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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모독에 별점 테러까지…네이버 영수증 리뷰에 우는 자영업자들

리뷰 관리 매달려도 허위·악용에 대책 없어 '우울증'까지…네이버 "상시 모니터링 진행"

2020.11.13(Fri) 13:44:08

[비즈한국] #경기도 시흥에서 요식업을 하는 자영업자 이 아무개 씨는 아침에 눈을 뜨면 전날의 리뷰를 모두 확인한다. 세 종류의 배달 앱에 얼마 전부터는 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 영수증 리뷰(영수증 리뷰)까지 더해졌다. ‘별점 4.5 이상 유지하기’와 ‘리뷰마다 다른 내용의 댓글 달기’는 이제 기본값이 됐다. 이 씨는 “함께 장사하는 아내가 인격모독성 리뷰와 별점 테러로 인해 우울증이 왔다. 배달 시장이 커졌다고 하지만 장사하기는 더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중구에서 배달 전문 요식업을 하는 자영업자 김 아무개 씨는 얼마전 본인 가게의 ‘영수증 리뷰’를 확인하다가 악의적인 허위 리뷰를 확인하고 네이버에 삭제를 요청했다. 고객센터 전화번호가 따로 없어 메일로 문의를 남겼다. 하지만 네이버는 ‘사실확인이 어렵다’며 삭제를 거부했다. 김 씨는 “마음고생을 했는데 네이버의 매크로식 답변에 허탈했다. 온 국민이 사용하는 네이버에 사업장을 노출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의 ‘영수증 리뷰’는 OCR(광학문자인식)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폰으로 영수증을 스캔한 뒤 이용자의 별점과 리뷰를 받는 서비스다. 사진=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 캡처

 

‘진성 리뷰’, ‘1억 건 리뷰’를 자랑하는 ‘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 영수증 리뷰’에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네이버의 ‘영수증 리뷰’는 OCR(광학문자인식)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폰으로 영수증을 스캔한 뒤 이용자의 별점과 리뷰를 받는 서비스다. 

 

지난해 11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해 1년가량 된 올 10월 31일까지 DB(데이터베이스)화된 영수증만 1억 4000만 건에 달한다. 일평균 영수증 제출은 대략 60만 장, 일평균 리뷰 작성은 50만 건을 기록하고 있다.

 

네이버 영수증 리뷰의 인기 비결로는 ‘짠테크족의 열광’과 ‘진성 리뷰에 대한 갈망’이 꼽힌다. 이용자는 영수증 인증과 리뷰 작성에 따른 보상으로 네이버 포인트 10원(첫 방문 시 50원)을 받을 수 있다. 별도의 인증 없이 로그인만 하면 리뷰를 남길 수 있는 ‘구글’이나 ‘카카오’과 달리 영수증이라는 허들이 있어 정보의 신뢰도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에게 마케팅 효과와 서비스 품질 개선 효과를 줄 수 있다’는 네이버의 설명과 달리 일선의 자영업자들은 ‘리뷰 지옥’이라는 별칭을 붙이며 여러 부작용을 지적한다.

 

#영수증 인식 안 될 경우 직접 기입…허위 등록 손쉽게 가능

 

가장 큰 문제는 ‘허위 등록’이다. 기자가 실제 매장 이용 영수증을 ‘네이버 영수증 리뷰’ 시스템에 넣어보니, 인식 여부와 상관없이 가게를 지정할 수 있었다. A 가게에서 사용한 영수증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 읽힌 후 ‘이 장소가 아니라면 수정하기’ 버튼을 누르면 실제 이용하지 않은 B 가게로 지정할 수 있다. 

 

잉크가 날아가 살짝 지워진 영수증을 스캔해보니 날짜와 품명이 다르게 인식됐다. 영수증 등록 화면 상단의 ‘수정하기’​를 클릭하면 본인이 직접 가게를 설정할 수 있다. 이를 악용할 경우 이용하지 않은 가게에 리뷰를 남길 수 있다. 사진=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 캡처

 

