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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택시는 플랫폼 하나만 써라' 서울시 운영지침 논란

서울시 "안전 위해" 업계 "신규 플랫폼 진입 막아"…'개인사업자' 택시기사의 근로 종속 논란도

2020.10.20(Tue) 18:49:21

[비즈한국] 서울시가 자체 운영지침을 통해 고급택시 운수 종사자가 1개 플랫폼의 호출을 받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는 이러한 규제가 신규 플랫폼의 시장진입을 막을 뿐 아니라 플랫폼의 기본 특성을 무시하는 조치라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개인택시 종사자가 플랫폼에 종속됨에 따른 근로자냐 아니냐 하는 논란도 함께 제기된다.

 

올해 7월 기준 서울시에는 일반택시(법인택시) 60대, 개인택시 569대 등 총 629대의 고급택시가 등록돼 있다. 사진=리모고급택시 홈페이지

 

배기량 2800cc 이상 승용차로 운행되는 고급택시는 2015년 국토교통부의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사업자가 요금을 정할 수 있으며 예약 또는 호출로만 이용할 수 있어 일반‧모범택시와 비교해 가격이 비싸다. 당연히 같은 거리를 주행해도 택시 가격의 2~3배 정도 요금이 매겨져 수익성이 높다. 

 

현재 고급택시를 운영하는 플랫폼 업체는 카카오모빌리티, 우버코리아, 리모택시, 타다 프리미엄 등이다. 2015년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 블랙 서비스를 내놓았고, 우버도 다음 해인 2016년 우버 블랙을 출시했다. 10월 기준 카카오 블랙의 기본요금은 6000원, 우버 블랙의 기본요금은 8000원이다. 플랫폼 업체들은 정확한 플랫폼 이용 기사 수를 밝히지 않지만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가장 점유율이 높은 업체는 카카오 블랙, 그다음이 타다 프리미엄이다. 

 

#플랫폼 1개​만 이용하는 게 ‘안전’하다?

 

서울시는 지난해 6월 ‘고급택시 업무처리 요령 등 운영지침’(운영지침)을 개정하면서 운영 기준에 ‘서비스 안정성을 위해 예약 및 호출장비는 1개만 이용해야 한다’는 조항을 뒀다. 

 

택시기사가 운영 플랫폼(중개사업 프로그램)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8조 및 시행규칙 제28조 규정에 따라 서울시에 ‘고급택시 요금 변경신고’를 해야 한다. 서울시 정보소통광장에 올라온 공문에 따르면 서울시는 요금 변경신고 시 ‘플랫폼사(탈퇴, 가입)에서는 택시사업자가 플랫폼 변경에 문제가 없도록 처리하고, 특히 택시사업자가 신규로 가입하는 플랫폼사는 이전 플랫폼 탈퇴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고 신규 플랫폼에서 운행이 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또 ‘상기 사업자는 신고 중개업체에서만 영업(투콜 등 금지)이 가능하며 신고요금제가 아닌 요금(플랫폼 이용 포함)을 받을 경우 부당요금 등으로 처분받을 수 있음’이라는 항목을 추가해 여러 개의 플랫폼을 사용할 시 생기는 문제를 경고하고 있다. 

 

반면 경기도, 제주도, 부산시 등 다른 지자체는 고급택시 기사가 플랫폼사 1개만 이용하도록 요구하지 않는다. 면허 전환이나 인가제가 아니라 신고제로 운영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서울시 택시물류과 관계자는 개정 이유에 대해 “해당 조항은 외관규제, 택시 갓등, 자격증명서 게시, 개인택시 부제 등 일반중형택시에 부여된 의무 면제 및 자율요금제 등의 혜택을 부여하는 대신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됐다.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기사가 여러 플랫폼을 사용할 경우 이용자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서울시에서는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운수사업자의 자율적인 신청에 따라 일반 중형택시에서 고급택시로의 변경을 인가하기 때문에 기사가 원하면 언제든 일반 중형택시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서울시의 개정 이유를 납득하기 어려워한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모든 플랫폼 앱은 콜멈춤 버튼과 퇴근하기 버튼이 별도로 있으며, 운전자가 콜을 잡은 후에 다른 앱은 콜멈춤 또는 퇴근하기를 눌러서 콜이 안 들어오도록 설정할 수 있다. 또 고유의 앱 미터기 또는 차량 미터기가 작동하므로 요금 혼선 우려가 없다. 기사가 원하면 언제든 일반 중형택시로 전환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현실을 모르는 소리다. 1억 원짜리 5000cc 제네시스 G90 차량을 가지고 기본요금 받는 일반 중형택시를 할 수는 없다. 고급택시 차량에 투자한 개인택시 운수종사자는 엄청난 재정손실을 감수해야 일반 중형택시로 전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플랫폼의 특성을 무시하는 조항이라는 뒷말이 나온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어떤 플랫폼 기업도 월급제가 아닌 이상 자차로 운행하는 자영업자, 프리랜서 기사에게 1개 앱만 쓰라고 강요할 수 없다. 지자체가 자영업자에게 배달 플랫폼 한 개만을 쓰도록 규제를 두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고급택시는 사업자 입장에서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시장이다. VCNC는 ‘타다 베이직’​ 서비스 중단 이후 고급택시를 이용한 플랫폼 호출 사업인 ‘​타다 프리미엄’​ 등으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 중이다. 사진=타다 홈페이지

 

고급택시 시장은 사업자 입장에서 같은 자원으로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시장이라 모빌리티 업계에서도 관심이 많다. 고급택시 사업 진출을 고민 중인 모빌리티 스타트업 관계자는 “지금의 시장은 카카오 블랙이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기사들이 1개의 플랫폼만 사용할 수 있는 조건 하에서는 새로운 사업자가 아이디어나 의지가 있어도 시장에 뛰어들 수 없다. 사실상 스타트업이 뛰어들 수 없도록 지자체가 규제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단일 플랫폼에 종속, 개인사업자 아니라 사실상 근로자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서울시에는 일반택시(법인택시) 60대, 개인택시 569대 등 총 629대의 고급택시가 등록돼 있다. 

 

고급택시 기사 A 씨는 “올해는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 닥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코로나19가 확산된 3월부터 6월까지는 매출이 거의 없는 상황이어서 플랫폼을 옮긴들 마찬가지였다. 외국인이나 관광객 손님이 오가는 공항 일이 없어 지금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플랫폼 중복 가입은 묵시적으로 행해졌다. 서울시나 정부에서 고객이 몰리는 아침, 늦은 저녁만이라도 규제를 풀어서 2~3개의 플랫폼에 중복 가입할 수 있도록 한다면 일반 중형택시의 승차거부나 콜, 골목 대기차량 수요를 고급택시가 커버할 수 있을 거라 본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의 운영지침으로 인해 개인택시 사업자가 피고용자와 전혀 다를 바 없는 근무방식을 적용받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플랫폼 노동자는 다양한 플랫폼을 자유롭게 오가며 일한다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종속성’이 떨어진다고 본다. 개인택시 기사는 법적으로 고용주가 존재하지 않으며, 법적 최소 임금을 보장하는 플랫폼 업체도 없다. 

 

앞서의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고급택시를 운영하는 개인택시 사업자는 일하는 방식이 피고용자와 전혀 다를 바 없다. 일일 최소 근무시간에 대한 규정은 없지만, 매일 10시간 이상 1개의 플랫폼 앱에 종속돼 강제배차시스템 하에서 근로해도 최소 매출액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게 맹점”이라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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