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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CEO] NC 다이노스 우승으로 주목받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경영 철학 담긴 중장기 투자로 이뤄낸 값진 성과…천운 겹치며 글로벌 홍보 효과 '톡톡'

2020.11.27(Fri) 14:47:45

[비즈한국] 프로야구 NC 다이노스가 창단 9년 만에 첫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선수들과 감독, 코치진이 얼싸안으며 우승을 축하하는 자리에 눈에 띄는 인물이 있었다. NC 다이노스 구단주이자 엔씨소프트 수장인 김택진 대표다. 김 대표는 구단을 통해 “만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 KBO리그에서 아홉 번째로 출발한 우리 구단이 창단 9년 만에 우승을 이뤄냈다. 우승의 날을 만들어준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는 감사 인사를 전하며 기뻐했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의 창단 첫 통합우승으로 모기업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가 여론의 관심을 받고 있다. NC가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낸 데에는 야구광으로 소문난 김 대표의 경영철학이 담겨 있다는 말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2010년 엔씨소프트가 창단 의사를 밝히며 불거졌던 우려를 말끔히 잠재우는 순간이었다. 엔씨소프트는 그때까지만 해도 연 매출 6000억 원에 불과했다. 프로야구단은 해마다 최소 200억 원 이상이 필요하다. 삼성·LG·롯데·기아 등 연 매출이 수조 원에서 수백조 원에 달하는 기업들이나 운영이 가능한 규모다. 

 

김 대표는 당시 “엔씨소프트의 프로야구단 운영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내 재산만으로도 프로야구단을 100년은 운영할 수 있다”며 세간의 우려를 불식했다. 그는 ​창단 기자회견에서 “나한테 야구는 내 마음대로 즐길 수 있는 영화이자 삶의 지혜서다. 야구 자체가 목적인 구단을 만들고 싶다. 사람들의 가슴이 두근거리는 구단을 만들고 싶다”라고 밝힌 꿈을 9년 만에 이뤄냈다. 

 

#김택진 대표의 뚝심, NC에 통했나

 

일각에서는 김 대표의 경영 철학이 NC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한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엔씨소프트는 수년간 넥슨과의 경영권 분쟁, 모바일 게임 시장으로의 변화 등 다양한 외부 변수에도 불구하고 국내 1위 게임 업체로 성장했다. 경쟁업체보다 게임 개발 기간이 길고 신작 출시 간격도 상당히 긴 편인데 이를 기다려줄 수 있는 엔씨소프트의 중장기 투자 철학이 긍정적으로 평가되며, 이러한 전략으로 회사는 지난 20년간 꾸준히 매출과 영업이익이 올랐다. 야구단도 중장기 투자로 1위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NC는 각자의 영역을 구분하고 직책별 역할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조직이 구성돼 있다. NC 관계자는 “구단 내부 매뉴얼에 따라 단장과 감독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하게 나눴다. 서로 간섭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만든 매뉴얼이 아니다. 의사 결정 시 해당 분야에 밀접한 상대방의 역할과 책임을 존중하고 서로 조화를 이루자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매뉴얼이다. 프런트와 현장을 별개로 보는 이분법적 사고는 NC에서 더는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조직 구성은 하루아침에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창단 때부터 꾸준히 시행착오를 겪었기에 이뤄낸 결과다. 가령 NC는 창단 초기 외부에서 영입한 데이터 전문가로 구성된 ‘데이터 팀’을 설치했다. 메이저리그(MLB) 구단들이 세이버메트릭스(야구를 수학·통계학적으로 접근하는 방식) 전문가를 활용하는 것과 같은 까닭에서다. 초기에는 코치진과 선수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전문가들이 선수 출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에서 성과가 보이자 구단 내부에 데이터 팀을 옮겨 전력분석 업무를 맡기기 시작했다. 

 

구단을 향한 지원도 확실하다. NC는 2015년 야수 박석민(4년 총액 96억 원)을 당시 역대 최고 대우로 영입했다. 2018년 12월에도 자유계약(FA) 최대어로 꼽혔던 포수 양의지를 4년 125억 원을 주고 두산 베어스에서 데려왔다. 양의지는 올 시즌 포수 최초로 프로야구 30홈런과 100타점까지 달성해 “200억 원을 줘도 아깝지 않다”는 말까지 나온다. 