실제 온라인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이와 관련해 어려움을 토로하는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앞서의 자영업자 김 씨는 “네이버 스마트 플레이스 사업자 등록은 전 국민이 이용하는 검색창과 연결되니 등록을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다. 네이버가 스스로의 영향력을 안다면 평가를 받을지 말지에 대한 자영업자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이런 서비스를 운영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 관계자는 “사업주가 직접 영수증의 업체정보를 확인해 본인 업체의 영수증이 아닌 경우 더블 체크를 요청할 수 있다. 내용이 확인되면 해당 리뷰는 미노출 처리된다. 네이버도 2020년 7월 부정 리뷰어 계정 2만 개를 일괄 징계하는 등 사업주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또 네이버의 삭제 요청 처리 시스템을 ‘갑질’이라고 지적했다. 김 씨는 “허위 리뷰든, 인신공격성 리뷰든, 타 업체 영수증 인증 리뷰든 삭제 요청 메일을 네이버에 보낸 뒤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예를 들어 한 고객이 리뷰에 ‘음식에 머리카락이 나왔다’, ‘바퀴벌레가 나왔다’고 쓰더라도 진위와 관계없이 업주는 리뷰를 지울 수 없다. 허위임을 입증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처음 플레이스를 등록할 때만 해도 가게가 외진 곳에 있어서 기대가 컸는데 이젠 그냥 버릴 수 없는 짐이 됐다”고 토로했다. 

 

악용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 관악구에서 요식업을 하는 강 아무개 씨는 “경쟁업체나 일부 나쁜 마음을 먹은 소비자가 보복성 리뷰를 너무 쉽게 올릴 수 있다. 해당 매장의 영수증을 줍거나 고의로 1000원 결제를 반복한 뒤 리뷰를 테러해 서비스와 질이 안 좋은 매장으로 만드는 건 일도 아니다. 마찬가지로 좋은 리뷰로 도배하는 일도 쉽다. 실제 자영업자 카페 회원들끼리 서로 영수증을 교환해 좋은 평점을 주자는 글을 나누는 것도 종종 봤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 파트너센터 홈페이지에는 “영수증 리뷰글의 저작권은 작성자에게 있기 때문에 임의로 삭제할 수는 없다. 단, 리뷰 내용 중에서 해당 업체에 대한 비방성(명예훼손 및 기타권리침해 등)의 부적절한 리뷰가 있다면 ‘게시중단 요청 서비스’를 통해 접수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 관계자는 “타 업체의 영수증 혹은 허위 영수증으로 리뷰하는 경우, 부가적인 설명 없이 지속적으로 낮은 별점을 주는 경우, 본인 경험과 무관한 리뷰를 작성하는 경우 등 다양한 어뷰징 상황에 대해 기술적, 인력적으로 상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또 사장님은 답글 기능을 통해 이용자의 과격한 표현 등에 대해 덧붙여 의견을 남길 수 있으며, 명예훼손의 여지가 있을 경우 게시중단 요청 서비스를 통해 블라인드 처리 신청이 가능하다. 이 경우 작성자 역시 소명을 하도록 안내하고, 이후의 분쟁에 대해서는 적법 기관으로 안내하는 등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사업자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뷰 지옥에 고통받는 자영업자들

 

자영업자에게 플랫폼 리뷰 정책은 양면성을 갖는다. 홍보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오히려 음식 판매보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 되기도 한다. 여러 자영업자들은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며 피로감을 호소했다. 

 

서울 중구에서 요식업을 하는 박 아무개 씨는 “처음 배달 앱을 통해 주문이 들어오고, 후기가 올라온 걸 확인할 땐 즐거웠다. 하지만 어느 순간 오히려 불필요한 경쟁을 부추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권 위치상 배달 경쟁이 치열해서 나와 남편, 알바가 고객 평가를 수시로 살피면서 관리한다. 일일이 손편지를 배달 포장용기에 붙이는 건 물론이고, 리뷰 서비스로 서브 메뉴가 나가고, 리뷰마다 다른 내용의 댓글을 단다. 이렇게 시간을 들여도 주변 가게에서 대부분 똑같이 하니 손님들도 이젠 ‘기본 서비스’로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배달 앱 등 플랫폼 활성화로 소비자의 범위가 넓어졌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이 좋은 변화만 가져오지 않듯 불특정 다수가 소비자가 되며 리스크도 함께 커졌다. 뜨내기 손님이 많아지면서 지속적인 고객 관리가 어려워지고, 그 연장선에서 리뷰가 등장했다. 한 번의 경험으로 여러 플랫폼에 악성 리뷰를 남기는 소비자를 만나면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큰 비용을 들이거나 최악의 경우 문을 닫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은희 교수는 플랫폼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전통시장에서 소비자와 사업자 간 분쟁이 생길 경우 상가관리위원회가 나선다. 이 역할을 플랫폼이 해야 한다. 각각의 입장을 듣고 사후 처리까지 도맡는 등 적극적으로 비용을 들여 단호히 조치해야 한다. 공정관리위원회도 이 새로운 거래 유형에 대해 아무런 대책이 없다. 플랫폼 내에서 일어나는 일을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알려야 큰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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