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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대희 벨루가 브루어리 이사 "주류 시장도 플랫폼으로 문제 해결"

정보 비대칭, 재고 리스크 문제 해결해야…최종 목표는 물류 사업

2020.12.01(Tue) 16:26:39

[비즈한국] 최근 ‘플랫폼 비즈니스’가 거의 모든 분야에 뿌리내리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는 디지털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주먹구구식으로 돌아가던 시장의 운영방식을 더 효율적으로 바꿔가고 있다. 그 중 한 곳이 ‘주류 시장’이다. 한 스타트업이 플랫폼 사업을 통해 주류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뛰어들었다. 

 

이대희 벨루가 브루어리​ 이사는 주류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유통 과정에서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진=최준필 기자


벨루가 브루어리는 2019년 8월 ‘벨루가 비즈니스’라는 주류 도매유통 플랫폼을 열었다. 주류 상점·도매상 및 공급사를 모두 연결하는 비즈니스 플랫폼이다. 현재 벨루가 브루어리에 가입된 상점은 1500곳 이상. 100여 곳에 달하는 수입사와 제조사를 통해 공급받는 상품은 4200여 개다. 이를 배달하는 도매상도 200곳을 넘어 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을 대상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점주들로만 발생하는 트래픽이 월평균 약 30만 건을 기록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과연 주류 시장에 어떤 문제점이 있길래,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주류 유통 시장에서 이들이 의미 있는 성과를 내는 걸까. 이대희 벨루가 브루어리 이사를 만나 주류 유통 과정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또 그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들었다.

 

Q. 이제 막 시리즈 A 투자를 마친 스타트업이라기에는 성장세가 꽤 매섭다. 

 

A. ‘벨루가 비즈니스’는 두 번째 사업 모델이다. 첫 사업 모델은 ‘술 정기 구독 서비스’였다. 주류 시장은 업계 관계자들과의 신뢰 구축이 굉장히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한 업계에서 수십 년을 일한 이들을 설득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오히려 변화에 대한 거부감이 들 수 있다. 그들이 구성해놓은 환경에서 직접 사업을 해보면서 시행착오를 겪고 관계자들과 얼굴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아쉽게도 첫 사업은 여러 장벽에 막혀 결과적으로 중단했다. 다만 B2B 사업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 첫 사업으로 도매상과 공급사 관계자들을 만나 관계를 트니 B2B로 사업을 전환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Q. 폐쇄적인 시장에서 B2B 사업을 하려는 이유가 궁금하다. 

 

A. 주류 시장에 숨어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고 싶었다. ‘정보 비대칭’과 ‘재고 리스크’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벨루가 비즈니스는 두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Q. 그 전에 먼저 주류 시장의 구조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A. 주류 시장에는 상점, 도매상, 공급사 이렇게 세 부류로 나뉜다. 공급사는 해외에서 주류를 들여오는 수입사와 국내사, 제조사 등이 있다. 상점에서 주류 발주를 넣으면 도매상은 공급사들의 술을 상점으로 납품하는 역할을 한다. 

 

이대희 이사는 벨루가 브루어리의 첫 아이템이었던 정기 구독 서비스는 여러 가지 문제로 사업을 접었지만, 그 덕분에 많은 주류 시장 관계자들과 얼굴을 익혀 두 번째 사업인 벨루가 비즈니스를 안착하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한다. 사진=최준필 기자


Q. 겉으로는 주류 유통 과정에서 큰 문제점이 보이진 않는 것 같다.

 

A. 속을 들여다보면 다르다. 먼저 상점들은 공급사와 계약을 맺고 도매상으로부터 술을 받기 때문에 그들 말고는 술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게 굉장히 어렵다. 온라인에서도 진짜 유명한 술이 아니라면 정보를 얻어내는 게 쉽지 않다. 상점마다 색다른 술을 팔고 싶을 텐데 천편일률적인 주류들만 상점의 냉장고를 채우고 있다. 

