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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우리 은하 밖에서 발견된 외계행성의 의미

2300만 광년 떨어진 소용돌이 은하에서 발견…다른 은하에도 생명체 존재할 가능성

2020.11.18(Wed) 11:55:44

[비즈한국] 태양뿐 아니라 다른 별들도 주변에 행성을 거느리고 있다는 건 이제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다. 2019년까지 발견된 외계행성의 수가 4000개를 돌파했다. 지금까지 확인한 거의 모든 별이 행성을 거느리고 있다고 봐도 될 정도로 외계행성은 전혀 드문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 우리 은하 안에 있다. 지름 10만 광년의 거대한 우리 은하 지도 위에 외계행성의 분포를 찍어보면, 태양계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아주 좁은 영역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발견한 외계행성들은 주로 태양계에서 3000광년 이내의 좁은 범위에 있다. 우리 은하의 지도에서 붉게 표시된 곳이 케플러 우주망원경을 통해 발견한 외계행성 대부분이 분포하는 영역이다. 우리 은하 중심부에서 좀 더 먼 곳에 있는 외계행성 일부는 미시 중력렌즈 현상을 통해서 발견했다. 사진=NASA/JPL-Caltech

 

애초에 우리 은하 바깥 또 다른 외부 은하들은 수백만 수천만 광년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다. 이렇게나 먼 외부 은하에서는 개개의 별도 구분해서 보는 것이 어려운데, 그 별 곁을 돌고 있는 어두운 행성의 존재를 찾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우리 은하뿐 아니라 다른 외부 은하의 별들 주변에도 외계행성이 즐비하겠지만, 실제 관측을 통해 그 존재를 검증하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최근 놀랍게도 우리 은하에서 약 2300만 광년 떨어진 아주 머나먼 외부 은하에서 처음으로 외계행성의 존재를 확인했다! 어떻게 우리 은하도 아닌, 남의 은하에 있는 외계행성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을까? 우리 은하를 벗어나 외부 은하로까지 뻗어나가는 외계행성 탐색의 새로운 역사의 순간을 확인해보자. 

 

우리 은하도 아닌 외부 은하에서 새롭게 발견된 외계행성, 그 존재를 어떻게 알아냈을까? 외계행성을 찾기 위한 천문학자들의 놀라운 노하우를 알아보자.

 

#생각보다 너무 흔한 외계행성 

 

외계행성을 찾는 최고의 탐정이라고 하면 유명한 케플러 우주망원경을 떠올릴 것이다. 케플러는 다른 별 곁에 외계행성이 주기적으로 맴돌면서, 별 빛을 규칙적으로 가리고 지나가는 트랜짓(Transit) 현상을 활용해서 외계행성의 존재를 확인한다. 이 효율적인 방식으로 지금까지 4000개를 웃도는 별을 발견했다. 그렇다면 케플러가 발견한 가장 먼 외계행성은 어디에 있을까?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발견한 외계행성들 중에서 케플러 443b 행성은 지구에서 약 2450광년 거리에 떨어져 있다. 지금까지 케플러로 발견한 지구와 환경이 유사한 행성들 중에서 가장 멀리서 발견된 행성이다. 하지만 우리 은하의 거대한 사이즈에 비하면 턱없이 짧은 거리에 불과하다. 

 

말년에 잦은 고장으로 고생하던 케플러는 결국 2018년 연료가 모두 소진되면서 공식적으로 은퇴를 했다. 그리고 은퇴한 케플러 선배의 뒤를 이어, 그 동생 TESS 우주망원경이 우주로 올라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TESS 역시 케플러와 마찬가지로 트랜짓 현상을 활용해 외계행성을 찾고 있다. 그런데 TESS가 탐사하는 우주는 케플러 때와 큰 차이가 있다. TESS는 훨씬 더 가까운 이웃 별들 위주로 외계행성을 찾고 있다. 

 

TESS 우주망원경이 외계행성을 찾기 위해 탐색하는 하늘의 영역. 훨씬 가까운 우주 전역을 살펴본다.

