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애플이 두 번째 가을 이벤트를 열었다. 발표된 제품은 아이폰12, 그리고 홈팟 미니다. 소문이 어느 정도 맞아떨어져서 긴장감이 조금 떨어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비대면, 사전 녹화로 진행된 키노트는 제품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게끔 잘 진행됐다.
새 아이폰은 12라는 넘버링을 달고 나왔다. 아이폰 11S는 없는데 S가 이제 안 나온다고 해석하는 것은 이르고, 디자인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에 12라는 새 숫자를 붙였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이번 신제품의 핵심은 아이폰12를 중심에 두고 화면 크기와 카메라를 바탕으로 세부 제품이 구분되는, 다소 촘촘한 구성이다. 다작이라고 볼 수 있지만 고급화를 중심에 두는 애플로서는 가격대에 따라 제품 경험을 극대화하면서도 다양한 선택지를 두는 전략이 자리를 잡아가는 듯하다.
애플이 아이폰을 소개하기도 전에 강조한 점은 5G였다. 아이폰으로서는 첫 5G 기기이기 때문이다. 아이폰에 5G가 들어갈 것이라는 소문은 이미 많이 나왔다. 기대와 어긋난 부분은 아주 높은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울트라 와이드밴드, 즉 밀리미터 웨이브가 들어갔다는 점이다. 밀리미터 웨이브는 28GHz대의 아주 높은 주파수에 넓은 대역폭으로 파일을 전송하는 방식으로, 아이폰12는 이상적인 상황에서 1초에 4Gbps까지 전송할 수 있다. 이 28GHz 주파수는 예민해서 각도나 소재 투과 같은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적어도 1Gbps의 속도를 낼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지금은 미국의 버라이즌에서만 쓸 수 있다.
스마트 데이터 모드는 5G의 속도가 필요하지 않으면 LTE로 작동하고, 고속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5G로 전환하는 재미있는 기능이다. 아무래도 5G는 전력 소모가 크기 때문에 최적의 효율과 배터리 성능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아이폰은 모두 네 가지 모델로 나누어졌는데 기본은 아이폰12에서 출발한다. 아이폰12의 디자인은 아이패드 프로의 각진, 딱 떨어지는 케이스가 쓰였다. 어떻게 보면 아이폰4와도 비슷한 디자인 언어가 적용됐다고 볼 수 있다. 알루미늄 케이스를 썼고, 6.1인치 화면이 들어간다.
디자인의 변화에는 디스플레이의 영향이 크다. 아이폰12에는 OLED 디스플레이가 쓰인다. 크기는 6.1인치로 아이폰11과 똑같은데 베젤이 크게 줄었다. 테두리와 두께를 줄일 수 있는 OLED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 이름은 슈퍼 레티나 XDR로 아이폰 프로에 들어가는 OLED와 같다. 해상도는 2532×1170픽셀로 기존보다 2배 정도 높다. 아이폰11의 LCD는 실제로 봤을 때는 잘 구분되지 않지만 수치로 보이는 해상도가 낮아 아쉬움이 있었는데, 아이폰12에는 OLED가 쓰이면서 실제 해상도도 높아졌다. 한마디로 프로 모델이랑 디스플레이 차이는 없다.
디스플레이 커버 글래스도 개선됐다. 코닝과 협업해서 만든 ‘세라믹 실드’라는 신소재가 쓰였다. 유리망 내부에 나노 세라믹 크리스털을 증식하고 고열 결정화로 강도를 높였다. 한마디로 잘 깨지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떨어뜨렸을 때 깨지지 않을 확률이 4배 높아졌다는 게 애플의 설명이다.
프로세서는 5nm 공정으로 만든 A14 바이오닉이다. 트랜지스터는 118억 개로 A13보다 40% 늘어났다. 고성능 2코어, 고효율 4코어로 전체 6코어 칩이고 성능은 50% 정도 높아졌다. GPU 코어는 4개로, 이전 세대보다 50%가량 성능이 높아졌다. 애플이 가장 신경 쓰는 것 중 하나인 머신러닝 코어는 기존 8개에서 16개로 두 배 늘었고, 성능은 80% 올라가서 1초에 11조 번 연산한다. 이 칩은 지난달 아이패드 에어에서 처음 공개됐다. 아직 팔지는 않지만 지금 성능이 가장 빠른 CPU라는 점을 예상하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프로세서는 매년 발전하지만 이 성능이 어디에 필요한지를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마트폰의 셀링 포인트는 여전히 카메라와 사진이다. 애플은 요즘 프로세서를 설명할 때 이미지 처리 이야기를 많이 한다. 아이폰12도 마찬가지다. 아이폰12의 카메라 구성은 아이폰11과 다르지 않다. 기본이 되는 광각, 그리고 초광각이 들어간다. 새 센서는 저조도 성능이 27% 정도 높아져서 노이즈가 줄고, 어두운 곳에서도 제 색깔을 찍을 수 있다. 또 스마트 HDR 3가 적용되어 역광이나 어두운 곳에서도 얼굴을 정확히 인식하고 적절한 밝기의 사진을 만든다. 또 어두운 곳에서 사진을 수천 장 찍은 뒤 합쳐서 제대로 된 밝기를 만드는 나이트 모드가 초광각과 전면 트루뎁스 카메라 등 모든 렌즈에 적용된다. 이전에는 광각렌즈에만 적용됐다.
완전히 새로운 요소 중 하나는 맥세이프다. 자석을 이용한 무선 충전 액세서리 규격이다. 원래 맥의 충전 커넥터로 쓰였다. 맥은 USB-C 커넥터로 충전 케이블을 바꾼 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이름이다. 핵심은 원하는 부분에 자석으로 무엇인가를 붙일 수 있다는 것이다. 충전할 때도 충전 코일 부분이 딱 붙도록 자석으로 설계했고, 여기에 카드 홀더 같은 액세서리를 붙일 수도 있다. 여러 가지 형태의 충전기나 액세서리가 나오고, 서드파티 제품들도 공개된다.
