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요새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갈등 때문에 일이 없네요. 모든 일선 검찰청이 정말 노는 분위기입니다.” (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
추미애 법무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 결정 및 징계 추진 흐름 속에 변호사 업계에서는 “일이 없다”고 푸념이다. 일선 검찰청에서 검사장부터 평검사까지 입장을 낼 정도로 큰 이슈이기 때문. 자연스레 로펌들 매출에 기여하는 몫이 큰 기업 사건들도 수사가 거의 멈춰섰다는 설명이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아내 김건희 씨나 장모 사건 정도만 진행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여느 때라면 지금은 검찰이 한창 수사 성과를 내기 위해 속도를 올리는 시기다. 법무부는 고검검사급 검사 585명, 일반 평검사 45명 등 검사 630명의 2020 하반기 검찰 인사를 9월 3일 자로 단행한 바 있다. 보통 앞선 팀에서 진행 중이던 사건 정리와 새로운 수사 대상 사건 선정까지 한두 달이 걸리는 점을 감안할 때 12월 초는 압수수색 등 공개수사가 서울중앙지검을 비롯, 동남북서(서울동부지검·서울남부지검·서울북부지검·서울서부지검)에서 시작됐어야 한다.
하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커지면서 대검찰청은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됐고, 일선 검찰청도 추미애 장관 비판을 위한 평검사 회의 등이 잇따라 개최되면서 자연스레 ‘일하지 않는 분위기’가 됐다는 게 변호사들의 설명이다.
대형 로펌 소속 파트너 변호사는 “최근 검찰에 들어가 보면 형사부처럼 경찰이 넘기는 사건을 제외하면 딱 해야 하는 일만 하는 분위기”라며 “다들 추미애 장관의 윤석열 총장 징계 얘기와 앞으로를 전망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전했다.
일선 검사 역시 “기업 비리와 같은 큰 사건의 경우 대검찰청의 지휘가 필요한 부분이 있는데 대검찰청 수사정보과 등이 직접적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다 보니 지휘가 아무래도 전보다 더딜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간부급 검사 출신 변호사 역시 “최근 사건 관련 일선청에 가서 얘기를 하다보면 정말 처리속도가 더뎌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대검에서 지휘가 전만큼 빠르게 이뤄지지 못한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그러다 보니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사건 역시 제한적이다. 대전지방검찰청 형사5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나 서울중앙지검 2개 부서에서 이뤄지고 있는 윤석열 총장 아내 김건희 씨와 장모 관련 수사 정도다. 그 외에는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있는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고발한 사건 정도만 진행되고 있다. (특별사법경찰이란 특수한 분야의 범죄에 한해 통신사실 조회와 압수수색, 출국 금지 등 경찰과 동일한 강제 수사권을 지니고 수사를 펼치는 행정공무원을 말한다.)
지난 11월 서울중앙지검이 압수수색에 나간 것이 언론에 알려진 것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지원 의혹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을 고발한 사건 정도였다. 그 외에는 △윤석열 측근 윤대진 검사장 친형 수사 무마 의혹 국세청 압수수색 △윤석열 총장 부인 회사 과세 자료 확보 압수수색 등으로 윤석열 총장 관련 사건으로 제한됐다.
특히 대전지검 등 일부 지방청에 대한 추가적인 ‘원포인트’ 인사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더더욱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앞서의 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대전지검에서 올 12월에 ‘월성 수사를 했다는 이유’로 지검장 등에 대한 원포인트 좌천 인사 얘기가 나오다 보니 다들 사안이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보는 것 같다”며 “요새 일이 너무 없어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재택근무를 해도 될 정도의 상황이다, 윤 총장이나 추미애 장관 둘 중 누군가가 책임지고 물러나지 않는 한 이 분위기가 계속되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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