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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90% 효과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기대"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

mRNA 기술 이용한 첫 백신, '새로운 획' 그을 수도…"단 임상 끝날 때까지 꼼꼼히 살펴봐야"

2020.11.12(Thu) 16:57:28

[비즈한국] 코로나19 시대가 드디어 끝나는 걸까. 지난 9일(현지 시각)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 중인 백신이 코로나19에 90% 예방 효과를 보였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궁금한 점이 산더미다. 일반적으로 백신이 50% 효과만 보여도 ‘괜찮다’고 평가하는데 어떻게 화이자 백신은 90%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이 결과는 과연 믿을 만한 걸까. 한국인에게도 효과가 같을까.

 

11일 오전 인천에서 만난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여러 의문점에 대해 명쾌하고도 쉽게 설명을 풀어냈다. 정 교수는 대표적인 ‘예방의학 전문가’다. 군 시절 감염병 역학조사관으로 활동하며 메르스를 겪었고, 예방의학 교수가 된 후에는 코로나19가 터졌다. 10월 독감(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한 후 사망사고가 계속 보고돼 논란이 되자 정 교수는 통계학적으로 현상을 분석한 글을 SNS에 올렸고, 이 글은 대한의학회지(JKMS)에 등재돼 여기저기서 인용됐다.

 

인터뷰 전날에도 정 교수는 SNS를 통해 화이자 백신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올렸다. 수업만 해도 서너 개를 맡고 있어 정신이 없다는 그였지만, 코로나19와 관련한 글을 쓰는 것은 멈출 수 없다고 했다. “아무리 의미 있는 연구 결과여도 국민들에게 이해를 시켜주지 못하면 소용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코로나19처럼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는 누군가 책임지고 설명해줘야 한다”며 입을 뗀 정 교수. 그에게 이번 백신 중간 분석 결과의 의미를 들어봤다.​

 

#‘90% 예방 효과’, 흔하게 나오는 수치일까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에게 화이자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효과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사진=임준선 기자

 

화이자는 미국 등 6개 나라에서 4만 3538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백신 임상3상 시험에서 코로나19에 확진된 94명을 분석한 결과 90%의 예방 효과가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전체 대상자 중 한 그룹에는 백신을, 다른 그룹에는 위약을 투여한 결과 전체 대상 중 94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는데, 이들 중 백신을 맞은 그룹에서 나온 확진자는 4~9명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화이자는 다음 주 미국 FDA(식품의약국)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재훈 교수는 ‘90% 예방 효과 백신’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코로나19는 감염재생산지수가 3이다. 즉 환자 1명이 감염되면 새로운 환자가 3명 생긴다는 말이다. 그런데 만약 백신 효과가 50%라면 새로운 환자가 3명이 아니라 1.5명이 된다. 효과가 67%라면 신규 확진자가 1명이 되고, 90%면 새로운 환자가 0.3명이다. 90% 효과 백신이 나왔다고 바로 코로나19가 종식되는 건 아니지만 점차 환자가 줄어들 수 있다.”

 

90% 예방 효과는 누구나 눈이 번쩍할 수치다. 그러나 ‘이게 가능한가?’ 하는 의구심도 생긴다. 기자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하자 정재훈 교수는 물론 추후 결과를 지켜봐야 겠지만 일단 임상 절차는 ‘믿을 만하다’고 했다. 정 교수는 “높은 수준의 과학적인 근거를 얻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정은 ‘무작위임상시험(RCT)’이다. 누가 위약을 맞았고 누가 진짜 백신을 투약했는지를 알게 되는 순간부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화이자도 이 방법으로 효과를 측정했고, 다른 백신 역시 효과를 증명할 때 똑같은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또 코로나19를 유발하는 바이러스가 지금까지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밖에 입증된 게 없어서 높은 효과가 나올 수 있었으리라 봤다. 가령 홍역과 수두 같은 질병은 바이러스가 다양하지 않아 백신의 효과가 80~90% 된다고 한다. 반대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종류는 수십 개인데, 그 중 그해에 유행할 것 같은 바이러스를 몇 개 정도 선정해 만드는 게 인플루엔자 백신이다. 바이러스마다 백신 효과는 높을 수 있지만 인플루엔자 백신은 유형 예측에 실패할 경우를 고려해 효과를 50% 정도로 본다.​

 

물론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변이가 발생하면 기존 바이러스를 토대로 실험한 화이자 백신도 의미가 없어지거나 작아질 수 있다. 지난 5일(현지 시각)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덴마크의 밍크 농장에서 코로나19 돌연변이가 발견돼 덴마크 정부가 1700만 마리의 밍크를 모두 살처분하는 일도 있었다.​​

 

#​화이자에서 제시한 스펙이 90%라는 것…개발되면 mRNA 기전 백신은 최초

 

정 교수는 “화이자 백신은 이상적인 환경이 갖춰진 상태에서 효과가 90%라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치료제 사진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그러나 사람마다, 환경마다 실제로 백신이 투약됐을 때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효과’라는 말로 통칭하지만 효과(Effectiveness)와 효능(Efficacy)을 구분해야 한다는 게 정 교수 설명이다. 정 교수는 “화이자는 ‘Effective’라는 표현을 쓴다. Effectiveness를 쓰는 순간 과학적인 효과를 말하는 게 되기 때문이다”​며 “​이것은 이상적인 조건이 갖춰진 상태에서 효과가 90%라는 것이다. 말 그대로 제조사가 제시하는 스펙”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실제로 백신이 생산돼 접종했을 때 사람마다 효과가 다르다. 기저질환에 따라, 또 나이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50%에도 못 미치는 효과가 나올 가능성도 충분하다”며 “제조사에서 ‘우리 회사 냉장고는 문을 닫으면 냄새가 하나도 안 난다’고 해도 가정에서 사용하다 보면 냄새 나는 사례를 떠올려보면 쉽다”고 했다.

