성별 등이 적힌 ‘코로나19 검사 설문지’를 작성한 후 직원과 기존의 PCR 검사와 새로 도입된 신속항원검사·타액 PCR 검사(침으로 검체를 채취) 중 어떤 검사를 할지 정했다. 당초 “PCR 검사를 권장하지만 시민이 원하는 검사를 할 수 있다”고 알려졌지만, 현장에서 신속항원검사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기자가 “약속이 많아 신속항원검사를 원한다”고 하자 직원은 “신속항원검사는 안 된다. 진단키트가 부족해서 오전에도 1~2명 정도밖에 못 했다”고 했다. 기자 앞에 선 다른 시민들도 “2번(신속항원검사)은 안 되고 다른 검사 중에 고르라고 한다”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 PCR 검사라도 하겠다고 하고 대기하다 신속항원검사를 받게 된 건 뜻밖이었다. 선별진료소 안에서 직원들은 PCR 검사·타액 PCR 검사를 기다리는 시민과 신속항원검사를 대기하는 시민들을 따로 분류해 줄을 세웠는데, 신속항원검사를 대기하던 시민 두 명이 “신속항원검사를 받기까지 대기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며 PCR 검사 줄로 이동한 것. 이들에게 “어떤 이유를 대며 신속항원검사를 받겠다고 했느냐”고 묻자 “시청에서 근무하는 직원”이라고 했다.
10분가량 대기한 후 우여곡절 끝에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다. 두꺼운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조금 불편할 수 있습니다”는 말과 함께 면봉을 코 안 깊숙이 넣었다. PCR 검사와 검체 채취 방법은 같다. 순간 면봉이 눈이나 입으로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스쳤다. 5초가량이 지난 후 직원은 “끝났다. 주변에서 대기하다 30분 후에 오라”고 말했다. ‘코에 바닷물이 들어갔을 때 같은 매운 느낌’이라는 후기를 봐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생각보단 싱거웠다.
검체를 검사실로 보내 검사해 각각 48시간과 24시간 후 결과가 나오는 PCR 검사, 타액 PCR 검사와 달리 신속항원검사는 현장에서 바로 신속키트를 이용해 검사해 결과가 곧바로 나온다. 30분만 기다리면 된다. 디바이스에는 결과의 유효성을 나타내는 C,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나타내는 T가 있다. C와 T 모두에 선이 나타나면 ‘양성’이다. 임신테스트기 작동 방식과 비슷하다. 서울역 인근에서 코로나19가 아니길 기도하다 마주한 결과는 다행히 ‘정상(음성)’이었다.
#정치권에서도 논의 활활…보건당국 “숨은 감염원 찾아내는 게 당면한 과제”
의료계 안팎에서는 신속항원검사는 정확도가 낮아 현장에 혼선만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허가를 받은 신속항원검사 진단키트는 SD바이오센서 제품 하나인데 이 제품의 민감도는 90%, 특이도는 96%다. 민감도는 양성을 양성으로 판단하는 확률, 특이도는 음성을 음성으로 판단하는 확률로 둘을 합쳐 정확도를 판단한다. 즉 양성인데도 음성으로 나올 확률이 10%, 음성인데 양성으로 판단될 확률이 4%라는 말이다. PCR 검사의 민감도와 특이도는 98% 이상으로 알려졌다. 의료계에선 음성 결과를 받고 지역사회를 돌아다녔는데 알고 보니 양성일 가능성이 있는 데다, 신속항원검사로 양성 판단을 받은 환자는 다시 PCR 검사를 거쳐야 하는데 그동안 격리할 체계가 마땅치 않다고 지적한다.
현장에서도 몇 가지 문제점이 발견됐다. 신속항원검사 진단키트를 국내 허가받은 SD바이오센서 측은 “30분 이후 결과는 신뢰하지 않는다”고 명시한다. 그러나 선별진료소에선 굳이 시간을 확인하지 않는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격리하는 별도 시설도 없다. 국내 보건당국은 3차 대유행 상황에서 검사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며 결과를 빨리 받길 원하거나 다른 검사를 받지 못하는 시민이 신속항원검사를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현장에선 혼란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무증상 환자에게는 모두 신속항원검사를 받도록 하는 선별진료소도 있고, 그냥 ‘안 된다’고 잘라 말하는 곳도 있다.
이에 대해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PCR 검사를 바로 사용하지 못하는 응급 상황 등에서 유용하게 쓰일 거라 판단해 신속항원검사를 도입했다”며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검사자가 신속하게 검사를 확인하고 싶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려 한다. 각 임시 선별진료소에는 국비로 운영비가 교부될 예정인데 그전까지 초기 물량 구매가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해 주말 사이 100키트를 배포했다. 초도 물량은 중앙에서 공급하고 지자체별로 각각 구매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신속항원검사의 자가 검사를 둘러싼 논의가 시작됐다. 14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 누구나 손쉽게 신속진단키트로 자가 검사를 하는 방안을 논의할 시기가 됐다”며 현재 의료인만 검체를 채취할 수 있도록 규정한 의료법 개정을 논의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꺼냈다. 그러나 의료계는 비현실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개인이 비인두까지 면봉을 넣어 검체를 채취해야 하다보니 안전성과 정확성 면에서 우려된다는 이유다.
보건당국은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들과, 여러 감염원을 통한 n차 감염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숨은 감염자’를 찾아내는 게 당장의 과제라는 입장이다. 정은경 본부장은 “임시 선별진료소의 목적은 검사 접근성을 높여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다.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격리 등 강제적인 조치를 강화하면 접근성이 낮아질 수 있어 운영하면서 해당 사안을 검토해보려 한다”며 “선별진료소에서 검사 후에도 가급적이면 자가 격리하고 마스크 착용과 개인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김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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