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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코로나 시대 주목받는 방문 진료, 지역사회 돌봄은 가능할까

강북구 '건강의집 의원' 홍종원·김창오 원장 "거동 못하는 중증장애인·노인 방문, 꼭 필요한 사람에게 다가가야"

2020.11.20(Fri) 16:44:37

[비즈한국] ‘위드(with) 코로나’ 시대에 굳이 병원을 가야 할까. 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 병동이 코호트(동일 집단) 격리되고, 집단감염을 막기 위해 엄격히 출입을 금지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의학적 처치와 약을 주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만성질환 환자들, 그 중에서도 거동이 불편한 환자와 노인의 고충이 커진다. 이들을 위한 지역사회의 돌봄이 더 중요해지는 까닭이다. 

 

2018년 정부는 커뮤니티케어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의료기관 중심의 돌봄에서 벗어나 지역사회 중심의 일차의료와 돌봄 서비스 체계를 정립한다는 것. 그 수단 중 하나가 방문 진료다. 우리나라 방문 진료는 어디쯤까지 왔을까. 지난 13일 방문 진료 전담의원 ‘건강의집 의원’을 찾아 현실을 살펴봤다.

 

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 병동이 코호트 격리되고, 집단감염을 막기 위해 엄격히 출입을 금지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거동이 불편한 만성질환자와 노인을 위한 지역사회의 돌봄이 더 중요해진다.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 전경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임준선 기자


#방문 진료 전담의원은 처음…여전히 불법이란 인식 많아

 

건강의집 의원은 서울 강북구 번동에 있다. 지하철 4호선 끝자락에 있는 미아역에 내려 마을버스를 타고 주택가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 마을버스에 탄 10명 중 기자와 한 승객을 제외하고는 모두 노인이었다. 승객들은 “카드를 안 찍고 내리면 안 되는 거냐”는 등의 질문을 주고받았다. 고령 인구가 많은 동네, 친밀감이 높은 동네임을 알 수 있었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마을버스에서 내리자 의원이 보였다. 간판이 없었으면 지나칠 정도로 ‘병원 같지 않은 병원’이었다. 내부도 병원이라기보다는 작은 회사의 사무실 같았다. 2019년 3월 문을 연 건강의집 의원은 외래진료는 하지 않고 방문 진료만 전담한다. 국내에서는 최초다. 홍종원 대표원장(일반의)과 김창오 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이 간호사 한 명과 시작했다. 지금은 가정전문간호사 두 명, 연구 담당 간호사 등 6명으로 인원이 늘었다.

 

​건강의집 의원은 2019년 3월 문을 열었다. 외래진료는 하지 않고 방문 진료만 전담하는 의원으로 국내에서는 최초다. 사진=김명선 기자

 

홍종원, 김창오 두 원장이 인연을 맺은 건 무려 10년 전이다. 과거 김창오 원장이 의료복지 NGO 단체를 만들어 독거노인을 무료로 진료했는데, 당시 학생이던 홍종원 원장이 이 활동에 참여했다. 방문 진료 전담의원을 차리자는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 건 2018년 7월이다. 중증장애인이 의사 한 명을 주치의로 선택해 만성질환이나 건강 상태를 관리받는 제도인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이 2018년 5월 시행되면서다.

 

김 원장은 “강북구보건소에서 4~5년 정도 관리의사를 하며 방문 진료를 해봤다. 외래에서 환자들을 짧게 만나며 진료와 처방을 무한반복 하는 것보다는 방문 진료가 더 재미있고 즐거웠다. 물론 외래 진료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내가 원하는 삶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홍 원장은 “지역 공동체 활동을 하며 주민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는데, 그러다 보니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건강의집 의원 개원 멤버인 홍종원 대표원장, 이지혜 간호사, 김창오 원장(왼쪽부터). 사진=홍종원 원장 제공

 

방문 진료 전담 의원을 구체화해나가는 과정에서 김 원장과 홍 원장은 강북구에 거주하는 중증장애인을 76명을 대상으로 방문 진료에 대한 수요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약 70%가 장애인 건강주치의제도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이 중 96%가량이 의사 방문 진료를 받고 싶다고 대답했다. 강북구에 거주한다는 두 원장은 “이 지역에 노인과 장애인 등 칩거 중인 분들이 많다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그 수요 조사를 통해 방문 진료를 해야겠다고 확신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어려움도 없지 않다. 여전히 방문 진료는 ‘불법’이라는 인식이 많기 때문이다. 의료법 제33조에 따르면 의사가 응급환자를 진료하거나 환자나 환자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진료하는 경우, 부득이한 사정에 의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방문 진료가 가능하다. 홍 원장과 김 원장도 초기엔 환자들에게 ‘환자 요청으로 진료를 했다’는 서명을 받았다고 한다.

 

#지난해엔 수익 거의 없어…지금은 한 달에 약 130회 진료

 

개원한 지 어느덧 2년이 흘러 지금은 대강 자리를 잡았다. 건강의집에선 상급종합병원처럼 ‘오늘의 환자 리스트’를 따로 뽑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개업 초기에는 원장 두 명과 간호사가 한 팀처럼 모든 환자를 찾아갔지만, 이젠 둘 중 환자를 좀 더 잘 아는 원장이 진료한다. 새로운 환자를 만날 때는 여전히 두 원장이 같이 가기도 한다.

