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후 매매 중개를 한 건도 하지 못했다. 전·월세 계약 중개도 3개월 만에 처음 중개한 뒤 한 달에 한 건 정도 하는 상황이다. 이맘때쯤 학교를 배정받으려고 은마아파트 쪽 전세 문의가 많이 들어오는데,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계약갱신 사례가 늘고, ‘재건축 2년 의무 거주 요건’으로 집주인이 직접 아파트에 들어가 살기 시작하면서 전세 매물도 씨가 말랐다.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마냥 기다리고 있다(서울 강남구 대치동 공인중개사).”
“오늘 달력을 배포하러 삼성동 공인중개업소 100여 곳을 들렀다. 손님이 있는 업소가 한 곳도 없었다. 토지거래 허가 조건이 까다롭고, 신청이 반려될 수 있다는 우려로 매매가 크게 줄었다. 사무실 월세 200만~300만 원에 실장(중개보조원) 인건비 등을 주고 나면 적자인 중개업소가 많다. 지역 상권에 비밀 유지를 당부하며 부동산중개업소 양수·도 전문가에게 매물을 내놓은 공인중개사도 꽤 있는 것으로 안다(서울 강남구 삼성동 공인중개사).”
“7월부터 지금까지 매매와 임대차 계약을 포함해 한 건도 중개하지 못했다. 집값 안정세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매물이 나오지 않을뿐더러, 토지거래 허가 조건을 갖추고 구청의 허가 기간 1~2주를 기다리는 사람도 없다. 거래 물건이 없으니 중개사들 얼굴빛에 구름이 꼈다. 다들 임대 기간과 권리금을 생각해 버티고 있지만 여차하면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송파구 잠실동 공인중개사).”
서울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영업 중인 공인중개사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공인중개사의 주된 먹거리인 주택 매매와 임대차 거래가 허가구역에서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줄어드는 수입으로 임대료와 인건비 지출을 감당하면서 적자폭이 커지고 있지만 임대기간과 권리금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전언이다.
올해 6월 17일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에 따라 국제교류 복합지구 인근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삼성동, 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이곳에서 18㎡(5.45평)를 초과한 주거용 토지(대지지분면적)는 실거주 목적으로만 사들일 수 있다. 매수자는 향후 2년 동안 매매나 임대를 할 수 없다. 주거용 토지 취득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려는 경우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서울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직후인 7월부터 10월까지 이 지역 아파트 매매와 전·월세 거래량은 각각 160건, 2147건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매매는 87.04%(1075건), 전·월세는 23.81%(671건) 줄었다. 같은 기간 서울시 전체 아파트 매매와 전·월세 거래는 각각 34.35%(1만 1692건), 13.23%(7636건) 감소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현재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영업 중인 공인중개사는 총 1140명이다. 지역 내 아파트 매매 및 전·월세 물건을 지역 공인중개사가 모두 소화했다고 가정했을 때, 지난 4개월 동안 공인중개사 1명당 2.02건의 계약을 중개한 셈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공인중개사 1명당 중개한 물건은 3.56건이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공인중개사 개·폐업률은 아직 전년과 큰 차이가 없다. 강남구와 송파구에 따르면 7월부터 10월까지 강남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개업한 공인중개업소는 58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개 줄었다. 반면 폐업한 공인중개업소는 49명으로 11개소 감소했다. 대치동 소재 공인중개업소 두 곳은 각각 9월과 10월 영업을 3개월 넘게 쉬는 휴업 신청을 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공인중개사가 거래할 수 있는 물량이 3분의 1 이상 줄면서 영업에 큰 부담을 안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의 부동산 가격이 다른 지역에 비해서 비교적 비싸서 중개보수가 높을 수는 있지만, 높은 임대료와 직원 월급 등을 부담해야 하는 중개업소 입장에서는 영업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며 “임대기간과 권리금이 있기 때문에 인수하겠다는 다른 공인중개사가 없으면 손해를 보더라도 폐업조차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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