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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팬이라 믿었는데…' 팬덤 울린 솜뭉치 인형 사기 사건

업체 하나가 공구 11건 진행, 제작 완료된 건 없어…"부분 환불" 사과에 화난 220명 공동소송 진행

2020.12.03(Thu) 16:40:38

[비즈한국] 한 캐릭터 인형 제작 대행업체가 팬덤에 접근해 아이돌이나 게임, 웹소설 내 캐릭터 인형을 제작해준다며 미리 돈을 받고 1년간 제작을 지연해 논란이다. 피해자들은 공동소송 절차를 밟고 있는데, 피해 금액은 약 9000만 원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모인 공동소송 참여자는 220명. 개인적으로 고소를 한 인원을 합치면 피해자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논란이 증폭되자 업체는 환불 방안을 내놓았는데, 한 달에 200만~300만 원 정도만 환불 가능하다고 밝혀 피해자들의 분노만 더욱 키웠다.

 

#제작 지연된 11건 공동구매, 알고 보니 같은 업체

 

해당 업체는 2019년 4월경부터 한 게임 캐릭터 인형 주문 및 제작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1건의 공동 구매를 진행했다. 그러나 모금이 완료돼 제작이 진행되는 건은 4건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제작이 무산되거나 공동 구매 참여자들이 돈을 지불하지 않았다. 이 중 실제로 제작이 완료돼 소비자들에게 배송된 물품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캐릭터 인형 제작 대행업체가 팬덤에 접근해 아이돌이나 게임, 웹소설 내 캐릭터 인형을 제작해준다고 주문 금액을 받고 제작을 1년간 지연해 논란이다. 사진=화난 사람들 홈페이지 캡처

 

해당 업체는 샘플 변경, 중국 공장과의 커뮤니케이션 문제 등을 이유로 제작을 차일피일 미뤘다. 일부 제작 건은 신청한 사람만 부분 환불했다. 한 피해자는 “한 제품의 제작이 끝나기도 전에 공동 구매를 계속 열어 돈 돌려막기를 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인형 공동 구매는 소위 ‘팬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제작이 다소 지연돼도 양해하는 분위기지만, 제작 기간이 길어지고 피해 규모가 커지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 업체의 공동 구매에 참여한 소비자들은 대부분 아이돌이나 웹소설 캐릭터 혹은 작가의 팬이다. 일부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는 아이돌을 실물 인형으로 제작해 소유하는 이른바 ‘솜뭉치’ 문화가 형성돼 있다. 최근엔 웹툰·웹소설 시장이 커지며 그 대상이 웹툰·웹소설에 등장하는 캐릭터로도 확장됐다. 일반적으로 팬 중 소위 ‘총대’라 불리는 대표가 디자인부터 샘플·상품 제작, 모금을 진행한다. 보통 총대는 따로 수익을 내지 않는 게 룰이다. 다만 공동 구매자의 동의가 있으면 소정의 수고비를 받는 경우는 있다고 한다.

 

피해자들의 분노가 커진 이유는 총대를 자처한 인물이 사업자등록증을 가진 1인 업체임에도 개인 팬인 척했다는 데 있다. 업체임을 숨기기 위해 입금 계좌명도 지인, 가족 등 개인 이름을 사용했다. 보통 팬덤 사이에서 캐릭터 인형 공동 제작 및 구매는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뤄지는데, 이 업체도 제작 건당 계정을 따로 만들어 의뢰를 받았다. 다른 피해자는 “팬덤은 수익을 남기면 안 되는 나름의 팬 가이드가 있다. 웹소설은 작가에게 후원금을 넣을 수 있는 시스템이 ​플랫폼에 ​있다. 그런데 이 업체는 팬인 척 속였고, 남는 금액은 작가에게 후원한다고 했지만 그러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사진=트위터 캡처


결국 지난 11월 팬들 사이에서 제작이 지연된 여러 건에 대해 ‘총대가 같은 인물 아니냐’, ‘일반 팬이 아니라 업체’라는 이야기가 나오며 논란이 증폭됐다. 급기야 피해자들은 개인적으로 고소를 진행했다. 피해자들이 전액 환불 요청을 한 이후에도 해당 업체는 또 다른 계정을 만들어 다른 인형 공동 구매를 시작했는데 이러한 사실마저 발각돼 논란이 더욱 커졌다. 11월 24일에는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에서 해당 사건에 대한 공동소송 참여 모집이 이뤄지고 있다.

