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5년·7만 명 고용’ 공약을 내건 지 만 2년을 넘어섰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 상황이 더 어려워진 가운데 이 공약은 잘 지켜지고 있을까. 국내에 상장된 롯데 주요 계열사 8곳의 분기별 직원 수 변동 현황을 통해 이행 여부를 살펴봤다.
신동빈 회장은 2018년 10월 “2023년까지 50조 원 신규 투자와 7만 명의 일자리 창출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 회장이 국정농단과 관련해 뇌물공여 혐의로 8개월여 수감 생활을 마치고 경영 일선에 복귀한 직후였다.
신동빈 회장의 공약 이행 정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롯데는 계열사별 자체 채용 증가로 인해 2019년부터 그룹 전체의 공개채용 규모를 밝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비즈한국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롯데 계열사 상장기업 8곳의 분기·반기·사업보고서의 ‘임원 및 직원 등의 현황’을 통해 직원 수 증감을 파악했다. 상장기업 8곳은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롯데하이마트, 롯데정보통신이다. 분석 기간은 2018년 3분기부터 2020년 3분기까지 총 9분기다.
2018년 9월 이후 이들 8개 기업의 전체 직원 수는 2019년 2분기까지 꾸준히 하락했다. 2019년 3분기에 2541명이 늘면서 직원 수 5만 명을 넘어섰다. 2020년 1분기 신규 채용을 통해 직원 수가 소폭 상승했다가 계속 감소했다. 결과적으로 2020년 9월 30일 기준 8개 사의 직원 수는 4만 7996명으로 2018년 3분기 4만 8805명보다 809명 감소했다.
#유통·식품 계열사 줄줄이 직원 감소
롯데쇼핑은 8개 기업에서 직원 수의 변동 폭이 가장 컸다. 2019년 3분기 직원 수가 1866명 늘면서 2만 6563명을 기록했지만, 나머지 7개 분기에서는 모두 감소했다. 이 기간 3979명이 롯데쇼핑을 떠났다. 2018년 3분기 2만 5417명이던 롯데쇼핑 직원 수는 2020년 9월 30일 기준 2만 3304명으로 2113명 줄었다.
롯데쇼핑의 인력 감축은 2021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여전히 진행 중이어서다. 롯데쇼핑은 올해 1분기(1~3월)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백화점 5곳, 마트 16곳, 슈퍼 74곳과 롭스 25곳 등 120개 매장을 폐점하겠다고 밝혔다. 롯데쇼핑은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등 700여 개 점포 중 약 30%인 200여 개를 수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정리할 계획이다.
롯데의 식품 부문 계열사들도 인력이 줄었다. 롯데제과는 올해 6월을 제외한 나머지 분기에서 모두 직원 수 감소세를 보였다. 2년 동안 직원 수가 총 636명 줄어 올해 3분기 4460명을 기록했다. 롯데칠성음료도 2018년 3분기에 비해 직원 수가 232명 감소했으며, 롯데푸드도 82명 감소했다.
#화학·서비스 계열사 직원 수는 상승세
롯데케미칼은 올해 초 직원 수가 크게 늘었다. 2019년 말 3282명에서 올해 4661명으로 1379명 증가했다. 이후 2분기와 3분기에 연달아 10명, 57명이 감소했지만, 그 폭이 크진 않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하반기 신규 채용도 진행 중이어서 올 연말이나 2021년 1분기에는 직원 수가 늘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롯데정밀화학은 롯데케미칼과 함께 신동빈 회장이 눈여겨보는 계열사다. 신동빈 회장은 18일과 19일 이틀간 울산 석유화학공업단지 내에 있는 롯데정밀화학 공장과 롯데케미칼, 롯데BP화학 공장을 방문했다. 10월 중순 일본에서 귀국한 후 가진 첫 공식 행보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정밀화학 공장에서 “코로나19 사태와 기후변화로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정밀화학은 직원 수 변동 폭은 크지 않지만 해마다 신규 채용을 통해 직원 수를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
롯데정보통신도 인력 규모를 늘려가는 중이다. 2019년 3분기에는 614명이 증가했고, 2020년 1분기에는 약 90명 늘었다. 올 9월 기준 롯데정보통신의 직원 수는 2859명으로 2018년 3분기 대비 729명 증가했다.
롯데정보통신의 사업 전망도 밝은 편이다. 그동안 롯데는 디지털 전환(DT, Digital Transformation)이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롯데의 사업 구조가 유통, 화학, 식품, 호텔 등 디지털 영역과는 다소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 일환으로 지난 9월 롯데정보통신, 롯데홈쇼핑, 롯데칠성음료 등 3사에서 DT부문 신입인력을 공개 채용한 데 이어 지난 17일에는 롯데인재개발원이 ‘DT 인재 육성방안’을 내놓고 2000명의 전문가 양성에 나선다고 밝혔다.
박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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