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LG그룹 창업주 고 구인회 회장의 다섯째 동생 고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이 LG그룹 계열에서 분리·독립해 출범한 LS그룹은 범LG가의 사촌들이 번갈아 경영한다. 현재 고 구두회 회장의 넷째 동생 고 구평회 E1 회장의 장남인 구자열 회장이 경영을 맡고 있다. 그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의 한적한 전원마을에 거주지를 두고 있는데, 이 집의 풍수를 알아봤다.
판교신도시가 개발되기 전 성남에서 안양으로 넘어가는 하오(鶴峴)고개에 한적한 전원마을이 있었다. 1973년 9월 구자열 회장이 이 마을에 단독주택을 지었고, 40년 넘도록 이곳을 거주지로 두고 있다. 현재는 제2경인고속도로와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가 생긴 데다 57번 국도의 확장으로 교통량이 증가해 전원마을의 정취가 사라진 지 오래다.
운중동의 주산은 한남정맥이 이어지다 하오고개를 지나 솟아오른 국사봉(國士峰)이다. 국사봉은 백두대간의 허리인 속리산에서 분맥한 한남금북정맥이 경기도 안성 칠현산에서 한남정맥으로 나뉘어져 북으로 이어지는 곳에 위치한다. 경기도 수원 광교산과 의왕 청계산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전국적으로 국사봉이라는 이름을 가진 봉우리가 많은데, 모든 국사봉이 청계산 망경대(望京臺)로 기운이 이어진다. 망경대에는 고려 말 충신 조견(趙犬)과 관련된 전설이 전해진다.
조견은 조선이 건국되자 두류산(頭流山)에 은거했다. 태조 이성계가 조견의 능력을 높이 사 호조전서(戶曹典書)의 벼슬을 내리며 조정으로 불렀으나, 조견은 이를 거절하며 “나는 소나무 우거진 산에서 고사리를 캐먹으며 사는 것이 소원이지, 새나라 임금의 신하가 되기를 원치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망한 고려에서 구차하게 목숨을 버티며 살아가는 자신을 책망하며 ‘개와 다를 바 없다’는 의미에서 이름을 ‘조윤’에서 ‘조견’으로 바꾸었다.
조견은 두류산에서 청계산으로 거처를 옮긴 후 청계산 봉우리에 자주 올랐다. 청계산 봉우리에 올라 자신이 모셨던 고려 임금을 그리워하며, 궁궐이 있던 개경 송악산을 바라보며 통곡했다. 이에 후세 사람들이 조견의 충성심을 기리고자 봉우리의 이름을 ‘망경대’라 지었다고 한다.
국사봉을 주산으로 형성된 분당구 운중동은 예로부터 산이 높고 구름이 많은 마을로 알려졌다. 산과 구름이 아름다운 마을이라 하여 ‘뫼운리’나 ‘산운리’로 유명한 곳이다. 국사봉 아래 하오고개는 학이 둥지를 튼 청학포란형의 혈이 있다. 오래전부터 지세가 좋고 아름다운 곳으로 익히 알려진 곳이다.
운중동이라는 이름도 풍수지리학에서 유래했다. 골짜기 위에 반달이 솟아오른 형태를 운중반월형(雲中半月型)이라 칭하는데, 운중동이 바로 운중반월형의 터다. 풍수지리학에는 ‘인걸지령(人傑地靈)’이라는 말도 있다. 신령한 기운이 서린 땅에서 좋은 기운을 받고 태어난 사람이 훌륭한 인물이 된다는 의미다. ‘면장이라도 하려면 논두렁 정기라도 받아야 한다’는 말도 있지 않는가.
이렇듯 풍수에서는 지기(地氣)를 중요시한다. 지기는 곧 ‘기(氣)’를 의미한다. 사람의 몸 속에 기와 혈이 흐르듯 땅에도 기혈(氣穴, 지맥+수맥)이 흐른다고 본다. 땅의 좋은 기운을 받는 사람이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해석하는 게 풍수지리이론이다. 다만 좋은 땅이라도 땅의 성격에 따라서 궁합이 맞는 사람이 있고 맞지 않는 사람이 있다.
운중반월형은 신선이 살기에 좋은 땅이다. 연예인, 음악가, 화가, 작가 등 예술 분야나 학자, 교수, 연구원 등 명예를 중시하는 사람과 잘 맞는다. 그래서 배우 신하균, 김보성, 만화가 허영만 등이 운중동에 거주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운중동에 위치한 한국학중앙연구소도 터의 기운과 잘 어울린다.
하지만 구자열 회장처럼 대기업 재벌 총수와는 궁합이 맞지 않을 수 있다. 터의 기운은 신사적인 품격을 요구하는데, 대기업 재벌 총수는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치열하게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구자열 회장이 지은 단독주택은 국사봉에서 이어지는 내룡의 용맥이 생왕하고, 좌우 용호사가 터를 잘 감싸준다. 단조롭지만 유정한 조안산이 어우러져 멋진 국세를 이룬 배산임수의 지형이다. 또 동남향의 방정한 형태로 지어져 풍수적 관점에서 볼 때 주택으로는 매우 좋은 조건을 갖췄다.
단, 집 뒤에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입수하는 내룡에 상처를 입혔다. 고속도로 공사가 한창일 때 크고 작은 우환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내룡의 상처가 아물어갈 시점이라 앞으로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난 후에도 계속 이곳에 거주한다면 터의 기운과 궁합이 잘 맞아서 명예를 유지하기에 좋을 것이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LS그룹 사옥의 터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과거 국제그룹이 이곳에 들었다 망했는데, 이는 관악산의 화기가 드러진 화형체(火形體) 사옥이었기 때문이다. E1, 예스코, LS일렉트릭, LS전선 등 에너지 관련 사업 사옥으로는 적합하다. 반면 제조업체인 LS니꼬동제련이나 LS엠트론은 강한 화(火)의 기운에 눌릴 수 있겠다. 사옥의 정문과 후문에 화기를 다스릴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신석우 풍수지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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