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쿠팡이 중고거래 서비스를 출시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져 화제다. 코로나19와 정보기술 발달로 중고거래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는 가운데, 관련 업계는 쿠팡이 그동안 구축한 인프라가 어떤 파급력을 가져올지 주목하고 있다.
28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쿠팡은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중고거래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이미 쿠팡 자체 오픈마켓인 ‘마켓플레이스’ 입점 사업자들은 반품 제품을 ‘최상’, ‘상’, ‘중’ 등급으로 매겨 중고물품을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쿠팡이 중고거래 플랫폼 서비스에 뛰어든다면 기존의 B2C(사업자-소비자)에서 C2C(소비자-소비자)까지 영역을 확대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쿠팡이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아, 업계에는 다양한 추측이 나온다. 한 중고거래 플랫폼 관계자는 “쿠팡의 그림이 명확하게 드러난 게 아니라 말을 하기 조심스럽지만 업계에서 신경을 쓰고 있는 건 맞다. 올해 중고거래 시장이 커지면서 새로운 사업자들이 주목받고 있지만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고 보기엔 이르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유통사가 시장에 진입하면, 소비자는 접근이 쉽고 여러 편의점을 가진 쪽으로 옮겨가기 쉽다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반면 중고거래 플랫폼은 각각의 강점이 명확해 새로운 사업자의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해석도 만만치 않다. 또 다른 중고거래 플랫폼 관계자는 “업계 1, 2위인 당근마켓과 중고나라의 소비층은 비교적 분명하게 나뉜다. 당근마켓은 동네로 한정해 판매 물품을 보여주기 때문에 체류시간이 높고, 중고나라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충성고객과 데이터를 쥐고 있다. 번개장터도 패션, 디지털 등 특정 부분에 집중함으로써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쿠팡의 중고거래 서비스는 어떤 형태가 될까? 박성의 진짜유통연구소 소장은 세 가지 강점을 제시했다. 박 소장은 “쿠팡의 가장 큰 강점은 ‘물류’다. C2C 형태의 플랫폼을 열되, 자체 물류 시스템을 더하면 서울의 소비자는 제주도의 판매자가 내놓은 중고물품을 ‘로켓배송’ 형태로 빠르게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고거래는 쿠팡이 소비자를 묶어두는 무기인 ‘쿠페이’, ‘로켓와우’와도 연결될 수 있다. 박 소장은 “간편결제 서비스 ‘쿠페이’를 접목할 경우 소비자 입장에선 안전거래 측면에서 매력적이고, 쿠팡은 거래액과 트래픽이 동시에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쿠팡은 현재 자체 멤버십인 ‘로켓와우’ 회원을 대상으로 무료배송, 무료반품, 파격할인 등을 진행하고 있는데 여기에 중고거래 서비스를 더 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 소비자가 찾는 중고물품이 검색되지 않을 경우 데이터에 기반해 쿠팡이 자랑하는 최저가 상품을 제안할 수도 있다. 물론 그동안 대기업들이 여러 방면으로 시도했듯 중간에서 회사가 매입해 검증된 물건을 판매하는 형태도 고려할 만하다. 물류센터와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이 방법도 리스크가 적은 선택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쿠팡은 올해 초부터 공격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음식배달 서비스 ‘쿠팡이츠’와 핀테크 사업 ‘쿠팡페이(쿠페이)’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싱가포르 OTT 업체 훅의 소프트웨어 사업 부문을 인수하면서 OTT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혔다. 쿠팡의 OTT 서비스 준비는 네이버, 카카오 같은 종합 플랫폼으로 도약을 준비하는 것으로 예측된다.
이외에도 3자 물류 사업 진출을 위해 국토교통부에 택배 사업을 할 수 있는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자 지정 신청서를 제출하거나 중국, 일본 등 해외사업 진출을 염두하고 법인을 설립하는 등 사업다각화를 위한 움직임이 여럿 포착되고 있다. 중고거래 서비스 진출에 대해 쿠팡 홍보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논의가 됐을 수 있지만 현 단계에서 구체화된 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쿠팡의 전방위 ‘카피캣 전략(다른 기업의 서비스나 비즈니스 모델을 모방하는 전략)’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쿠팡이 로켓배송의 성공 이후 오픈마켓 ‘마켓플레이스’, 음식배달 ‘쿠팡이츠’, 간편결제 ‘쿠팡페이’ 등 줄곧 타 업체가 검증받은 영역에 후발 주자로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당근마켓이 테스트 마케팅을 해준 셈이다. 쿠팡, 네이버 같은 플랫폼 기업은 어디로든 확장이 가능하다는 특성을 갖기 때문에 트래픽을 쥐고 가능한 모든 분야로의 진출을 고민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전체 중고거래 시장의 성장을 이끌게 될지, 기존 플레이어들을 잠식해버릴지, 발을 담궜다가 뺄지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다”라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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