 

사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본격적인 외계행성 탐색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천문학자들조차 외계행성이 이렇게 흔하게 발견될 거라곤 기대하지 않았다. 천문학계에서 전해지는 일설에 따르면, 케플러 미션 제안서를 제출하던 당시 천문학자들은 자금을 더 받기 위해서 케플러가 올라가기만 하면 외계행성을 100여 개는 찾아줄 것이라고 거짓말했다. 당시 천문학자들 스스로도 케플러가 외계행성을 한 10개 정도 찾을 것이라 전망했지만, 그렇게 솔직한 전망을 제안서에 적으면 펀딩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 천문학자들이 실제 예상한 수치보다 더 과장해서 허세를 부렸던 셈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천문학자들의 소심한 허세가 무색하게 케플러는 4000개가 넘는 외계행성을 찾았다. 케플러가 대활약을 해준 덕분에, 초기 제안서에 담긴 천문학자들의 거짓말은 거짓말이 아니게 된 셈이다. 이처럼 당시 천문학자들도 외계행성이 이렇게 흔하게 발견될 거라 생각을 못했기 때문에, 당시 케플러는 백조자리 부근의 특정한 한 방향의 하늘만 정조준한 채 그 특정한 방향으로 아주 멀리 떨어진 별까지 바라보며 외계행성을 찾고자 했다. 

 

1991년 이후 지금까지 다양한 방식을 통해 발견한 외계행성들의 위치를 순서대로 보여주는 영상. 특히 중간에 백조자리 부근 은하수 주변에서 한꺼번에 많은 외계행성들이 네모난 영역 안에서 발견되는 것을 볼 수 있다(보라색으로 표시). 바로 케플러 우주망원경으로 발견한 외계행성들이다.

 

하지만 이제 천문학자들은 거의 모든 별이 외계행성을 거느리고, 그것을 찾는 일이 아주 까다롭지는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서 이제는 훨씬 더 가까운 이웃 별들에서 외계행성을 찾는 데 주목하고 있다. 지금까지 케플러가 발견한 외계행성들은 주로 수백수천 광년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다. 그래서 당장 인류가 방문할 엄두도 낼 수 없다. 그래서 그보다 더 짧은 수 광년 이내의 이웃 별에서 외계행성을 찾아보려고 하는 것이다. 물론 수 광년도 당장 방문하기 어려운 거리이지만, 그래도 가까운 미래 인류의 우주여행 기술이 발전한다면 수천 광년 거리보다는 훨씬 현실적인 수준이라 볼 수 있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TESS에게 상대적으로 가까운 거리 범위의 우주 전역을 샅샅이 조사하도록 하고 있다. 케플러는 특정한 한 방향으로 멀리까지 살펴봤다면, TESS는 반대로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사방을 뒤지고 있다. 놀랍게도 TESS는 본격적인 관측 데이터를 보내기 시작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무렵부터 2000개에 달하는 외계행성 후보 천체들을 골라내기 시작했다. 참 대단한 ‘테스 형’이라고 볼 수 있겠다. 

 

#다른 은하에서 외계행성이 발견되다 

 

천문학자들이 가까운 이웃 별들에 주목하는 동안, 최근 훨씬 거리가 먼 외부 은하에서 외계행성이 새롭게 발견되었다. 이 외계행성은 우리 은하에서 무려 2300만 광년 거리에 떨어진 아름다운 소용돌이 은하 M51에 살고 있다. 

 

새로운 외계행성이 발견된 소용돌이 은하. 사진=NASA, ESA, S. Beckwith(STScI) and the Hubble Heritage Team(STScI/AURA)


지난 2012년 9월 천문학자들은 찬드라 엑스선 우주망원경을 통해 이 은하 속에서 아주 강렬한 엑스선을 방출하는 별을 하나 발견했다. 이 별의 이름은 M51-ULS1이다. 이 엑스선 신호는 무거운 별이 곁에 블랙홀 또는 중성자별을 두고 함께 짝을 이룬 쌍성에서 나오는 신호였다. 무거운 별의 물질이 바로 곁에 있는 블랙홀 또는 중성자별에 빠른 속도로 빨려 들어가면서, 뜨겁게 달궈진 그 잔해 구름들이 강한 엑스선 신호를 뿜고 있었다. 이곳은 소용돌이 은하에서 가장 강한 엑스선 광원 중 하나다. 

