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현재 부동산 시장을 좌지우지 하는 건 전세 수급이다. 아래 그래프는 지난 1년간의 서울 전세 수급 그래프다. 참고로 전세수급지수는 0~200 범위 이내이며 지수가 100을 초과할수록 ‘공급부족’ 비중이 높은 것이다. 특히 임대차 3법이 시행된 이후에 200에 육박하는 지수로 급상승하게 된다.
이 결과가 누적되면서 결국 서울 전세 시장은 70주째 상승 중이다.
지난 주 전세 상승률 1위 지역은 부산 해운대구다. 이어 안양 동안구, 일산동구, 서울 중구, 울산 남구가 2~5위다. 송파구, 일산서구, 성동구, 은평구, 화성시가 6~10위다. 부산과 울산을 제외하면 모두 서울 수도권이 전세 상승률 상위권을 차지했다.
반면 전세 시세가 하락한 지역은 전국 226개 시군구 중에서 과천밖에 없다. 지난해 수도권 지역에서 폭등세가 가장 거셌던 과천 아파트 전세가격이 급격히 내린 것이다. 호가 기준으로 최대 3억~4억 원이 하락했다.
과천시 전세 시세의 하락 원인을 살펴보면, 그동안 과천 전세 상승을 이끌었던 과천지식정보타운 분양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다. 과천지식정보타운 청약을 받기 위해 과천시로 유입되던 이주수요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과천시 신규 아파트 시세는 평당 6000만 원이 넘는다. 과천지식정보타운의 분양가는 3.3㎡(평)당 2000만 원 초반대 수준이다. 당첨만 된다면 로또복권 당첨 이상의 시세차익이 발생한다. 과천지식정보타운 아파트 당첨을 희망하며 전입한 세입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1순위가 되기 위한 실거주 요건이 2년으로 강화되고 지식정보타운의 분양이 대부분 마무리되면서 청약 대기수요자들이 과천에서 이탈하기도 했다.
과천의 전세 시세가 하락한 또 다른 이유는 과천 전체 세대수 대비 상대적으로 많은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의 영향도 있다. 2020년 4월에 과천푸르지오써밋 1571세대가 입주했다. 2020년 12월에는 과천센트럴파크푸르지오써밋 1317가구가 입주한다. 2021년 1월에는 과천위버필드 2128가구도 예정되어 있다. 과천 재건축 아파트 수천 세대가 연이어 입주 행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신규 아파트에 대한 실거주 요건이 강화되었지만 과천시 신규 아파트들은 6·17 대책 이전에 분양했기 때문에 중도금 대출을 받았어도 6개월 내 전입의무 규제를 받지 않는다. 실거주 하지 않고 전세로 내어 놓을 수 있다는 의미다. 굳이 잔금 대출을 받지 않고 전세보증금을 받아 잔금을 치르려는 아파트 당첨자들이 2019년 하반기부터 전세 매물을 내놓았다.
과천은 2019년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단 한 가구도 없었다. 하지만 2020년과 2021년에만 수천 세대의 입주 물량이 몰린 것이다.
과천시는 청약 대기 수요층이 감소한 데다 최근 입주 물량까지 증가했다. 이런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되다 보니 신축이 아닌 구축 단지를 위주로 전세 가격이 하락한 것이다.
전국 226개 시군구 중에서 유일하게 전세 시세가 빠진 과천시. 정부 정책과 무관하게 전세 시장이 하향 안정화된 사례다. 이와 같은 시장 조건이면 전세 시장은 특별한 정책 없이 하향 안정될 수 있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되는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과천 전세 시황이었다. 가격은 수요 공급으로 자율 조정되게 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과천시뿐 아니다. 규제지역, 비규제지역과 무관하게 현재 실수요가 많은 지역은 상승하고, 공급이 많았던 지역은 조정을 받고 있다.
전세 시장 안정화에 대한 대책이 이번 주 발표된다고 한다. 과천시 사례를 벤치마킹했으면 한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와 유튜브 ‘빠숑의 세상 답사기’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이제부터는 오를 곳만 오른다’(2020),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설명서’(2020),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9),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2018), ‘지금도 사야 할 아파트는 있다’(2018),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2017),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 등이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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