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 비행기는 ‘목적지 없는 무착륙 국제관광비행’ 제주항공 388편입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을 나섰다. 여객기에 오르니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후쿠오카 상공을 지나 두 시간, 다시 땅을 밟았다. 인천국제공항이었다. 양손에는 면세점 쇼핑백이 들렸다.
제주항공이 12일 11시 국내 최초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을 개시했다.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한 ‘제주항공 388편’은 후쿠오카 상공을 선회해 2시간 10분 만에 다시 인천공항에 돌아왔다. 탑승 전 면세 쇼핑을 마친 관광객은 양손에 쇼핑백을 들고 입국장을 빠져나왔다. 총 189좌석인 이 비행기에는 이날 62명이 탑승했다. 비즈한국이 ‘제주항공 388편 ’에 탑승해 국내 최초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을 체험했다.
국제관광비행 탑승권 예매 방법은 국제선 비행편과 동일하다. 홈페이지와 모바일을 통해 예약할 수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예매해야 할 출발지와 도착지가 모두 인천으로 같다는 점이었다. 이날 제주항공 국제관광비행 탑승권은 항공 운임 17만 원과 공항시설사용료 2만 8000원을 포함해 총 19만 8000원으로 책정됐다. 좌석은 탑승 수속 시 선착순으로 배정돼 선택이 불가했다. 첫 국제관광비행 탑승권임에도 탑승권은 출항 전일까지 예매가 가능했다.
항공료를 두고는 다소 비싸다는 평이 있었다. 70대 탑승자 A 씨는 “일본 오사카를 자주 오간다. 저가 항공사 기준으로 이 구간 항공료가 왕복 15만 원 수준인데, 착륙 없이 후쿠오카를 회항하는 데 20만 원이 드는 것은 비싼 감이 있다. 에어부산이 19일부터 최저 9만 9000원으로 국제관광비행을 시작하는데 그 정도 가격이 합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30대 탑승자 B 씨도 “코로나19 이전에 20만 원대 항공료로 일본을 다녀왔다. 무착륙 비행이 그만큼 비쌀 이유가 있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인천공항은 국제관광비행 탑승자와 일반 입·출국자 공간을 나눴다. 국제관광비행 탑승자 전용주차구역을 제1여객터미널 동편에 마련했고, 항공사는 해외 입국자가 탑승하는 리무진 버스를 이용할 수 없다고 안내했다. 출국장은 인천공항 6개 출국장 중 3번 출국장 한 곳을, 입국장은 동편 A 입국장만 이용할 수 있었다. 승객들이 대기하는 탑승구 일대는 일반 입·출국자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안내 팻말을 세웠다.
외국 영공을 지나기 때문에 일반 국제선 비행편과 같은 출국 절차도 거쳤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탑승자는 제1여객터미널 3층 동편에 마련된 현장 발권 카운터에서 체온을 재고 탑승 수속을 했다. 수속 시간은 8시부터 10시까지였는데 탑승객이 적어 혼잡을 빚지는 않았다. 수속을 마친 탑승객에게는 국제관광비행 탑승자임을 알리는 비표와 탑승권을 줬다. 일반 입·출국자와 국제관광비행 탑승자를 구분짓는 표시다. 비표를 목에 걸고 출국장 보안검색과 출국심사를 통과해 면세구역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면세점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오가는 사람 대부분은 면세점과 인천국제공항공사, 항공사 직원이었다. 손님을 기다리거나 이번 국제관광비행 절차를 관리하는 인력이다. 간간이 외국인 등 해외 출국자와 국제관광비행 탑승자가 보일 뿐이었다. 이날 면세점은 체온 측정과 인원을 제한해 국제관광비행 탑승자를 상점으로 들였는데, 한 명이 면세점에 들어서면 직원 수십 명의 이목이 쏠렸다.
이날 출국장 면세점에서는 그간의 어려움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한 면세점의 주류 판매 직원은 “방금 손님이 사간 제품이 올 초 국내 면세점 한정판으로 나왔는데 지금까지 재고가 쌓여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손님이 많을 때는 30~40명, 적을 때는 한 명도 없을 때가 있다. 면세점 제품 홍보가 많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출발 시간이 다가오자 탑승구에 사람이 모이기 시작했다. 대부분 면세점 쇼핑백을 들고 있었다. 기내용 캐리어를 가져와 면세품을 나눠 담는 모습도 보였다. 늘어난 짐을 편하게 옮길 도구를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관광비행 여객기는 수하물 위탁을 받지 않는다. 인천본부세관에 따르면 이날 제주항공 국제관광비행 탑승객 약 30%는 면세한도인 600달러를 초과해 스스로 세관에 신고했다.
30대 탑승객 C 씨는 “면세한도인 600달러를 초과한 제품을 사서 세관에 신고했다. 항공권까지 따지면 백화점에서 사는 것과 비슷한 가격이지만 항공업이나 면세업계를 살린다는 취지에 공감해 오게 됐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남에도 취소수수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오게 됐는데 일반 출입국자와 공간 분리도 잘 돼있고, 탑승객이 방역수칙도 잘 지켜 만족하고 돌아간다”고 말했다.
정부는 11월 국제관광비행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국제관광비행 탑승자에게 일반 해외여행객 수준인 600달러(술, 담배, 향수 별도)까지 면세혜택을 주기로 했다. 면세한도 초과분을 자진신고하면 15만원 한도 내에서 관세의 30%를 감면한다.
운항 중 기내에서는 몇 가지 이벤트가 펼쳐졌다. 승무원이 직접 준비한 마술공연을 시작으로 승무원과의 ‘일 대 다 가위바위보 게임’과 제비뽑기로 경품을 증정했다. 이날 경품으로는 50만 원 상당의 신세계조선호텔 이용권과 신세계 상품권, 스타벅스 기프티콘 등이 제공됐다. 승무원이 공연을 마무리 짓거나 질문을 던질 때마다 승객들은 육성 대신 박수와 손짓으로 응답했다.
기내에서는 항공업계의 어려움도 엿볼 수 있었다. 경품 추첨에 앞서 한 승무원은 “오늘 항공사 최초로 인천공항 무착륙 국제관광비행 첫 편을 함께하게 됐다. 코로나 직전에는 한 달에 수십 번 인천공항을 다녔는데, 오늘 10개월 만에 인천공항에 오게 됐다”며 “늘 오던 곳인데도 오랜만에 오니까 기분이 이상하다. 착륙지가 없는 비행을 온 것도 처음이다. 너무 즐겁고 특이한 경험이다. 모두 기억에 남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입국절차는 동편 전용 입국장을 통해 이뤄졌다. 입국심사는 빨리 이뤄졌지만, 인천본관세관이 탑승자 세관 신고 내용을 전수 조사하면서 공항을 빠져나가는 데 시간이 지체됐다. 세관에 따르면 면세 한도 초과분을 신고하지 않아 적발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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