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해 7월 일본 정부의 우리나라 수출 통제 조치에 대한 반발로 국내에서 발생한 일본제품 불매운동 이른 바 ‘노재팬 운동’의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일본 본사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일본산 보이콧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망언과 위안부 모독 광고 논란까지 더해지며 노재팬 운동에 기름을 부은 유니클로의 경우 적자로 인해 한국 매장 철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산 수입차와 맥주 등 일부 품목에서는 미약하게나마 회복 조짐이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노재팬 운동 직전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올 8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의 소비자행태조사 결과 소비자 4명 중 3명은 여전히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노재팬 운동의 기세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일본은 한국이 가장 많은 무역 적자를 기록하는 나라다. 올해 일본과의 무역수지 적자폭은 지난 2003년 이후 가장 많이 축소될 전망이다.
대 일본 수입 감소폭이 수출 폭을 크게 상회했기 때문이다. 일본제 불매 운동 이른 바 노재팬 확산에 따른 소비재 수입 감소와 삼성전자 등이 시설 투자를 조절하면서 일본산에 상당 의존하던 반도체 부품·장비 수입을 줄였다. 여기에 국제유가 하락 장기화로 일본산 석유화학 제품 수입액이 감소하는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맞물려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10월 말까지 대 일본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163억 6600만 달러다. 지난해 같은 기간(206억 1400만 달러)보다 20.6% 급감했다. 역대 1∼10월 기준으로 따지면 2003년 155억 6600만 달러 이후 최소 대일 무역적자 폭이다.
올 10월까지 대일 누적 수출액은 237억 46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 줄었다. 반면 누적 수입액은 401억 1100만 달러로 같은 기간에 비해 12.8%나 감소했다. 올해 일본산 수입 감소율은 2015년(14.7%)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추세라면 역시 2003년 190억 3700만 달러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대일 무역적자가 200억 달러를 밑돌 전망이다. 역대 대일 무역적자 최고치는 지난 2010년 361억 2000만 달러였다.
노재팬 운동 대상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제조·유통 일괄(SPA) 1위 유니클로의 경우 폐점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 말 186개였던 유니클로 전국 매장 수는 올해 8월 31일 기준 163개로 줄었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한국 유니클로는 지난해 9월 1일부터 지난 8월 31일까지 국내에서 884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직전 1994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점과 비교하면 차이는 확연하다. 거센 노재팬 운동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한국 유니클로의 상징으로 통했던 명동중앙점도 더 이상의 적자를 버티지 못하고 내년 1월 31일 폐점한다. 명동중앙점은 4개층 3729.1㎡(약 1128평) 규모로 지난 2011년 개장했다. 에프알엘코리아는 이달 서울 롯데피트인동대문점, 명일점, 부산 사상점, 대전 대덕점을 폐점한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코로나19와 외교 이슈 등 외부 요인을 고려해 적자 매장에 대해선 앞으로도 정리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일본 SPA 브랜드인 니코앤드는 연말까지 한국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국내 수입자동차 시장에서 일본 브랜드는 일부 회복세 조짐을 보이지만 여전히 노재팬 운동 이전 수준에 비해 미약한 수준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11월까지 수입차 누적 판매량은 24만 3440대로 전년 동기보다 13.4% 증가하면서 지난해 연간 판매량 24만 4780대에 육박했다.
같은 기간 전체 일본 브랜드의 판매는 1만 8250대로 지난해에 비해 44.7%나 급감했다. 일본 브랜드의 점유율도 15.4%에서 7.5%로 떨어졌다. 일본 브랜드별로 렉서스는 판매가 33.6%, 토요타는 41.4% 줄었고 혼다의 판매량은 63.8% 축소됐다. 한국시장 철수를 선언한 닛산과 인피니티는 각각 69%, 31.6% 줄었다.
관세청과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일본산 맥주 수입액은 판촉행사 강화에 힘입어 37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873.7% 늘었다. 일본 맥주 수입업체들이 손해를 감내하고 판촉행사 강화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아직 일본산 맥주 수입 규모는 불매운동 이전 수준에 비해 미약한 수준이다. 여전히 노재팬 운동 전인 2년 전 2018년 10월 772만 6000 달러와 비교하면 불과 4.8%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반도체 업황이 회복될 경우 대일 무역적자는 증가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지만 대일 무역환경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단기간 내에 고질적인 대일 무역적자의 흐름이 바뀌기는 어렵겠지만 차분한 대응으로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면 적자 개선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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