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쌍용자동차가 소형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티볼리의 ‘롱 버전’인 티볼리 에어를 출시했다. 지난해 페이스리프트 된 ‘베리 뉴 티볼리’와 거의 동일한 사양을 갖췄고, 가격도 비슷하게 책정됐다.
# 티볼리 에어와 코란도의 관계
그간 티볼리 에어를 판매하지 않았던 이유를 신형 코란도 때문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티볼리에서 아쉬운 공간 활용성을 갖추려면 가격이 비슷한 티볼리 에어 대신 상위 등급인 코란도로 유도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쌍용차 측에 따르면, 지난해 티볼리 페이스리프트가 나왔기 때문에, 티볼리 에어를 개발하기 위한 기간을 감안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한다. 2015년 티볼리 출시, 2016년 티볼리 에어가 나왔으므로, 페이스리프트 된 티볼리가 2019년, 티볼리 에어가 2020년 나온 것은 자연스런 과정이라는 것이다.
# 티볼리, 티볼리 에어 중 누가 ‘노말’인가
자동차 유튜버를 비롯한 매체의 중론은 티볼리 에어의 디자인이 원래의 티볼리 같고, ‘숏 버전’의 티볼리는 티볼리 에어를 뚝 잘라낸 듯 어색해 보인다는 것이다. SUV라는 측면에서 보면 티볼리 에어의 디자인 완성도가 높아 보이기도 한다. 대부문의 SUV들이 적재공간을 늘리기 위해 뒷바퀴 뒤쪽으로 길게 늘어난 형태를 지니고 있다. 티볼리 에어와 비교하면 티볼리는 약간 해치백스러워 보인다.
티볼리 에어의 전장이 4480mm로 티볼리의 4225mm에 비해 255mm 더 길다. 티볼리와 티볼리 에어의 축거가 2600mm로 동일하므로 티볼리의 뒷바퀴 뒤쪽을 늘려 티볼리 에어를 만들었다. 앞뒤 램프와 범퍼류에 약간의 변화를 주었다.
# 2015년엔 신선했지만
2000년대 쌍용차는 경영의 어려움으로 대주주가 대우자동차(현 한국GM), 상하이기차(중국업체), 마힌드라(인도업체)로 바뀌면서 부침을 겪었다. 상하이기차가 쌍용차를 팔고 떠난 뒤, 신차가 나올 수 있냐 없냐 우려가 있었는데, 결국 ‘코란도’ 이름을 부활시킨 신차가 나왔고, 얼마 안 있어 코란도 스포츠도 나왔다.
코란도는 신차였지만,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글로벌 메이커가 만든 차와는 거리가 있었다. 자동변속기의 모드를 중립(N)에서 드라이브(D)로 놓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가속이 곧장 되지 않고, 1~2초 정도 기다려야 했다. 내외관 및 동력성능에 전체적으로 투박함이 있었다.
이런 와중에 나온 티볼리는 그간의 쌍용차에 대한 선입견을 벗어던지게 만들었다. 도어 손잡이와 창문 스위치 등이 잘 다듬어져 있었다. 외관 디자인도 그간 한국에서 보지 못했던 신선함과 완성도를 갖췄고 ‘소형 SUV 돌풍’으로 이어졌다. ‘소형 SUV를 내놓을 생각이 없다’던 현대기아차도 결국 시장의 요구에 코나, 스토닉, 베뉴, 셀토스를 차례로 내놓아야 했다.
티볼리가 너무 주목받아서인지 조금씩 티볼리의 디자인이 식상하게 느껴질 때가 됐다. 지난해 페이스리프트에서 두드러진 변화가 없었고, 심지어 상위 모델인 코란도도 ‘중볼리’로 불릴 정도로 티볼리와 비슷한 분위기다. 참고로 G4렉스턴은 ‘대볼리’로 불린다. 잘 만들어진 디자인이지만 남용하다 보니 식상함도 빨리 온 면이 있다.
# 파워트레인의 완성도는 기대 이상
‘쏘나타보다 낫다.’ 어느 자동차 유튜버의 말이다. 이는 동력성능을 얘기하는 것으로, 신형 쏘나타 자연흡기 모델의 굼뜬 움직임은 늘 저격의 대상인데, 그에 비하면 티볼리와 티볼리 에어에 들어간 1.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6단 아이신 자동변속기의 파워는 시원시원하다. 티볼리를 얕보고 끼어들려는 여타 차량을 견제하기에 충분한 파워를 보여준다. 다만 초반 가속력에선 순발력을 보여주지만, 결국 ‘마력’이 딸리기 때문에 견제하던 차가 저만치 앞서 가는 것을 따라잡을 수는 없다.