 

도매상에도 정보의 비대칭 문제가 존재한다. 도매상은 어떤 공급사가 존재하는지, 그 공급사들이 뭘 파는지 신제품은 언제 내놓는지 알 턱이 없다. 수·발주 관리도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이다. 대개 상점 점주들이 “지난번 주문 그대로 가져다달라”라고 말하기 때문에 오배송도 종종 발생한다. 

 

공급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도매상을 통해 상품을 상점에 입고해도 정확히 어떤 상점에 어떤 상품이 입고되는지, 어떤 술이 잘 팔리는지 알기 어려운 구조다. 도매상이 이 정보를 공급사에 전달하지 않을뿐더러 그 시스템조차 없다. 

 

Q. 그동안 주먹구구식으로 시장이 돌아간 것 같다. 벨루가가 이 시장에 제시한 해결책은 무엇인가.

 

A. 간단하다. 벨루가 비즈니스는 주류 시장에서 이뤄지는 모든 주문을 한 플랫폼에서 이뤄지도록 디지털화했다. 우리는 상점, 도매상, 공급사가 필요한 정보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상점이 벨루가 비즈니스를 통해 주류를 주문하면 관리자 페이지를 통해 자동으로 주문 명세가 축적된다. 한 번의 주문으로 모두가 만족할 정보를 언제 어디서든 확인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상점에는 다양한 주류를 접할 기회를 제공하고, 도매상은 공급사 정보를 파악해 자신의 구역에 있는 상점에 더 많은 주류를 홍보할 수 있다. 공급사는 상점마다 주류의 수요를 파악해 더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할 수 있는 장점이 생긴다. 

 

Q. ‘재고 리스크’는 어떤 의미인가.

 

A. 수입 주류 공급사를 예로 들어보자. 수입 맥주는 국내로 들어오기까지 3개월 정도 걸린다. 수입 맥주는 대부분 유통기한이 1년인데, 배송 단계에서 이미 3개월이 허비된다. 여기에 국내 반입 후 창고로 이동되는 시간, 공급사 직원들이 영업을 통해 상품을 납품하기까지 걸리는 시간 등 모두를 더하면 이미 주류의 유통기한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심각한 경우에는 ‘유통기한 임박분’이라고 유통기한이 3개월 미만으로 남는 주류는 할인 판매돼 손해가 불가피하다. 

 

게다가 수입 주류 공급사는 재고를 필요 이상으로 들여온다. 공급사들은 통상적으로 지난해 판매된 수요량에 더해 올해 수요량을 예측한다. 자신의 영업점에 납품할 주류가 부족할 경우 그 순간 거래가 끊기기 때문이다. 문제는 상점들의 수요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영업점과 거래는 지속하더라도 그만큼 재고가 쌓이는 문제도 생긴다. 

 

벨루가 브루어리는 모든 주류 유통 과정에 참여해 소비자들이 저렴한 값에 다양한 술을 즐기게 하는 게 최종 목표다. 사진=최준필 기자


Q. 어떤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A. 거창한 해결법이 있는 건 아니다. ‘예약 발주’로 풀어보려 한다. 상점들이 벨루가를 통해서 주류를 예약 주문하면, 공급사도 그 수요만큼만 해외에서 들여오는 것이다. 굳이 창고에 보관할 필요 없이 바로 상점으로 배달하면 된다. 임박분이라는 개념도 언젠간 사라지길 희망한다.

 

Q. 벨루가의 최종 사업 목표는 무엇인가.

 

A. 문제 해결을 통해 상점, 도매상, 공급사가 벨루가로 대거 유입되면 물류 사업을 추진할 생각이다. 공급사마다 주류 보관 창고가 있다. 공급사들은 이 공간을 100% 활용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창고에 쌓인 주류가 재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창고 비용을 절반만 내는 것도 아니다. 어쩔 수 없이 공급사들은 임대료를 전액 지불하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셈이다. 

 

벨루가는 ‘창고 공유’를 통해 공급사들의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되고 싶다. 여러 공급사와 함께 창고를 사용하면 공급사들은 창고 임대료를 아낄 수 있다. 다만 지금의 플랫폼에서 어느 정도의 거래량이 발생해야 이 단계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벨루가를 통해서 상점, 도매상, 공급사가 재고 관리, 배송 문제를 해결하고, 본질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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