 

그런데 이 엑스선 신호가 주기적으로 완전히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천문학자들은 블랙홀이나 중성자별 곁을 맴도는 외계행성 때문으로 추정했다. 보통 일반적인 가스 덩어리 별은 행성에 비해 훨씬 크기가 크다. 그래서 외계행성이 별 앞을 가리고 지나가도, 별이 통째로 가려지지 않고 아주 일부만 가려진다. 그래서 그 밝기 감소 폭도 크지 않다. 하지만 블랙홀이나 중성자별은 아주 높은 밀도에 작은 크기로 수축되어 있는 별의 시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행성에 비해서 크기가 작게 압축된다. 만약 블랙홀이나 중성자별 곁에 어떤 덩치 큰 행성이 맴돌고 있다면, 그 중심의 블랙홀 또는 중성자별이 통째로 가려지면서 그곳의 엑스선 신호가 완전히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짧은 주기로 엑스선 섬광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다가를 반복하는 흥미로운 신호를 보여준 엑스선 광원 M51-ULS1. 이미지=https://ui.adsabs.harvard.edu/abs/2020arXiv200908987D/abstract


이 별은 밀도 높은 블랙홀 또는 중성자별과 함께 육중한 별이 짝을 이루고 있는 쌍성이다. 그리고 이 쌍성계 곁에 또 다른 외계행성 하나가 맴돌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NASA/ESA

 

사실 이 신호가 처음 포착되었을 때까지만 해도 천문학자들은 이 짧은 주기로 깜빡거리는 엑스선 비콘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원래 찬드라 엑스선 우주망원경은 이보다 훨씬 더 긴 느린 템포의 변광 현상에만 관심을 갖고 있을 뿐, 이런 짧은 주기의 변화에는 주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8년이 지난 끝에 우연히 데이터가 운 좋게 발굴된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엑스선 신호가 얼마나 가려지는지, 그 지속 시간을 통해 중심의 블랙홀 또는 중성자별을 가리는 외계행성의 덩치를 추정했다. 관측 결과 약 세 시간에 걸쳐 엑스선 신호가 완전히 가려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었다. 이를 통해 천문학자들은 중심의 블랙홀 또는 중성자별 주변에 토성 정도 크기의 큰 행성 M51-ULS-1b가 지구-태양 사이의 10배 정도 거리를 두고 그 곁을 맴돌고 있다고 추정했다. 

 

엑스선을 방출하는 이 쌍성 곁을 맴도는 천체의 정체가 외계행성이 아니라, 비슷하게 크기가 작은 백색왜성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천문학자들은 이 쌍성계의 나이가 아주 어리기 때문에, 보통 나이 많은 별들이 남기는 백색왜성에 의한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추정한다. 또 중심의 블랙홀이나 중성자별 자체가 불안정하게 요동치면서 밝기가 극심하게 변화할 가능성도 있지만, 보통 이런 경우에는 아주 독특한 밝기 변화의 패턴 양상을 보인다. 그래서 그 원인을 뚜렷하게 파악할 수 있는데, 이번 경우에는 그런 특정한 밝기 변화 패턴을 보이지 않았다. 따라서 이 두 번째 가능성 역시 배제된다. 

