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땅을 범 현대가 기업인 현대건설기계가 매입한 사실이 비즈한국 취재결과 뒤늦게 확인됐다. 매매가가 공시지가의 5.5배에 달하는 데다 이 토지가 매입 후 2년 가까이 활용되지 않아 매입 배경에 의문이 제기된다.
2019년 2월 18일 현대건설기계는 경기도 용인시 마북동 일대 4필지(4만 285㎡, 1만 2186.21평)와 건물 2개를 KCC로부터 282억 8550만 원에 매입했다. 현대건설기계는 이 땅과 건물에 2020년 11월 26일 ‘기술혁신센터’를 준공해 사용하고 있다.
같은 날, 현대건설기계는 KCC 부지 인근 임야 1필지(11122㎡, 3364.40평)도 19억 6750만 원에 매입했다. 기술혁신센터 바로 옆 이 임야는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2001년 12월 1일 매입해 소유하다 현대건설기계에 매각했다.
해당 임야의 공시지가는 2019년 기준 3억 4255만 7600원(㎡당 3만 800원)이다. 현대건설기계가 공시지가의 약 5.5배 가격으로 매입한 셈이다. 현대건설기계가 같은 날 KCC로부터 매입한 토지의 매매가는 공시지가의 2배가 넘지 않는다.
현대건설기계의 기술혁신센터가 준공된 마북동 4필지는 정상영 명예회장이 2001년 12월 1일부터 소유하다가 2010년 9월 6일에 지하 1층~지상 1층(연면적 501㎡, 151.59평) 건물 1채와 함께 193억 3248만 6500원에 KCC에 매각한 곳이다. 이후 KCC가 소유하다가 4필지 및 기존 건물과 새로 지은 지상1층 건물(연면적 140.85㎡, 42.60평)을 포함해 2019년 2월 18일 현대건설기계에게 282억 8550만 원에 매각했다.
4필지 중 2필지는 대지, 1필지는 임야, 1필지는 잡종지다. 오래된 건물은 현대건설기계가 2019년 11월 5일 멸실 신고한 것으로 보아 기술혁신센터를 짓기 위해 허문 것으로 보인다. 기존 건물의 재산 가치는 매입 시 크게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토지 4필지의 2019년 공시지가를 합하면 160억 1201만 9600원이다. 연면적140.85㎡로 신축된 지상 1층 건물이 함께 매매되었지만, 전체 매매가격은 토지 공시지가의 2배를 넘지 않는다.
현대건설기계가 정상영 명예회장에게 매입한 토지는 임야이나 국토교통부 토지이용계획에 따르면 4층 이하 공장을 지을 수 있는 자연녹지지역이다. 하지만 아직 개발에 들어가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당장 필요하지 않은 땅을 매입한 배경에 의문이 제기된다.
현대건설기계는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로,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조카다. KCC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은 모두 범 현대가 기업으로 분류된다.
토지 거래와 관련해 현대건설기계 관계자는 “해당 토지 및 임야는 기술혁신센터 설립 등을 목적으로 복수의 감정평가 기관의 감정 결과를 토대로 계약이 이뤄졌기에 문제가 없다. 단계별 개발 계획에 따라 개발 중인 상태”라고 설명했다.
KCC 관계자도 “정상영 명예회장이 소유하던 토지는 여러 감정평가 기관의 평가 결과로 거래됐기에 별 다른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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