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함께 경제정책 기조 중 하나로 ‘혁신성장’을 내세우고 관련 사업에 지난 3년간 11조 원이 넘는 돈을 투입했다. 혁신성장에 대한 막대한 재정 투입에도 생산에 미치는 효과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고, 취업 효과는 제자리걸음을 걷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내는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규제개혁이 필수인데 정부·여당이 규제 개혁보다는 규제 만들기에 힘쓰면서 효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공정경제·혁신성장을 경제정책의 3가지 틀로 제시했다. 3가지 경제정책 기조가 가진 의미는 문 대통령의 말에서 잘 드러난다. 문 대통령은 2018년 8월 28일 국무회의에서 “혁신성장은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것이고 소득주도성장은 잘 사는 사람만 잘 사는 게 아니고 함께 잘 사는 성장을 하자는 것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이기도 하다”이라며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은 공정경제 토대 위에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은 지나치게 빠른 최저임금인상으로 좌초됐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위한 혁신성장도 재정투입에 비해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혁신성장에 맞춰 3대 전략투자(빅데이터·인공지능(AI)·수소경제)와 8대 선도사업(미래자동차·드론·바이오헬스·에너지신산업·스마트공장·스마트시티·스마트팜·핀테크), 혁신인재양성이라는 3가지 주요 사업을 내놓았다. 문재인 정부는 자신들이 예산편성 권한을 가진 2018년부터 이 혁신성장 사업에 대한 재정투입을 해마다 늘려왔다.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국회 등에 따르면 2018년에 1조 9342억 원이었던 혁신성장 재정투입 규모는 2019년에 3조 9966억 원으로 2배 넘게 늘었다. 2020년에는 혁신성장에 대한 재정투입은 5조 5577억 원까지 증가했다. 3년 동안 혁신성장에 정부가 투입한 재정은 11조 4886억 원에 달한다.
이처럼 혁신성장에 대한 재정투입을 해마다 늘려왔지만, 우리나라 경제 전체 생산에 영향을 주는 생산유발계수는 매년 하락 추세다. 혁신성장에 대한 재정투입이 가져온 생산유발효과는 2018년 4조 697억 원, 2019년 8조 3319억 원, 2020년 11조 4358억 원이다. 혁신성장 산업 관련 생산액이 매년 크게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재정투입이 늘어난 때문이다. 재정 1원 투입 당 생산유발효과를 계산하는 생산유발계수를 보면 효과는 매년 줄고 있다. 생산유발계수는 혁신성장에 재정투입이 처음 시작된 2018년에는 2.10이었으나 2019년에 2.08로 하락했고, 2020년에는 2.06으로 떨어졌다.
또 혁신성장에 대한 재정투입에도 취업 효과 역시 거의 제자리걸음 중이다. 정부의 3대 전략투자와 8대 선도사업, 혁신인재양성 3대 사업으로 늘어난 취업자는 2018년 1만 9729명, 2019년 4만 425명, 2020년 5만 6861명이다. 3년 동안 11만 7015명이다. 그런데 10억 원을 투입할 때마다 늘어난 취업자 수를 보면 10명 수준에서 고정되어 있다. 2018년에 혁신성장에 대한 재정투입 10억 원당 늘어난 취업자 수(취업유발계수)는 10.20명이다. 2019년에는 취업유발계수는 10.11명으로 하락했다가 2020년에 10.23명으로 소폭 올랐다.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는 셈이다.
이러한 생산유발계수나 취업유발계수가 보여주는 문제점은 혁신성장이 정부의 재정투입에만 의존한다는 점이다. 민간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나 참여가 있다면 생산유발계수나 취업유발계수가 해마다 상승하는 추세를 보여야 정상이다.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에 기업들이 동참하지 않는 것은 정부의 정책 무게가 혁신성장이 아니라 대척점인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에 있다고 판단하는 탓이다.
특히 정부·여당이 규제개혁에 나서지 않는 점이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 기조에 대한 기업들의 의구심을 가시지 않게 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9년 국가경쟁력 평가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기업 비즈니스 활동을 제약하는 ‘정부 규제 부담’ 부문에서 전체 114개국 중 87위를 기록했다. 방글라데시(84위), 에티오피아(88위) 등 세계 최빈국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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