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법조계에서는 BHC와 BBQ의 고발전이 새삼 주목받는다.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를 대표하는 두 회사 간 갈등은 드라마에 비견될 만한 법적 공방으로 이어졌다. 지난 2018년부터 시작된 갈등의 내막이 최근 구체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기업 간 경쟁에서 비롯된 갈등이, 어떻게 검찰 고발을 통한 ‘경쟁사 죽이기’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는 평이다.
#2년 전 사건 다시 쏘아올린 한 보도
치킨 프랜차이즈 BBQ 윤홍근 회장의 횡령 사건이 처음 불거진 것은 지난 2018년 11월. 회삿돈으로 자녀 해외 유학비를 댔다는 내용이 언론 보도로 나왔고, 곧바로 공익제보와 함께 경찰 수사로 이어졌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 시작 2년여 만에 일부 혐의는 불기소(무혐의), 일부 혐의는 공익제보를 한 참고인 주 아무개 씨의 진술을 들어야 한다는 이유와 함께 참고인 중지 결정이 내려졌다. 사실상 ‘무혐의’로 끝난 셈이다.
그리고 한국일보는 이달 초, 이 과정에서 BHC의 조직적인 ‘BBQ 죽이기 시도’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공익제보자’ 주 씨가 사실은 BHC 박현종 회장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BBQ에 대한 의혹 제기 등을 시도했다는 내용이다. 주 씨는 박현종 회장과 BBQ에서 함께 일한 사이로 BBQ 미국법인 CFO(최고재무책임자)와 대표이사로 근무했던 인물이다. 의혹 제기 당시 직접 인터뷰에 응하고 경찰 수사에도 협조한 바 있다.
그런 주 씨 역시 최근 입장을 바꿔 진술하기 시작했다. “당초 진술은 BHC에서 컨설팅 비용을 받기 위해 한 거짓말이었으며, 윤 회장의 횡령 의혹은 실체가 없다”는 입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이 적극적으로 주 씨와 의견을 주고받았고, 주 씨는 BHC로부터 제보 및 수사 협조 대가로 컨설팅 계약을 맺고 매달 1000만 원을 받았으며 항공편, 현금 등을 받았다는 내용도 털어놓았다.
#이미 물밑에서 벌어지던 소송전 확장 가능성
언론에는 최근에서야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됐지만, 이미 BBQ도 지난 2년 동안 BHC를 향한 고소·고발전을 벌여왔다. 제보자인 주 씨는 물론 BHC의 개입 가능성에 대해 검찰에 고발했고 한 차례 무혐의 처분에 항고한 결과, 사건을 다시 수사하라는 재기수사명령이 나온 상태다. 서울동부지검이 현재 BHC 박현종 회장과 제보자 주 씨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인데 여러 차례 법적 갈등을 겪으면서 앙숙 관계인 두 회사가 언론 보도를 계기로 다시 ‘전쟁’에 나설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횡령 의혹 제기 때부터 억울함을 호소한 윤 회장은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들을 써서 고소전을 진행 중이고, 박 회장 역시 국내 굴지의 대형 로펌을 선임해 대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보도에 대해 BHC는 “주 씨를 언론사 등에 연결시켜준 것은 사실이지만 허위사실을 만들어 제보하라고 압력을 가하거나 그 행위에 대해 금전적인 지원을 하지 않았다”며 주 씨에게는 허위사실 유포(명예훼손) 혐의로, 언론사에도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BHC와 BBQ 악연에서 시작된 의혹 제기
사실 박현종 BHC 회장은 제너시스BBQ 글로벌사업 대표를 역임했다. 그러다 BHC 주인이 제너시스BBQ에서 로하틴그룹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적이 됐다. 특히 박 회장이 BHC 매각에 적극 개입한 뒤 BHC 대표이사가 되는 과정에서, 한때 ‘한 배’를 탔던 윤홍근 BBQ 회장과의 관계가 완전히 틀어져 회사 간 갈등으로 확대됐다는 게 공공연한 후문이다.
박 회장은 2013년 BBQ 임원으로서 BHC 매각을 주도했는데, 매각 이듬해 국제상공회의소(ICC)에 ‘인수 당시 매매계약서에 기재된 가맹점 숫자와 실제 가맹점 숫자가 달랐다’며 소송을 제기해 96억 원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이를 놓고 BBQ 측은 “배신당했다”고 박현종 회장을 비난했다. 이후 박 회장은 대표 취임 5년 만에 가맹점 수를 2배, 매출을 3배 가까이 늘리며 승승장구했고 그럴수록 두 회사 사이는 악화됐다. 매각 과정 전후를 둘러싼 소송전이 이어졌다.
이번에 의혹이 제기된 ‘BBQ 죽이기’에 박현종 회장이 직접 나섰다는 보도까지 나온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흐름이라는 추론이다. 관련 사안에 정통한 변호사는 “서로 감정이 상한 상황에서 고소나 고발이 이어지면서 언론을 활용한 싸움까지 하는 모양새”라며 “지난 2년 동안 검찰 수사 진행 과정에서도 적극적으로 ‘상대방이 나쁘다’고 얘기하는 흐름이 계속됐었다. 마치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일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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