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KT 노동조합이 노조전임자가 아닌 정체불명 인원 3명에게 지난해 8월부터 약 2억 원에 달하는 급여를 조합원들이 십시일반으로 거둔 조합비에서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합원들은 물론 고용노동부(노동부)까지 KT노조에게 전체 전임자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지만 KT 노조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될 수 있다며 공개 거부로 일관하고 있다.
결국 노조 조합원들로 구성된 현장조직 KT 전국민주동지회는 김 아무개 노조위원장을 횡령 혐의로 지난 21일 경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한 상태다.
KT 노사 단체협약 조합 전임자 규정은 ‘조합 전임자의 수와 처우는 노사 합의로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KT는 노사 합의에 따라 노조전임자를 유급전임자와 무급전임자로 구분해 유급전임자의 경우 회사에서 급여를 지급하고 무급전임자의 경우 조합에서 조합비로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KT 노조는 조합원들의 기본급에서 1%를 공제해 조합비를 거둬들이고 있다. KT 노조는 조합원 수만 1만 8000여 명에 달하는 거대 노조로 조합비는 연 7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 위원장이 취임한 2018년부터 유급전임자는 줄곧 20명을 유지하고 있으나 무급전임자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22명 이었다가 지난해 8월부터 갑자기 3명이 늘어 25명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정체불명으로 늘어난 3명의 무급전임자들에게 1년 넘게 조합비로 급여가 지급됐다. 이는 KT 노조의 회계내역 상의 무급전임자 급여 지출내역으로 드러났다. 이들 3인에게 그간 지급된 급여 규모는 2억여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KT 민주동지회는 노조전임자가 아닌 인원에게 조합비를 지급하는 것은 조합비 횡령에 해당한다며 해당 인원의 공개를 요구했다.
민주동지회를 중심으로 구성된 고발인들은 지난 9월 김 위원장에게 조합전임자 전체 명단 공개와 조합비에서 급여가 지급된 회계자료 열람청구를 골자로 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이들은 이달 노조 사무실까지 방문했으나 노조는 개인정보보호 차원을 이유로 열람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고발인들은 관할 노동청에 노조법 26조(운영상황의 공개) 위반으로 지도를 요청했다. 이후 KT 노조 관할인 노동부 성남지청 근로감독관이 전임자 명단을 공개하라고 지도했음에도 KT 노조는 공개 거부로 일관 중이다.
2017년 11월 당선된 김 위원장의 임기(3년)는 2018년 1월부터 올 연말까지다.
임 아무개 고발인은 “다음 달 KT 노조는 중앙위원장을 비롯한 각급 대표자 선거를 하게 된다. 따라서 노조비 횡령 사실이 조합원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뭉개기’로 버티는 것이라 볼 수 있다”며 “그간 노조 집행부는 조합비 사용내역을 조합원들에게 투명하게 밝히지 않았다. 앞서 2011년 노조 선거 시에는 당시 위원장 당선자가 상대 후보의 사퇴를 조건으로 조합비 수 억 원을 유용해 조합원들에게 고발을 당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비즈한국은 김 위원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그로부터 “회의 중이다”라는 답변 외에는 어떠한 입장도 들을 수 없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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