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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재개발 최대어' 낚은 포스코건설 수주 뒷이야기

값싼 공사비와 민원처리비 제안해 시공 따내…서울 강남 재건축 등 올해 수주 잇따라 '눈길'

2020.10.21(Wed) 09:00:56

[비즈한국] 포스코건설이 지난 18일 공사비 9000억 원에 달하는 부산 재개발사업 최대어를 낚았다. 코로나19 여파로 상반기 건설업계 매출이 급감한 가운데, 시공능력평가 5위 포스코건설이 공격적인 제안으로​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승리를 이어가 눈길을 끈다.

 

#공사비와 민원처리비 등이 승부 갈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부산 남구 대연8구역 재개발조합은 18일 조합원 총회를 열고 포스코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전체 조합원 1195명 중 1180명(사전투표 포함)이 참석해 투표를 진행한 결과 포스코건설은 639표(54%), HDC현대산업개발·롯데건설 컨소시엄은 541표(45%)를 받았다. 기권·무효표는 15표(1%)로 집계됐다.

 

대연8구역 재개발사업은 부산 남구 대연4동 1173번지 일대 노후 주택을 재개발해 지하 3층~지상 35층 아파트 30개 동(3516가구)과 부대복리시설을 공급하는 정비사업이다. 총 공사비만 9000억 원대에 달해 대형건설사가 눈독을 들였다. 지난 9월 15일 마감된 입찰에 포스코건설이 단독으로, ​HDC현대산업개발·롯데건설이 컨소시엄을 이뤄 참여하면서 맞대결 구도가 그려졌다.

 

부산 남구 대연8구역(더샵 원트레체) 재개발사업 조감도. 자료=포스코건설 제공

 

결과적으로는 값싼 공사비와 ‘민원처리비’ 등 포스코건설의 파격적인 제안 내용이 이번 수주전 승부를 갈랐다는 게 내부 평가다. 

 

포스코건설은 대연8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총 공사비 8996억 원(3.3㎡당 436만 원)으로 시공하겠다고 조합에 제안했다. 경쟁사인 HDC현대산업개발·롯데건설 컨소시엄이 제시한 공사비 9431억 원(3.3㎡당 478만 원)보다 435억 원 싼 금액이었다. 여기에 주택 유지보수·세입자 민원·상가 영업 민원·토지 분쟁 민원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민원처리비’를 세대당 3000만 원씩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포스코건설은 공공성과 재무건전성을 바탕으로 회사 이윤을 낮춘 것을 조합원에게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연8구역 재개발조합의 한 조합원은 “포스코건설 사업비가 경쟁사보다 쌌고, 민원처리비로 세대당 3000만 원을 지급한다는 제안이 조합원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민원처리비에 관해서는 상대측에서 불법성 논란을 제기하기도 했는데, 건설사에서 지급 의사를 확실히 밝히며 여론전에서 승기를 굳혔다”고 말했다.

 

대연8구역 인근에서 영업중인 한 공인중개업사도 “민원처리비 3000만 원이 시공사 선정에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 일부 조합원들이 컨소시엄으로 입찰에 참여한 데 대해 조직적으로 반발했는데 이런 움직임도 단독 입찰한 포스코건설에도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포스코건설, 올해 정비사업 잇따라 수주해 눈길 

 

포스코건설은 5개월 전에도 공격적인 사업 제안으로 서울 강남권 재건축사업의 시공권을 따냈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21차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지난 5월 28일 총회를 열고 포스코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했다. 전체조합원 108명 중 107명이 참석한 총회에서 포스코건설은 63표를, 경쟁사인 GS건설은 44표를 받았다. 신반포21차아파트 재건축사업은 기존 아파트 2개동(108가구)를 재건축해 지하 4층~지상 20층 2개동(275가구)으로 공급하는 정비사업이다. 2020년 시공능력평가 4위인 GS건설은 신반포21차를 수주해 ​2009년 지은 반포 자이와 브랜드타운을 구축하고자 했다.

 

포스코건설은 신반포21차 재건축사업에서 ‘금융비용 부담 없는 후분양’을 조합에 제안했다. 후분양은 아파트 골조 공사 완료(통상 공정률 80%) 이후에 주택을 분양하는 것을 말한다. 통상 정비사업에서 조합이 후분양에 나설 경우 금융권에서 사업비를 빌려 건설사에 공사비를 지급한다. 착공 시점부터 분양 시점까지 이자 부담을 지게된다.​ 하지만 포스코건설은 신반포21차에서 자체 자금으로 공사를 수행한 뒤, 향후 발생한 일반분양대금으로 공사비를 받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공격적인 제안으로 포스코건설은 ​올해 부산 대연8구역 재개발, 서울 신반포21차 재건축, 대구 경남타운 재건축, 서울 송파 가락현대 5차 재건축, 용인 수지 보원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등을 수주했다. 올해 도시정비·리모델링 사업 수주액만 1조 8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건설은 올해 부산 대연8구역 재개발, 서울 신반포21차 재건축, 대구 경남타운 재건축, 서울 송파 가락현대 5차 재건축, 용인 수지 보원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등을 수주했다. 인천 송도의 포스코건설 송도사옥. 사진=포스코건설 페이스북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은 올해 2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3조 9445억 원, 영업이익 2246억 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582억 원(13%), 1773억 원(375%) 늘어난 실적이다. 건설사의 향후 매출액으로 인식되는 ‘수주잔고’는 2020년 2분기 말 기준 15조 970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74억 원 늘었다. 수주잔고는 총 도급계약금액 중 이행되지 않은 수주액을 뜻한다.

 

이런 실적을 반영해 올해 신용등급도 2017년 이후 3년 만에 ‘A+’로 회복됐다. 기업 신용평가기관인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6월 포스코건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0(긍정적)에서 A+(안정적)로,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한 단계씩 상향 조정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신용등급 변경 사유로 △재무부담 경감 △송도개발사업 정상화로 인한 우발채무 위험 축소 △건축부문 의존도 완화 가능성 △정비사업 위주의 주택공급과 계열공사 확대로 부동산 경기 변동에 대한 대응력 제고 등을 제시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포스코건설은 물론 건설업계 주력 사업이 주택사업 특히 정비사업 쪽으로 치중되고 있다. 우수한 재정상태와 신용등급 등 포스코건설이 가진 장점을 살려 대연8구역, 신반포21차 등 정비사업 단지별로 특화된 제안을 했다. 이런 제안 내용이 수주에서 주요하게 작용한 듯하다”고 설명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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