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고객의 자금으로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고 의결권까지 행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이 같은 운용방식은 금융당국에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운용 측은 단순 실수로 잘못 작성된 내용이 운영보고서에 포함되면서 발생한 ‘해프닝’이라는 입장이다. 그 내용을 확인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55개 펀드를 운용하면서 계열사 미래에셋대우 지분 628만 3726주를 매입(6일 종가 기준 557억 원 규모)해 올해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일부 행사했다. 당시 주총 안건은 △임원의 임면 △임원 보수 결정 △기타 △재무제표 승인 등이었는데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보유하던 주식 247만 2389주의 의결권은 ‘찬성’으로 행사했고, 나머지 381만 1337주는 ‘중립’을 지켰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금융권은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은 자산운용사가 자사 운용 펀드를 통해 계열사 지분을 매입해 의결권을 사용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지배주주가 운용사를 통해 모집한 고객 돈을 계열사 지배력 강화에 이용할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펀드 운용사들은 자본시장법 제87조 2항에 따라 운용 펀드를 통해 계열사 지분을 매입해 주총에서 의결권이 생기면 ‘중립’으로 행사한다. 이를 위반하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미래에셋그룹은 오너(박현주 회장)가 있어 더욱 눈길이 쏠렸다. 박현주 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펀드를 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실수로 잘못 처리된 자료가 금투협에 전달됐다고 밝혔다. 실제로는 당시 미래에셋대우 주총에서 중립을 지켰지만, 사무수탁을 맡은 예탁결제원의 자료를 받아 정리하는 과정에서 오독해 사실과 다른 내용이 보고서에 담겨 금투협에 전달됐다는 설명이다. 그 과정은 아래와 같다.
펀드 운용사는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를 예결원에 사무수탁 하고, 예결원은 맡겨진 주식에 대해 기준가를 산정하는 등의 회계 처리를 위한 자료를 운용사에 통보한다. 운용사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운영보고서를 작성해 금투협에 전달한다. 이때 예탁원이 운용사에게 넘기는 자료에는 의결권 사용 여부에 대한 정보가 없다. 다만 시스템상 의결권 사용 여부를 어떤 식으로든 표기해야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기 때문에 의결권 사용 여부를 묻는 칸에 의미가 없는 ‘찬성’으로 표기해 자료를 운용사에 넘긴다. 운용사는 이를 공란이라고 여기고 운영보고서 담당자가 따로 의결권 사용 여부를 확인해 운영보고서를 작성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예탁원이 ‘찬성(사실상 공란)’이라고 기입한 자료를 잘못 파악해 운영보고서에 ‘찬성’으로 반영했고, 이 같은 내용이 금투협에 전달되면서 마치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미래에셋대우의 지분을 매입해 의결권을 행사한 것처럼 알려졌다”고 밝혔다.
관련 자료도 제시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 3월 미래에셋대우 주총에서 해당 펀드에 대한 모든 의결권을 ‘중립’으로 행사한다는 위임장이었다.
이 같은 내용은 한국거래소의 공시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한국거래소에는 (운용지원팀이 아닌) 스튜어드십코드 운영팀에서 따로 자료를 보내고 있어 의결권 관련 내용이 제대로 공시된 것”이라며 “위임장에서 확인 가능하듯 의결권을 펀드 운용사가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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