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아바타의 산업적인 가치가 주목받는 가운데 이제는 실존 멤버와 아바타가 공존하는 걸그룹까지 등장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수요가 급증하면서 메타버스 중심의 ‘아바타 경제’ 시대가 점차 현실화 되고 있는 것.
국내 메이저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SM은 최근 실존하는 가수와 그 아바타가 교감하며 현실과 가상을 오간다는 콘셉트의 SM 신인 걸그룹 ‘에스파’를 선보이며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를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실체와 아바타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콜라보를 선보이는 등 다채롭고 파격적인 방식으로 활동할 계획이다.
젊은 연령층의 팬들을 확보하는 게 중요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경우 최신 기술을 접목한 콘텐츠를 종종 선보여왔다. 과거 ‘사이버 가수’들이 등장했고, 최근에는 인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공식 가상 걸그룹 ‘K/DA’가 게임 팬들 사이에서 적잖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K/DA는 ‘롤드컵’ 행사에서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오프닝 공연 무대를 선보이는 등 다양한 활약을 해왔다.
에스파의 경우 가상 세계 속 캐릭터뿐 아니라 노래하고 춤추는 실체가 공존한다는 점이 그간 사이버 가수나 VR 걸그룹 등과는 결이 다르다. 이는 실존하는 사람들이 가상의 세상에서 아바타로 자아를 이입해 실제로 사회, 문화, 경제 활동을 이어가는 ‘메타버스’가 확산되는 트렌드를 정면 겨냥한 움직임이다.
#엔터 업계 아바타 투자 “신규 수익 창출 잠재력 무궁”
SM 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업계 주요 경쟁사들도 아바타 관련 역량 확보에 적극적이다. 지난 10월 중순 증강현실(AR) 아바타 앱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로부터 총 120억 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이번 투자를 통해 가상환경에서 IP를 활용해 더 확장된 팬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추후 메타버스 기반의 경제가 지금보다 더 자리 잡히게 되면, 인기 아이돌의 아바타는 가상 세계 속에서 확장된 팬 경험뿐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는 무궁한 잠재력이 있을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코로나19가 확산된 올해 들어 글로벌 주요 게임들이 본격적으로 보여준 메타버스의 상업적 잠재력을 보여준 것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4월 전세계 1위 배틀로얄 게임인 포트나이트 게임 안에서 트래비스 스캇의 콘서트가 열린 날 동시 접속자는 1230만 명이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트래비스 스캇의 아바타는 나이키 신발을 신고 있었는데 엄청난 노출 효과를 누린 셈이다. 또 콘서트 전후로 스캇의 음원 스트리밍 이용률은 최대 50%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게임 내에서 이용자들이 사적인 모임을 할 수 있고 음악인들이 콘서트를 열 수 있는 가상의 공간을 제공한다. 유명 패션 브랜드인 마크 제이콥스와 발렌티노는 사람들이 동물의 숲 내에서 친구들과 네트워킹 하면서 자신의 아바타를 꾸미고 싶어하는 수요를 겨냥해 자사가 디자인한 의상을 아바타용 의상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즉 메타버스 기반 가상의 모임 공간은 어떻게 활용하냐에 따라 회의룸, 파티장, 콘서트장뿐 아니라 패션 아이템등의 마케팅 및 광고의 장이 될 수 있고, 실제로 물건을 파는 상점이 되어 전자상거래의 장도 될 수 있으며, 유명인사들이 나와 물건을 소개하고 리뷰하며 팔기도 하는 라이브 커머스의 장이 될 수도 있다.
언급한 게임 사례들로 실제로 ‘돈’이 될 수 있는 힘을 입증한 메타버스의 특징들을 생각해볼 때, 인기 스타 아이돌의 아바타는 가상의 공간 속에서 팬미팅 같은 팬서비스뿐 아니라, 콘서트를 열거나 새 음원을 소개하고, 패션 아이템 간접 광고 등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등 상업적인 활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그동안 오프라인이나 TV, 잡지 등을 통해 해 왔던 패션 광고, 드라마 PPL 등이 아바타를 통해 메타버스로까지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메타버스 상에서도 해당 아바타에 ‘OO완판녀’ 같은 수식어가 붙을지 모른다.
#IT 거물들도 투자 활발, 디지털 휴먼 기술도 각광 예상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앞서, 글로벌 IT 거물들도 당연하게 아바타 역량 강화를 위한 기술 개발 및투자에 나서고 있다. 페이스북은 모든 이용자들이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 수 있는 간단한 툴을 제공해 수많은 이들이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어 페이스북 내에서 댓글 등에 사용하고 있다. 애플도 이미 아이폰에서 아이메시지에 사용할 수 있는 아바타 생성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이들의 단기적인 목적으로 코로나19로 비대면 소통이 늘었으니 이를 위한 온라인 및 모바일 소통 기능을 강화하는 것은 수순으로 보인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VR, AR 역량 강화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점 등을 비추어볼 때 장기적으로는 메타버스로의 큰 그림이라고 쉽게 해석된다.
이와 함께 아바타 제작 관련 기술 업체들도 많은 각광을 받으며 각종 투자를 이끌어 내고 있다. 일례로 최근 에픽게임즈가 3D 모션 캡쳐 스타트업 하이퍼센스를 인수했다고 ‘더밀크’가 최근 보도했다. 에픽게임즈는 포트나이트를 통해 게임 기반 메타버스 시대를 리드하는 주요 기업이다. 하이퍼센스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이용자의 얼굴 표정을 캡쳐해 줌, 트위치 등에서 쓸 수 있게 해주는 ‘하이퍼미트’ 앱을 보유했다.
나아가, 그동안 ‘디지털 휴먼’ 제작 기술을 개발해 오며 기술력을 쌓아온 기업들의 기업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정교하고 아름다운 아바타에 대한 수요가 자연스럽게 자라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 외모보단 ‘콘텐츠’가 더 중요해지는 시대 올까
그렇다면 좀 더 먼 미래에는 어떻게 될까. 영화 ‘아바타’에서처럼 사이버 상에서뿐 아니라 실제 세상에서도 물리적 몸까지 가진 내 아바타가 돌아다니고, 내 뇌파로 제어하고. 내 몸은 골방에 있어도 그 아바타를 통해 오감으로 모든 것을 다 느끼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라는 ‘뇌피셜’도 해볼만 하다.
상상의 날개를 더 펼쳐보자면 그렇게 훗날, 가상의 삶의 비중이 커지는 날이 온다면, 실제 외모의 중요성이 낮아지지 않을까. 지금도 누구나 연예인 얼굴로 만들어주는 사진 및 동영상 편집 앱들이 많아 SNS에는 미남 미녀가 넘친다. 가령 최근 페이스북에서는 한 정치인과 배우 정우성의 얼굴에 ‘페이스앱’을 이용해 전후 사진을 비교한 포스팅이 주목받았다. 이 정치인은 전후 차이가 큰 반면, 정우성은 손대지 않은 사진도 이미 충분히 호감을 끌어 앱 변환이 별 의미가 없다는 반응을 얻었다.
즉 아바타로 활동하는 가상의 세계가 메인이 되는 날이 온다면 실제 뛰어난 외모를 가진 이들이 손해보는 구조가 될지도 모른다. 기뻐할 일(?)일수도 있지만, 반대로 말하면 메타버스 시대는 콘텐츠와 인성의 중요성이 훨씬 더 높아지는 시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강현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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