 

정해진 진료 방식이나 규율도 없다. 환자가 먼저 전화를 걸어올 때도 있​고, 의료 처치나 약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면 의원에서 환자에게 연락을 취하기도 한다. 처방전을 환자에게 직접 주고, 활동보조사나 보호자가 없는 환자들에게는 원장이 직접 약국에 들러 약을 받아다 준다. 환자 집에 가면 최소 30분 정도는 ‘소통’하는 데 쓴다.​

 

​건강의집 의원에서는 상급종합병원처럼 ‘오늘의 환자 리스트’를 따로 뽑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는 않는다. ​ 사진=홍종원 원장 제공

 

방문 진료 대상 환자는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과 2019년 12월 시행된 ‘일차의료 왕진 수가 시범사업’에 의해 방문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된 환자다.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에 따르면 중증장애인의 경우 장애상태, 생활습관 등 관리(연 1회), 만성질환과 일반장애 교육·상담(연 8회), 방문 진료 등 비대면 환자관리(연 12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마비·수술 직후·말기 질환 환자 등 거동이 불편한 환자도 일차의료 왕진 수가 시범사업에 의해 방문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방문 진료를 실시하는 의료기관은 시범사업에 따라 정해진 수가를 받는다. 의료기관들은 왕진료에 의료행위, 처치 등이 모두 포함된 약 11만 5000원의 통합 수가를 받거나, 약 8만 원의 왕진료 외에 추가적인 의료 행위를 산정한 별도 수가를 받는다.

 

건강의집 의원의 경우 지난해에는 거의 수익을 내지 못했다고 한다. 그만큼 환자 수가 많지 않았다는 얘기다. 현재는 원장 한 명당 한 달에 약 50~80건의 방문 진료를 본다. 김 원장은 “처음에는 인근 복지관·보건소 등 기관에 ‘칩거 중인데 의료적 처치가 필요한 분들이 있느냐’고 물으러 다녔고, 그렇게 한 명씩 환자를 받았다”며 “지금은 재가요양센터, 노인장기요양센터 등에서 먼저 의뢰가 온다”고 했다.

 

#코로나19 시대, 지역사회 돌봄 체계​ 정말로 안녕한지 고민할 시점

 

지역에서 ‘돌봄 의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찾아내고 그들에게 의료 지원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홍종원 원장과 김창오 원장에게도 고민되는 지점이 있다. ‘어떻게 하면 지역사회의 돌봄 의료 체계를 잘 정립해 방문 진료가 필요한 사람이 방문 진료를 받게 할 수 있을까’와 같은 물음이다.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기 위해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박정훈 기자​


김 원장은 “경기도의 한 의사 선생님은 방문 진료를 할 생각이 있어 장애인 건강주치의 사업에 참여했는데, 환자를 어떻게 찾아야 할지를 몰라 외래 환자 기다리듯이 의원에 앉아 있다는 말을 들었다. 어떤 의원은 외래를 하며 방문 진료 환자를 구하기 어려우니 따로 사회복지사를 채용하기도 한다”며 “진정한 돌봄을 위해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각 지역에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몇 명이고 그중 병원에 가지 못하거나 약 대리 처방이 필요한 사람이 얼마나 되고, 그렇다면 필요한 의사나 간호사, 요양보호사 인원은 몇 명인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방문 진료를 하는 병·의원에 인센티브를 주거나 방문 진료 수가를 높이면 혜택을 받는 환자들이 많아지지 않을까. 2019년 10월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장애인 주치의 시범사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국 228곳의 의료기관이 장애인 주치의 사업에 참여했고 577명이 교육을 이수해 316명이 주치의로 등록했지만 실제 활동 중인 사람은 87명에 불과했다. 현재 상급종합병원을 제외한 2차 병원도 장애인 건강주치의 사업에 참여해 방문진료를 할 수 있지만, 수가가 적정하지 않다는 이유로 참여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김 원장은 “​노인요양시설에 일정한 자격을 갖춘 촉탁의가 월 2회 정기 방문해 환자를 돌보는 요양원 촉탁의 제도가 있다. 정부에서 연간 몇백억 원씩 써서 전국 3000명 정도 의사가 참여했다. 그러나 현실은 촉탁의들이 점심시간에 요양원에 가서 환자를 한꺼번에 대충 보고 가는 경우가 많다”며 “방문 진료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또 일본은 방문 진료가 외래 진료보다 수가가 높은데 그렇게 하면 정부 재정 부담이 커진다. 어떻게 하면 돌봄 체계를 강화할 수 있을지 논의한 다음 ​기술적으로 늘리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의견을 표했다.

 

방문 진료가 지역사회에 ‘잘’ 정착되는 것. 그것이 두 원장이 바라는 바다. 김 원장은 “다양한 시도를 통해 환자들에게 좋은 제도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또 젊은 의사들이 수련의 과정에서부터 방문 진료와 커뮤니티케어를 배우면 지역사회와 가까운 의사들이 많이 양성되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홍 원장은 “코로나19를 맞아 우리의 돌봄 체계가 정말로 안녕한지 고민할 시점이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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