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은행은 10월 27일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1.9%로 집계돼 2010년 1분기(2.0%) 이후 10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고 밝혔다. 한은은 올 3분기 경제성장률이 큰 폭으로 오른 데는 수출 회복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올 3분기 수출은 전기 대비 15.6% 급증해 1986년 1분기(18.4%) 이래 34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은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 자료를 통해 수출 덕에 우리나라 성장률이 대폭 상승했다고 밝혔지만 실제 수출액이나 기업 상황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우리 경제를 둘러싼 수출 위기는 악화되고 있다. 통계상으로 보면 3분기 수출이 전기 대비 15.6% 올랐지만 이는 올 2분기에 수출이 급락했던 점이 반영된 기저효과에 불과하다. 올 2분기 수출은 전기 대비 16.6% 감소해 1963년 4분기(-24.0%)이래 최악이었다.
한은의 3분기 GDP의 재화·서비스 수출액(계절조정 기준)을 보면 194조 9983억 원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해 4분기 203조 8337억 원보다 10조 원 가까이 적었다. 또 코로나19 영향이 국내에 퍼지기 시작하던 올 1분기 수출액 201조 614억 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이던 2008년보다 더욱 악화되는 점도 수출 회복 평가에 의구심을 던지고 있다. 한은과 KDB 미래전략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9월 중 예금은행의 기업대출액은 97.1조 원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기업대출 증가액(37.7조 원)의 2.6배에 달하는 수치다. 또 과거 최고치였던 2008년(1~9월)의 64.3조 원에 비해서도 1.5배 많았다.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의 자금 사정 모두 나빠졌다. 올 1~9월 중소기업의 예금은행 대출 증가액은 73.3조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9.8조 원)보다 84.5% 급증했다. 대기업의 경우 지난해(1~9월)에는 예금은행 대출이 2.1조 원 감소하며 빚을 줄였지만, 올해는 23.7조 원 증가로 돌아섰다. 여기에 기업들의 은행대출 상환 연체율도 상승세일 정도로 기업 자금 사정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 올 6월 0.39%였던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8월 0.47%로 올랐다. 기업 자금 사정을 보면 수출 덕에 경제가 좋아졌다고 말하기 무색하다.
기업들의 수출 전망을 보면 앞으로의 상황도 우울하다. 한은에 따르면 제조업 업체의 11월 수출 전망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9에 머물렀다. BSI는 기준치가 100으로, 100보다 낮으면 낮을수록 현재보다 6개월 후 수출 상황이 나빠질 것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코로나19가 국내에 퍼지기 직전인 2월에 수출 전망 BSI가 85였던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기업들의 수출 회복 기대감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에서 수출 전망 BSI가 더 낮았다. 중소기업의 11월 수출 전망 BSI는 77에 불과했다. 대기업의 경우 11월 수출 전망 BSI가 중소기업보다는 나은 82였지만 올 2월 94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진 수준이다.
여기에 한국 수출이 구조적 위기에 봉착한 상태로 수출 실적 개선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경고마저 나온다. 영국 경제분석기관인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최근 ‘한국: 수출이 상대적으로 부진할 것으로 생각되는 이유’ 제목의 보고서에서 “코로나19 대유행과 미·중 무역 전쟁의 악영향이 없었다 하더라도 한국의 수출 실적은 보통 이하였다”며 “한국 제품의 국제 경쟁력은 실질실효환율(각국 물가와 교역비중 등을 반영한 환율) 가치와 제조업 단위 노동 비용의 상승으로 방해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한국 수출을 억누르는 구조적 요인이 향후 몇 년 간 광범위하게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특히 최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여러 산업을 구조조정하고 새로운 산업을 개발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 한국 기업의 비용 부담을 늘리고, 경쟁력을 끌어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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