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나이를 먹을수록 누가 잔소리하는 게 그렇게 싫다. 백번 옳은 얘기도 일단 반감부터 든다. 그런데 직장상사의 삐져나온 코털을 지적한다고? 그건 불가능하다. 작정하고 직장 생활을 망치는 행위다.
어릴 적에는 엄마의 잔소리 덕분에 그래도 조금은 사람 구실을 한다. 독립하고 사회 생활을 하면 고약한 습관이나 해선 안 될 행동이 점차 늘어난다. 문제의식도 없다. 왜? 아무도 지적해주지 않으니까. 타인은 자신의 이익을 침해당하거나, 범법 행위가 아닌 이상 입을 다문다. 동료나 하급자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저 고개를 돌리고 피하거나, 뒤에서 흉을 보는 게 전부다.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으로 비대면 비즈니스가 늘어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 오히려 그동안 신경 쓰지 않았던 새로운 문제들이 생겨난다. 시대가 달라지면 그에 맞는 매너가 요구되고, 그 매너를 지키지 않는다고 소송을 당하는 건 아니다. 단지 시나브로 도태될 뿐이다. 이건 업무 역량과도 별개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이미지 컨설팅 전문가이자 비즈니스 스타일에 관해 여러 책을 쓴 황정선 이미지 공작소 대표가 비대면 시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맺게 되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정리한 ‘소셜한 매력’을 최근 출간했다.
신간 ‘소셜한 매력’에는 무려 88가지나 되는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 상황 예시와 함께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각 장의 제목이 모두 ‘마라’로 끝나는데, 죄다 마라탕같이 매콤하고 얼얼한 충고다. 무리한 개그 욕심이 인간 관계를 망치듯이, 매력은 무엇을 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지 않을 때 쌓인다.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연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충고부터 가까운 누군가가 떠오르는 충고, ‘헉’ 하며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충고까지 알차게 구성돼 있다. 특히 재택근무로 인해 화상회의나 메신저를 통한 업무가 많아진 요즘 알아두면 좋을 내용도 제법 담겼다. 그 중 눈길을 끄는 한 가지를 소개한다. ‘카톡 프로필에 아기 사진 올리지 마라. 북한산 정상 셀카도 그만 보고 싶다.’ 얼마 전부터 등산에 재미를 붙인 터라 괜스레 마음이 찔렸다.
‘소셜한 매력’은 성별, 직급, 업종을 넘나들며 모두에게 무차별 ‘팩트폭행’을 가한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보면 남자들이 반성할 내용이 좀 더 많다. 괜히 품절남이나 유부남이 좀 더 깔끔하고 매력적으로 보이는 게 아니다. 그게 다 옆에서 잔소리해줄 사람이 있어서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술술 읽힌다. 뜬구름 잡는 형이상학적 이야기나, 뭔가 그럴싸한 이름을 붙인 ‘개똥이론’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그동안 황 대표가 수많은 강연과 컨설팅 자리에서 만난 비즈니스 현장의 목소리를 그대로 담고, 현실적이고 정확한 조언을 한다.
물론 이걸 다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피곤하고 알 수 없는 반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냥 눈에 잘 띄는 곳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반복해서 읽고, 몸에 배도록 하는 게 그나마 현실적인 방법이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아니, 늙어서 잔소리는 사드세요.....제발.
봉성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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