 

다만 출시 스펙이 기대 수준보다 높다는 점, 코로나19 백신 임상3상 완료가 현실화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정 교수는 기대감을 표한다. 그는 “원래 백신의 임상3상 시험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코로나19처럼 환자가 대량으로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효과를 측정하는 데만 10년씩 걸린다. 역설적으로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하면서 임상3상 가능성이 커졌다”며 “제약사에서 이야기하는 스펙이라고 해도 예상보다 좋은 점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화이자 백신이 mRNA(유전물질 RNA(리보핵산)의 하나) 기술을 이용한 백신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한 요소다. mRNA 백신은 체내에 mRNA를 인체에 주입해 단백질을 발현시키고 그 단백질을 면역세포가 인식해 항체를 생성하게 하는 원리다. 이 항체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싸우고 다음번에 같은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면역세포가 이를 기억해 물리친다. 만약 mRNA 백신이 개발되면 세계 최초다.


정 교수는 “두 가닥으로 돼 있는 DNA와 달리 mRNA는 한 가닥으로 돼 있어 잘 부서진다. 풀어지지 않게 mRNA를 굳히는 기술이 중요했는데 화이자는 당단백질로 이를 굳히는 기술을 만들었다”며 “mRNA 기술이 워낙 최근 기술이고, mRNA를 굳히는 기술이 없었다는 점도 mRNA 백신이 나오지 못했던 이유다. 만약 이 기전의 백신이 성공적으로 개발되면 과학적으로도 새로운 획이 그어지리라 본다”고 의견을 표시했다.

 

정재훈 교수는 화이자 백신의 출시 스펙이 기대 수준보다 높다는 점, 코로나19 백신 임상3상이 현실화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표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영하 70℃ 기준 완화될 수도, 임상 환자 적은 아시아인에게도 효과는 동일할 것

 

그럼에도 의문점은 남는다. 임상3상 중간 분석에서 90% 예방 효과가 있다고 하면서 왜 화이자는 바로 백신을 공급하지 않는 걸까. 화이자는 홈페이지에 공개한 보고서에서 “감염자가 164명에 이를 때까지 임상을 계속 진행한 후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왜 164명이 감염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 임상 최종 결과에서도 90% 예방 효과가 유지될 수 있을까.

 

정 교수는 “보통 임상을 시작하기 전에 기간을 정해놓거나 환자가 몇 명 생길 때까지 임상을 지속하겠다는 엔드 포인트(end point)를 정해 놓는다. 50% 정도의 효과를 내려면 진짜 백신과 가짜 백신을 투여한 사람 중 코로나19 감염자의 비율이 1:2가 돼야 한다”며 “그렇게 계산했을 때 화이자는 총 임상 대상자 약 4만 명 중 60명 대 120명 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중간 결과는 예상보다 결과가 좋아 미리 공개한 것이고, 임상 스케줄대로 끝까지 진행해야 확실히 입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FDA는 3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하고 예방 효과가 50%를 넘길 것을 코로나19 백신 허가 요건으로 명시했다.

 

이 백신이 우리나라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을까. 화이자는 “4만 3538명의 참가자 중 42%는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만 밝혔는데 통상적으로 백인 임상 대상자가 가장 많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다른 인종에서 효과가 떨어지지는 않을까. 정 교수는 “감염병에서 인종 차이는 크게 없다. 피부색이 달라서 차이 날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인종별 유전자 차이는 극히 적다”고 했다.

 

화이자는 미국 등 6개 나라에서 4만 3538명을 대상으로  백신 임상실험을 진행 중이다. 미국 임상 대상자의 30%는 아시아, 흑인, 히스패닉 등으로 구성돼 있다. 사진=화이자(Pfizer) 홈페이지 캡처


또 화이자 백신은 특성상 영하 70℃에서 보관돼야 백신의 효능이 유지된다. 의아한 부분은 독감 백신 상온 노출 논란 당시 전문가들이 ‘영하에서 백신이 보관되면 효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당부했던 점이다. 국내 보건당국은 10월 6일 “운송차량 온도기록지상 0℃ 미만 조건에 노출된 것이 확인된 약 27만 도즈(1회 접종분)는 수거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정재훈 교수는 “mRNA 백신은 인플루엔자 백신보다 약해서 냉동 상태에서 주입되지 않으면 파괴된다. 제조사에서는 지금으로선 신중하게 영하 70℃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추후 더 높은 온도에서 보관돼도 효력이 떨어지지 않는지 연구할 거고 출시 때는 사용 조건이 더 완화될 것”이라며 “이것이 화이자에 주어진 숙제이기도 하다. 미국 모더나는 비슷한 기전의 백신을 개발하고 있지만 영하 20℃에서 보관돼도 괜찮다고 이야기한다. 영하 70℃는 대학병원 정도는 돼야 보관과 접종이 가능한 수준이다. 일반 백신운송차량도 한계가 있다. 만약 조건이 완화되지 않으면 지금으로선 국내에서 접종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임상3상 진행 중인 코로나19 백신은 10개 정도다. 정 교수는 “백신 개발 희망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 차이다. 아직 mRNA 백신이 나온 적 없어서 알려지지 않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기전상 mRNA 백신이 신체에 해를 끼칠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막연한 공포감을 갖지는 말았으면 좋겠다”며 “다만 아직 중간분석 결과가 나왔을 뿐이다. 추후 백신에 대한 외부 심사자의 분석 결과가 필요하다. 주목되는 백신인 만큼 화이자에서도 로 데이터(row data)를 다 내놓을 거라 예상한다. 이에 대해서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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