 

이 업체는 트위터에 올린 사과문을 통해 “업체인 것을 숨긴 채 애정만으로 인형을 제작하려는 척했고, 업체로서 단가 외 생기는 이익을 얻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또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해 생긴 금전적 손실을 또 다른 인형 공구를 통해 사태를 무마하려 했다”고 밝혔다.

 

당초 업체는 “공동구매로 모인 돈을 사적으로 사용했고 이를 대출을 받아 메꿨는데 인형 제작 공장에서 단가를 많이 올렸다. 지금 가진 돈으로는 환불이 어렵다”고 했다. 이에 대해 피해자들의 성토가 이어지자, 지난 24일 전체 환불을 진행한다고 재공지했다. 그러나 매달 200만~300만 원 정도만 환불할 수 있다고 밝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1인당 10만 원을 입금했다고 가정했을 때, 한 달에 20~30명만 환불받을 수 있는 셈이다.

 

#‘솜뭉치’ 인형 유행…웹툰·웹소설 캐릭터 이용하려면 저작권자 동의 구해야

 

피해자들은 엄연한 사기라고 주장한다. 형법 제347조 1항은 사람을 기망해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행위를 사기죄로 처벌하고 있다. 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은 “만약 해당 업체가 팬들에게 인형 제작을 위해 모금할 때 이 돈을 인형 제작에 사용할 의사가 없었거나, 실제 다른 팬덤 인형 제작 등에 사용함으로써 인형을 제작할 능력이 없었다면 사기죄가 성립한다”는 법조 전문가 견해를 인용해 공동소송 게시글을 올렸다.

 

공동소송을 추진하는 김종휘 마스트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아직 소송 참여자 모집 단계에 있어 사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파악해봐야 한다. 다만 돈을 지급했는데 물품을 못 받은 피해자가 다수 발생한 것으로만 봐도 돈을 받아 인형을 제작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볼 수 있다”며 “업체는 중국 공장 등으로 인해 제작이 지연됐다고 밝혔지만, 업체 주장일 뿐이라 수사가 진행돼봐야 안다. 단체 소송 이후 업체가 피해자 규모를 줄이기 위해 환불하겠다고 밝혔는데, 만약 업체가 전액 환불 조치를 하면 소송 필요성이 줄어드는 점은 사실”이라고 했다.

 

스타와 닮은 인형을 제작하는 이른바 ‘솜뭉치’ 문화가 유행이라 앞으로 비슷한 사기 사례가 또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콘서트 사진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박정훈 기자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다는 점에서 이러한 사기 사례는 또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팬덤에서 자체적으로 2차 저작물을 제작하는 행위 자체가 저작권 침해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이동찬 더프렌즈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웹툰이나 웹소설 등 캐릭터에는 저작권이 있는 만큼 이용하려면 저작권자 동의를 구해야 한다. 수익을 얻는 일이라면 당연히 동의를 받아야 하고, 비영리적인 것이라면 최소한 출처 표기를 해야 한다. 아이돌 사진을 사용해 굿즈 제작을 하면 초상권 침해가 적용될 수 있다”며 “만약 동의를 받지 않았다가 논란이 발생했을 경우 캐릭터의 공신력이나 호감도가 떨어졌다는 이유로 ​저작권자가 ​피해를 주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개 플랫폼을 통한 거래라고 해도 문제가 발생할 경우 플랫폼 업체가 법적으로 책임지지 않기 때문에 결국 소비자들도 좀 더 주의를 기울이는 수밖에 없다. 앞서의 김종휘 변호사는 “순수한 팬심을 이용해 사기를 벌인 행위자의 잘못인 건 분명하다. 다만 소비자도 업체의 실적을 살펴보는 등 스스로 한 번 더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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