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벌어지고 있는 유통 대전에서 정보통신(IT) 공룡들이 유통 강자들을 압도하는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면 채널은 힘을 잃는 데 비해 비대면 채널이 힘을 받아서다. 롯데·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들도 오랜 기간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경쟁을 준비해왔으나 맥을 못 추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쇼핑 매출은 2016년 23조 원에 육박하던 것이 지난해 17조 6220억 원으로 감소했고, 올 상반기에는 8조 1226억 원으로 부진하다. 2016년 9000억 원을 넘었던 영업이익도 올 상반기 14억 원으로 주저앉았다. 신세계 역시 지난해 매출 6조 3942억 원을 고점으로 올해 5조 원 아래로 내려올 전망이며, 이마트의 실적 향상 역시 지지부진하다.
두 회사 모두 3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상승했으나, 추세적 반등은 어려울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소비자들의 소비 습관이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온라인화 됐기 때문이다.
롯데와 신세계 모두 마트·백화점 등 오프라인에 기반을 둔 판매채널에 집중하는 데 비해 네이버·쿠팡 등은 온라인 접근성을 중시하고 있다. 실제 업계에선 올해 네이버쇼핑과 쿠팡의 거래액이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30%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도 정기배송 서비스를 출시하며 구독경제에 시동을 거는 등 IT 기업들의 도전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카카오의 정기배송 서비스는 유통·배송망을 확충하고, 이어 당일 배송 서비스로 나아가겠다는 포석이다.
이들 IT 업체들은 라이브커머스·인플루언서 등 방대한 마케팅 채널과 페이서비스와 연동한 할인 포인트 등을 통해 사용자를 자사 서비스에 묶어두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페이 서비스는 단순 결제에 머물지 않고 금융으로 이어지는 가교이기 때문에 생태계를 더욱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페이의 경우 일종의 화폐 생태계로서 부동산 중개와 광고시장 결제 용도로 영역을 넓힐 가능성도 있다.
롯데와 같은 기존 유통사들도 2000년대 초 신용카드를 통한 금융업 진출을 꿈꿨지만, 유통 측면에서는 포인트 등 마케팅 창구로서의 역할에 그쳤다. SSG닷컴(신세계)·롯데온(롯데) 등 자체 온라인몰을 열고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를 올리진 못하고 있다.
이커머스가 유통 판매 채널 전체를 잠식하는 종합적 변화임에도 이들이 백화점·마트·TV홈쇼핑 등과 같은 여러 판매 채널 중 하나로 인식하고 접근해서다. IT 기업들은 온라인 플랫폼에 전체 활동 기반을 두고 사업을 확장한 데 비해 기존 유통사들은 물류 편의성과 기존 공급사슬에 얽매여 이커머스 확장에 실패했다.
이커머스 자회사가 그룹 내 막내이기 때문에 백화점·대형마트 등 기존 사업체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기존 사업 틀 안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 SK플래닛도 네이트온과 싸이월드를 통해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 채팅 생태계를 확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모기업인 SK텔레콤의 문자 서비스 수익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부 반발에 몸집을 불리지 못했다.
또 이커머스 기업들이 모든 제품·브랜드를 판매하며 열린 생태계를 지향하는 데 비해 기존 유통 대기업들은 자사 제품 판매에 중점을 뒀다. 백화점·대형마트에 입점 제한을 두듯, 온라인 쇼핑몰에 자사 제품이나 오랜 기간 파트너십을 맺은 회사들 제품만 판매해 고객을 사로잡지 못했다.
롯데 등이 최근 뛰어든 배달대행 사업도 롯데리아 등 자사 제품으로 배송 품목을 제한해 사용자를 늘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네이버·카카오가 파트너십에 기반을 둔 물류망 확충이 공을 들이는 데 비해 기존 유통 업체들은 자사 중심의 물류망을 지키는 데 주력한 점도 차이가 있다.
이에 대해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은 사용자 접근성 향상과 정기적 접속 유도, 효과적인 제품 정보 전달, 결제망·물류체계 구축 등 모든 영역에서 기존 유통 기업과는 접근 방법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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