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엄격한 기준 적용이 검찰 수사 대상도 늘리는 상황이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김민형 부장검사)의 금호아시아나그룹 강제 수사에 대한 법조계의 평이다. 지난 6일 검찰은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를 받는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 본사와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사무실 등에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지난 8월 공정위가 고발한 지 3개월여 만이었다.
공정위가 지적한 부분은 지난 201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자금난 해결을 위해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30년 치 기내식 사업권을 매개로 자금 거래를 한 내용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게이트그룹과 계약을 맺고, 아시아나항공 기내식을 30년간 독점 공급하게 해주는 대가로 1600억 원 규모의 금호고속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하도록 했다. 같은 해 8월부터 2017년 4월까지는 아시아나항공 등 그룹 계열사 9곳으로부터 1306억 원을 담보 없이 낮은 금리로 빌려 부당하게 계열사 간 자금을 조달하게 했다고도 봤다. 공정위는 불법적인 내부거래를 통해 총수 일가의 경영권을 강화하고 부당이득을 챙기는 등 시장의 공정성을 해쳤다고 판단,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박삼구 전 회장, 당시 그룹 전략경영실 임원 2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관련 자료를 검토한 뒤 6일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섰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전보다 총수 관련 계열사 간 거래에 더 엄격하게 기준을 적용하다 보니 자연스레 과징금 조치뿐 아니라 검찰 고발하는 경우가 늘었고, 그러다 보니 강제 수사도 더 많아지는 것”이라며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미리 사건이 넘어올 것을 알고 준비하고 있다가 자료가 넘어오면 움직이는 구조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자연스레 다음 수사 대상도 거론된다. 벌써부터 법조계에서는 다음 수사 대상으로 한화그룹이 언급된다. 공정위는 최근 한화솔루션이 한화그룹 회장 일가가 지배하는 관계사를 부당지원했다는 이유로 157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법인을 최근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830억 원 상당의 수출 컨테이너 물동량 전량을 관계사라는 이유로 한익스프레스에게 몰아줬다. 하지만 비용은 현저히 높았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또 염산 및 가성소다를 수요처에 직접 또는 대리점을 통해 판매하면서 1500억 원 상당의 탱크로리 운송물량도 전량 한익스프레스에게 줬다고 봤다. 공정위는 한화솔루션이 10년 이상 물량을 몰아줘 한익스프레스에 준 과다 수익이 총 178억 원이라고 판단했다.
한익스프레스는 한화그룹 계열사였다가 1989년 계열분리 됐는데, 현재 김 회장의 누나와 조카가 지난 2009년 주식을 장외 매입해 최대주주가 됐다. 또 특수관계인 동일석유가 5.77%의 지분을 보유하는 등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총 47.27%에 달한다. 한화그룹 계열사와의 거래는 누나 모자가 최대주주로 올라선 뒤 더 늘어났다. 2009년 1350억 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5770억 원으로 10년 사이 4배 이상 늘었다.
이에 대해 한화 측은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한익스프레스의 한화 매출 비중이 갈수록 줄었다”면서 “공정위에 따르면 해당 기간 중 한익스 총 매출액 3조 4174억 원 중 한화솔루션과의 본건 거래총액은 2348억 원으로 약 7% 밖에 안되는 수준이다. 7% 지원으로 어떻게 회사가 급성장 했다고 볼 수 있겠는가”라고 반박했다.
검찰 수사로 곧바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공정거래조사부 근무 경험이 있는 검사는 “공정위에서 넘겨주는 자료는 수사 범위가 정해져 있고 관련 자료도 확보된 상태라서 수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경우 두세 달이면 가능하다”며 “금호그룹 이후에 고발 예정된 한화솔루션 일감 몰아주기를 수사하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변수는 한화그룹의 반발이다. 한화솔루션은 “한익스프레스와의 거래는 적법하고 업계 관행에도 부합하는 효율성과 안전 등을 고려한 거래였다”며 공정위의 조치에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앞서의 관계자는 “수사 대상 기업이 억울하다고 하는 부분이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는지 검토하겠지만, 문제가 없다고 본다면 곧바로 수사에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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