 

24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6차전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후 통합 우승을 차지한 NC 선수들이 김택진 구단주를 헹가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같은 중장기적 투자는 성적으로 돌아왔다. NC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4번 연속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강팀이 됐다. 2018시즌 창단 첫 최하위를 기록하긴 했지만 이내 털고 일어나며 2019시즌에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2013년 프로야구 1군 리그 참여 이후 2019시즌까지 7년간 10개 구단 가운데 두산과 키움에 이어 세 번째로 승률이 높을 정도로 정규리그 성적도 뛰어나다.

 

앞서의 NC 관계자는 “엔씨소프트의 운영철학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세상에 즐거움을 주는 것이 엔씨소프트의 철학이라면 우리는 그 시도를 통해 야구팬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게 철학일 것 같다. 그리고 이를 꾸준히 지원해주는 것도 구단주의 철학이나 메시지가 반영됐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NC 통한 해외 홍보 효과 톡톡…엔씨소프트 해외 진출 교두보 될까

 

엔씨소프트는 올 시즌 NC 덕분에 해외 홍보 효과도 톡톡히 누렸다. 올해 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 메이저리그 개막이 연기됐을 때 미국 스포츠 채널 이에스피엔(ESPN)이 한국 프로야구 경기 생중계를 결정했다. 최고의 수혜자는 NC였다. 메이저리그 팀이 없는 노스캐롤라이나주(North Carolina) 주민들이 같은 약자를 쓰는 NC를 응원하기 시작한 것.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인구는 2017년 기준 약 1000만 명으로 서울과 맞먹는다. 

 

시즌 초 NC가 전 세계에 알려진 게 운이었다면, 한국시리즈 우승 세리머니는 전적으로 NC가 만들어낸 결과다. 엠스플뉴스에 따르면 원작자는 NC 박민우 선수였다. 그는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면서 뭔가 특별한 세리머니를 하고 싶었다. 가령 키움의 바주카포 세리머니처럼 뭔가 하나의 행동으로 모든 선수가 다 함께할 수 있는 세리머니가 하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도 NC만의 독창적인 세리머니가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마침 ‘집행검’이 떠올랐다”고 했다. 

 

NC 다이노스의 집행검 세리머니가 해외에서 화제다. 창단 첫 통합 우승을 달성한 NC 다이노스 포수 양의지 등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모기업 엔씨소프트의 온라인게임 리니지의 집행검 모형을 들어올리며 승리를 자축했다. 사진=연합뉴스


집행검은 엔씨소프트의 대표 게임 ‘리니지’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로 꼽히며, 게임 이용자 사이에서 1억 원이 넘을 정도로 고가에 거래되는 아이템이다. 선수들이 집행검을 중심으로 둥글게 모인 상태로 NC의 주장이자 한국시리즈 MVP로 선정된 양의지 선수가 집행검을 뽑아 올리며 우승을 자축했다. 

 

강렬했던 NC의 집행검 세리머니는 미국 현지에서 큰 화제가 됐다. MLB닷컴은 ‘KBO에서 우승하면 거대한 검을 받는다(If you win in KBO, you get a massive sword)’라는 제목의 기사를 메인에 걸었다. 스포츠 전문지 ‘디 애슬레틱’도 소셜 미디어를 통해 ‘스포츠계 최고의 트로피’​라고 집행검을 소개했다. 이어 “KBO의 챔피언십 트로피는 문자 그대로 검”이라고도 전했다. 

 

NC 다이노스 우승으로 전 세계에 큰 홍보 효과를 누린 엔씨소프트는 매출이 국내 시장에 국한돼 있던 자신들의 한계를 극복할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 엔씨소프트의 3분기 매출은 연결기준 한국 4771억 원, 북미·유럽 274억 원, 일본 139억 원, 대만 79억 원으로 국내 비중이 압도적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10일 북미와 유럽에 콘솔∙PC 플랫폼 신작 게임 ‘퓨저(FUSER)’를 출시했다. 2021년 1분기 중 ‘블레이드&소울2’와 ‘리니지2M’의 대만 시장 진출이 예정돼 있다. ‘아이온2’, ‘프로젝트TL’, ‘리니지2M’도 하반기 중 일본 및 글로벌 시장에 출시될 계획이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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