중앙차선 유지보조(CLKA) 기능은 의외로 견고했다. 기자가 평소 차폭 2m가 넘는 큰 차를 몰다 보니 차선 좌측에 붙어서 운전하는 습관이 나왔다. 그러자 티볼리 에어가 스스로 운전대를 잡아당겨 차선 중앙을 유지시켰다. 인간이 운전대를 당기는 듯한 힘이었다. 반면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속도를 지속하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 기능은 없었다. 긴급제동보조(AEBS) 기능이 있으므로 중앙차선 유지보조와 함께 작동하면 사고율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 싼 느낌 나지만, 유용한 실내 인테리어
티볼리 실내를 보면, 더 이상 뺄 수 없을 정도로 뺐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티볼리만 그런 것이 아니라, 소형 SUV 시장에서 경쟁하는 대부분의 모델이 그렇다. 오히려 활용성을 강조한 티볼리의 실내 구성이 돋보이는 면이 있다. 우선, 큰 생수병과 작은 생수병을 수직으로 수납할 수 있는 도어 포켓이다. 비싼 차일수록 멋을 내기 위한 인테리어 요소가 많은 부분을 차지해 정작 수납이 불편할 때가 있는데, 티볼리 에어의 도어 포켓은 충분히 만족스럽다.
1열 시트 뒤쪽에 붙어 있을 법한 그물망 대신 몇 가닥의 스트링이 쳐진 것도 참을 만하다. 무게가 있는 서류 등은 도어 포켓에 넣고, 시트 뒤쪽은 쓰레기를 담을 비닐봉투 등 가벼운 물건을 두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인조가죽으로 감싼 운전대의 느낌도 나쁘지 않았고, 계기판은 최신 유행인 풀 컬러 LCD 화면이다. 계기판의 다양한 그래픽은 촌스럽지 않고 단정하다. 다만, 육각형 모양의 대형 태블릿 PC를 붙여 놓은 듯한 센터패시아 부분의 디자인은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는다. 반면 내비게이션 화면과 에어컨 조작부 등 모든 스위치의 조작은 편리하다.
# 차박 가능하긴 한데
시승 중간 기착지인 야외 카페에는 티볼리 에어로 야영하는 듯한 모습이 연출돼 있었다. 가장 보여주고 싶었을 것으로 여겨지는 모양은 2열을 눕혀 만든 ‘풀 플랫 트렁크’였다. 티볼리 에어의 트렁크 공간은 꽤 길게 나와서, ‘3열 시트도 가능하지 않냐’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1열 시트를 최대한 앞으로 당기면 180cm 키의 사람이 누울 정도의 공간이 나온다. 쌍용차 측에선 ‘두 명이 차박 가능하다’고 하는데, 호텔처럼 편치는 않겠지만 차 안에서 잠을 잘 수는 있다. 차 안에 사람이 누울 정도의 공간이 나오는 소형 SUV는 흔치 않다. 물론 좌우 폭이 좁기 때문에 2명까지 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주행 시의 승차공간은 소형 SUV 치고는 괜찮은 편이다. 2열에 3명 앉겠다는 시도만 하지 않으면 성인 4명이 타고 다닐 만하다.
# 경쟁력 있는 가격의 이유
티볼리 에어는 가솔린 터보 엔진이 장착된 A1(1898만 원), A3(2196만 원)의 두 트림만 판매된다. A3에 ‘파퓰러 컬렉션 패키지(243만 원)’를 추가할 수 있는데, 추가된 항목들을 보면 A5 트림이라고 봐야 하지만, ‘공식적으로’ 티볼리 최고급 트림 가격을 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대신 많은 부분을 선택사항(옵션)으로 빼두었는데, 추가 가능한 모든 옵션을 선택하면 가격은 최고 2731만 원에 달한다.
쌍용차는 지속적으로 적자를 보고 있는데, 그 말은 국내 완성차 업체들 중 가장 브랜드 파워가 약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차를 팔 수 없고, 따라서 티볼리와 티볼리 에어는 적정한 이윤을 생각하면 나올 수 없는 가격에 팔리고 있다는 뜻이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인기가 좋은 편이라, 신차를 산 뒤 몇 년 타고 중고로 팔아도 감가가 적은 편이다.
※주요제원
[티볼리 에어] 전장×전폭×전고:4480×1810×1645mm, 축거:2600mm, 엔진형식:e-XGDi150T(직분사 터보), 연료:가솔린, 배기량:1479cc, 최고출력:163ps/5500rpm, 최대토크:26.5kg·m/1500~4000rpm, 변속기:6단 A/T, 제동장치(전/후륜):V-디스크/디스크, 현가장치(전/후륜):맥퍼슨 스트럿, 토션빔, 공차중량:1365kg, 연료탱크용량:50l, 적재공간:720l, 연비(km/l):복합12.0/11.9/11.8(각 16/17/18인치 휠 적용 기준)
우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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