애플은 아이폰12를 중심으로 몇 가지 변화를 더해 라인업을 늘렸다. 일단 크기를 줄인 아이폰12 미니를 공개했다. 아이폰12 미니는 5G, OLED, 카메라 성능 등 아이폰12와 모든 부분이 똑같다. 대신 디스플레이 크기만 5.4인치로 줄였다. 기기 크기는 4.7인치 아이폰8, 아이폰SE와 비교되는데, 각진 디자인 때문에 조금 큰 아이폰4를 쓰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프로 제품도 있다.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를 쓰고 이번에도 아이폰12 프로, 아이폰12 프로 맥스로 나뉜다. 일단 화면이 커졌다. 프로가 5.8인치에서 6.1인치로, 프로 맥스가 6.5인치에서 6.7인치로 커졌다. 해상도도 조금씩 높아졌다.
아이폰12와 아이폰12 프로의 가장 큰 차이는 카메라에 있다. 아이폰12 프로의 렌즈는 울트라 와이드, 와이드, 망원 이렇게 세 가지인데 아이폰12 프로와 맥스의 구분도 다시 카메라로 이뤄진다. 애플은 프로 카메라 시스템이라는 말을 꺼냈는데, 본격적으로 카메라와 컴퓨팅 성능을 기반으로 사진을 통한 제품 차별화에 나서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가장 기본이 되는 광각 카메라부터 차이가 나는데, 화각은 26mm로 같지만 아이폰12 프로는 센서의 크기가 1.4마이크로미터, 그리고 아이폰12 프로 맥스는 1.7마이크로미터다. 거의 20% 정도 센서가 커진 셈. 센서가 커지면 픽셀당 들어오는 빛의 양이 늘어나기 때문에 이미지 정보의 양이 많아진다. 저조도에서 87% 정도 성능 차이가 난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색 표현이나 심도 표현에서 차이가 있으리라 예상된다. 전반적으로 사진의 특성이 꽤 다를 가능성이 높다.
사진이 흔들리는 것을 잡아주는 광학식 손 떨림 보정, 즉 OIS 시스템도 다르다. 아이폰12 프로 맥스에는 센서 시프트가 더해진다. 기본 OIS는 렌즈를 움직여서 흔들림을 잡는데, 센서 시프트는 센서도 함께 따라 움직인다. 손이 떨리는 느린 진동부터 덜컹거리는 차 안에서 일어나는 크고 빠른 진동도 잡아낸다. 소니는 일부 미러리스 카메라에 센서 시프트를 이용해서 센서를 픽셀 단위로 움직여 4배 높은 해상도의 사진을 찍어내는데, 아이폰12 프로 맥스도 이런 식으로 센서 시프트를 활용하는 기능과 앱이 나올 것을 기대해볼 수 있다. 망원 카메라도 화각이 다르다. 아이폰12 프로는 52mm인데 아이폰12 프로 맥스는 65mm다. 더 멀리 찍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카메라로 확실히 차별점을 두겠다는 것이 드러난다.
이미지 처리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RAW가 들어가는데, 애플 프로 RAW라고 부른다. RAW는 말 그대로 센서로 들어오는 정보를 날 것 그대로 저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폰 카메라의 핵심은 이미지 프로세스를 통해 최적의 사진을 만들어내는 컴퓨테이셔널 포토다. 뭔가 만진다는 것이므로, 자연스럽게 RAW와는 상충한다. 그래서 애플은 이 두 가지를 같이 적용했다. 애플이 원래 생각한 결과물을 기본으로 만들어내되, RAW의 특성을 갖고 이미지를 가공하는 규격을 만들었다. 보정된 아이폰 사진이면서 편집도 되는, 아마도 RAW 파일이 보정값을 그대로 갖고 앱으로 넘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관련 API를 개발 중이고 곧 공개할 계획이다. 포토샵 같은 이미지 보정 도구에서 꽤 큰 효과를 낼 듯하다.
가장 놀라운 부분은 영상 촬영이다. 제대로 된 HDR 영상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10비트 HDR, 돌비비전 HDR을 찍고 편집할 수 있다. 4k 해상도에, 여러 이미지를 합쳐야 하는 HDR 이미지 처리를 초당 30~60프레임씩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데, 이는 곧 프로세서의 성능과 연결된다.
라이다 스캐너도 들어간다. 라이다는 빛이 사물에 닿고 돌아오는 시간을 계산해서 거리와 공간을 읽어내는 기술로, AR에서 주로 쓰이지만 이걸 이용해서 초점 속도,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라이다를 이용하면 어두운 곳에서 6배까지 빨라진다고 한다. 나이트샷, 센서 시프트와 더불어 밤에 제대로 된 사진을 찍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12의 가장 큰 파격은 국내 출시가 아주 빠르다는 점이다. 제품마다 출시 일정이 조금씩 다른데 먼저 출시되는 제품은 아이폰12와 아이폰12 프로다. 이 제품들은 미국·호주·중국·일본 등에서 10월 23일부터 살 수 있고, 우리나라는 10월 30일부터 판매를 시작한다. 아이폰12 미니와 아이폰12 프로 맥스는 11월 13일부터 판매한다.
가격은 아이폰12가 109만 원, 아이폰12 미니가 95만 원부터 시작한다. 아이폰12 프로는 135만 원, 아이폰12 프로 맥스는 149만 원부터다. 아이폰12 프로는 기본 모델의 저장공간이 128GB로, 기존 64GB보다 두 배 늘었다.
최호섭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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