 

#처음으로 확인된 외부 은하 속 평범한 외계행성 

 

이번 발견 전에도 다른 외부 은하에서 외계행성의 존재가 의심되는 발견들이 있었다. 지난 2018년 천문학자들은 아주 먼 60억 광년 거리에 떨어진 밝은 퀘이사가 중력 렌즈 현상을 겪으며 일그러진 것을 관측했다. 당시 천문학자들은 퀘이사와 지구 사이, 지구에서 약 38억 광년 거리에 떨어져 중력렌즈를 일으키는 은하​ 속에 아주 많은 외계행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퀘이사가 얼마나 강한 중력 렌즈 현상을 겪고 있는지를 보면 그 가운데에서 중력 렌즈를 일으키는 은하의 중력, 즉 질량을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이 은하 속에 얼마나 많은 외계행성들이 있는지를 유추할 수 있다. 당시 천문학자들은 이 은하 속에 달에서 목성 정도의 질량을 가진 외계행성 2000여 개가 한 무리를 이루어 모여 있을 것이라 추정했다. 

 

중력 렌즈 현상을 통해서 발견한 외계행성들은 대부분 중심에 별을 두고 있지 않은, 혼자 우주 공간을 떠다니는 떠돌이 행성들이 많다. 사진=NASA, JPL-Caltech


보통 우리가 외계행성이라고 하면, 태양 주변을 맴도는 지구처럼 중심에 가스 덩어리 별을 두고 그 주변 궤도를 맴도는 행성의 모습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중력 렌즈 현상을 활용해서 발견한 외계행성들은 중심에 별을 두지 않고 혼자서 덩그러니 우주 공간을 표류하는 떠돌이 행성들이 많다. 중심에 별이 없기 때문에, 별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가 아니라 행성 자체의 중력을 통해서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떠돌이 행성은 다음 칼럼에서 자세히 이야기해보겠다.) 

 

하지만 이번에 소용돌이 은하에서 새롭게 발견된 외계행성 M51-ULS-1b는 혼자 떠돌아다니는 방랑 행성이 아니다. 우리 지구처럼 중심에 별을 두고 그 주변 궤도를 도는 훨씬 익숙한 모습의 행성이다. 그 중심에 있는 별이 태양처럼 일반적인 잠잠한 별이 아니라 블랙홀이나 중성자별 같은 아주 난폭한 별이긴 하지만, 그래도 처음으로 외부 은하에서 확인된 별 주변 궤도를 도는 행성이라 이번 발견이 의미가 있다. 

 

이제 우리 은하뿐 아니라 다른 외부 은하에도 별 곁을 맴도는 외계행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물론 2300만 광년 떨어져 있으니, 아무리 우주여행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방문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 소용돌이 은하에 외계인들이 있다면, 그곳의 천문학자들은 이제 막 유인원이 출현하고 남쪽과 북쪽의 아메리카 대륙이 붙기 전인 아주 오래전의 지구를 목격하고 있을 것이다. 외계인 천문학자들에게 지구는 아직 이렇다 할 지적 문명이 존재하지 않는 재미없는 행성으로 보일 수도 있다. 

 

어쩌면 한 행성에 생명이 탄생하고 어느 수준의 기술 문명에 도달하는 것은 정말 확률이 희박한 일일지도 모른다. 수천억 수조 개에 달하는 우리 은하 행성 가운데 그런 행운을 누리는 것은 지구가 유일할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제 우리는 다른 은하에도 외계행성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은하마다 문명이 단 하나씩만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런 은하들이 우리가 관측 가능한 우주에만 수조 개가 있다. 

 

지금까지 슬로안 전천 탐사 프로젝트를 통해서 파악한 관측 가능한 우주 속 은하들의 분포를 입체적으로 표현한 영상. 이 수많은 은하마다 생명이 존재하는 행성이 하나씩만 있어도 우주 전체에 존재하는 생명의 수는 아주 많을 것이다.

 

이처럼 참 오묘하게도 우주의 압도적인 스케일은 우리를 힘 빠지게도, 또 막연한 기대를 품게도 만든다. 이런 밀당 속에서, 우리는 수십만 년간의 외로움을 떨쳐줄 친구를 발견할 수 있을까? 우주의 광막한 스케일은 우리가 절대 넘을 수 없는 장벽으로 남을까, 아니면 우리가 새로운 꿈을 품을 수 있는 새로운 터전이 될까? 

 

참고

https://arxiv.org/abs/1802.00049https://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did-we-just-find-exoplanets-in-another-galaxy/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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