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육군과 공군에서 운용중인 ‘CH/HH-47D’ 치누크 헬기의 성능개량 사업이 또 한 번 위기에 처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인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위사업청(방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은 지난 9월 치누크 헬기 성능개량사업 4차 선행연구에서 “국외 성능개량 대비 동일 장비 신규 구매가 더 저렴하므로 사업 재판단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육군과 공군이 운용중인 CH/HH-47D는 총 50여대로 이 가운데 14대는 2014년 주한미군이 쓰던 것을 구입해 들여왔다. 지난 2017년 이 헬기들은 국회에서 중고헬기 도입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치누크는 우리 군이 운용중인 여러 종류의 헬기들 가운데 가장 독보적인 능력을 자랑한다. 수송헬기로 분류되는 치누크는 대규모 인원이나 대형 화물 이송에 주로 사용된다. 대형헬기이다 보니 육군과 공군뿐만 아니라 해군과 해병대의 지원에도 사용된다.
이처럼 다재다능한 치누크의 성능개량사업이 추진된 배경에는, 기체 노후화와 함께 현재 사용 중인 CH-47D가 미국에서 단종되면서 운용 유지에 필요한 부품 수급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미 정부는 그 동안 두 차례에 걸쳐 CH-47D가 단종된다는 서한을 우리 정부에 보내 향후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군은 운용 유지에 필요한 추가적인 부품 구입을 하지 않았고, 그 결과 공군의 경우 올 상반기 치누크 헬기 가동률은 41% 수준으로 떨어졌다.
치누크 성능개량사업은 2018년부터 2026년까지 8278억여 원을 들여 치누크 헬기의 기체와 엔진, 조종실을 교체하고 동력전달계통과 항법, 생존, 통신장비를 보강하는 성능 개량을 실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2007년 최초 소요 결정 이후 세 차례의 선행연구와 두 차례의 사업 타당성 검토에서 국외 구매, 국내 연구개발, 국외 성능개량 순으로 사업 방식이 변경되고 대상 기체 수도 여러 차례 바뀌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10여대 만 리뉴(Re-New) 방식으로 치누크 헬기의 제작사인 보잉사가 성능 개량하기로 지난해 결정된다. 리뉴란 기존 CH-47D 동체를 신형 CH-47F 동체로 바꾸고, 기존 헬기에서 쓸 만한 부품들을 골라낸 후 오버홀 즉 분해 수리한 후 다시 장착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출력이 강화되고 디지털화된 신형 엔진을 장착한다. 하지만 이 리뉴 방식도 예상했던 것 보다 가격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품원은 이번 4차 선행연구에서 신규 구매가 유리하다고 결론 내렸다.
방산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10월 안에 방위사업청이 성능 개량과 신규 구매를 두고 최종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전한다. 하지만 여기서 만약 신규 구매로 결정된다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미 보잉사가 만들고 있는 치누크 헬기는 CH-47F 블록1 모델. 하지만 이 모델은 향후 블록2로 대체될 예정이며, 현재 마지막 생산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신형 치누크 헬기 신규 구매를 위해서는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우리 군이 구매와 관련된 의사결정과 행정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신규 구매에 필요한 의사결정과 행정절차에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 하다는 것이 군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블록2 모델의 경우 비록 모양은 비슷하지만 신형장비가 장착되는 신규 모델이다 보니 각종 시험비행 그리고 최종관문인 미 육군의 전투 사용가 판정을 받으려면 최소한 수 년의 시간이 걸린다. 결국 신규구매도 잘못하면 10년 가까운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치누크 헬기 성능개량사업과 관련된 방사청의 사업관리능력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김대영 군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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