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전동 킥보드를 둘러싼 규제가 온탕과 냉탕을 오가고 있다. 연령제한 하향 등의 규제 완화 발표 이후 각종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자 지방자치단체와 관할 부처가 성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업체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다시 규제 강화에 나섰다. 공유 PM(개인형 이동장치) 업체들은 일단 어쩔 수 없이 따르겠다는 분위기지만 계속되는 혼선에 불만의 목소리도 감지된다.
그동안 전동킥보드는 별다른 규정이 없어서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돼 △차도 통행 △이륜자동차용 안전모 착용 등 원동기장치자전거와 같은 규제를 받았다. 하지만 이 규제가 오히려 이용자 안전을 위협하고 신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비판에 직면했고, 지난 5월에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전동킥보드 등의 PM은 시속 25km/h 이하, 차체 중량 30kg 미만인 원동기장치자전거로 새롭게 정의됐다. 또 △PM의 자전거도로 통행 허용 △전기자전거와 동일한 통행 방법 및 운전자의 의무를 적용 △운전면허증 없이 이용 가능 △만 13세 미만 이용 불가(기존은 만 16세 미만) 등으로 관련 규제 대부분이 완화됐다.
규제 대폭 완화로 시장성이 확보된 업체들은 무서운 속도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2018년 서울시 전체에 150대에 불과했던 전동킥보드는 올해 9월 기준 3만 5850여 대로 늘었다. 서울시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운행 대수가 급증하면서 각종 안전 문제가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10월까지 PM 관련 사고는 688건으로, 2019년 전체 사고 발생 수(447건)을 이미 넘어섰다. 아무 곳에나 주차된 전동킥보드가 시민들의 보행을 방해하고 안전을 위협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전동킥보드 관련 민원이 증가하고 여론은 부정적으로 변했다.
이에 지방자치단체 및 정부 관할 부처가 업체들과 손잡고 문제 해결에 나섰다. 지난 9월에는 서울시와 16개 공유 PM 업체가 주차 기준과 이용 질서에 관한 규정에 대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관련 업체들은 이 협약에 따라 주차 권장 및 제한 구역에 대한 알림을 이용자들에게 제공해야 하며, 이용자들은 기기 반납 시 주차 장소와 상태를 촬영해 업체에 제출해야 한다.
최근 서울시는 지자체 최초로 주정차 위반 전동킥보드에 대해 견인비를 부과하는 조례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 안건은 현재 시의회에 상정됐으며 17일 정례회에서 의결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만약 개정이 의결되면 2021년 1월 1일 시행된다.
서울시는 견인비 부과 주체를 사용자가 아닌 공유 PM 업체로 봤다. 다만 대부분 업체가 약관을 통해 서비스 이용 중 회원의 위법 행위를 통해 부과된 벌금 및 과태료는 회원 본인이 직접 부담하도록 한다. PM 공유 서비스 ‘킥고잉’은 선제적으로 약관을 개정해 과태료에 관한 소비자 책임 조항에 ‘불법 주차’를 추가했다.
이용 연령도 이미 업체 자체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국토교통부는 11월 30일 PM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 공유 PM 업체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서 공유 PM 이용자들의 대여 나이를 만 18세 이상으로 높였다. 다만 만 16~17세라도 원동기면허 소지자는 대여를 허용한다. 경찰은 전동킥보드 사용자의 음주운전, 신호 위반, 안전모 미착용, 2인 탑승 행위 등에 대해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러한 업체들의 자구책에도 불구하고 이용 연령 제한은 관련법 개정을 통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3일 사용자 나이와 상관없이 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 이상 운전면허증 소지자만 전동킥보드 이용을 허용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의결해서다. 법제사법위원회, 국회 본회의 의결 및 유예기간 등을 고려하면 실제 시행일은 2021년 4월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공유 전동킥보드 기업 연합’은 “이 개정안에 따르면 만 18세가 넘는 사용자들은 오는 10일부터 4개월 동안은 무면허 이용자가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지만, 그 이후에는 안 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시민들과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연합은 이어 “기업들은 이미 국토부와의 협의로 이용 연령을 상향 조정했다. 아직 시행도 되지 않은 법을 다시 개정하는 것이 공익 차원에서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며 법과 제도에 대한 신뢰까지 사라질 것이 우려스럽다”며 “법의 보완이 필요하다면 도로교통법 개정이 아닌 모든 PM을 하나의 교통수단으로 인정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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