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오토바이나 전동 킥보드 같은 개인형 이동 수단(PM)으로 움직이던 배달 시장이 갈수록 마이크로화 되고 있다. 최근에는 ‘도보 배달’도 인기가 높아지는 추세다. 도보 배달은 진입 장벽이 낮고 타 배달 수단보다 안전해 업체나 배달 기사가 갖는 부담이 덜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좁은 활동 반경과 배달 가능 제품에 제한이 있는 등 단점도 존재한다.
도보 배달은 기존 대형 배달업체 뿐만 아니라 이제 도보 배달만 전문으로 하는 업체까지 생겨날 정도로 높은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배달의 민족과 쿠팡이츠는 배민 커넥트와 배달 파트너들의 배달 방법 중 하나로 도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도보 배달이 주 사업목적인 업체 중에서는 엠지플레잉의 ‘도보배달60’과 GS리테일의 ‘우리동네 딜리버리(우딜)’가 대표적이다.
도보 배달의 가장 큰 장점은 진입 장벽이 낮다는 점이다. 오토바이의 경우 운전면허증이 필수다. PM도 필요에 따라 운전면허가 필요하다. 하지만 도보 배달의 경우 업체마다 별도로 실시하는 사전 교육만 수강하면 배달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
이 같은 장점 덕분에 엠지플레잉의 도보 배달원 1만 3000명 중 60%가 30~40대 주부다. 김규영 엠지플레잉 대표는 “배달원들의 근무 시간, 배달 횟수가 천차만별이다. 부업으로 삼는 배달원도 있고, 주업으로 활동하는 배달원도 있다. 그만큼 누구나 쉽고 편하게 배달업에 뛰어들 수 있는 것이 도보 배달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도보가 다른 이동 수단보다 안전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오토바이나 PM은 도보보다 상대적으로 사고 발생 위험이 높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5~2019년) 이륜차로 인해 발생한 교통사고는 9만 4975건에 달한다. 전동킥보드 사고 역시 2017년 244건, 2018년 484건, 2019년 884건으로 해마다 약 2배씩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반해 도보 배달은 배달원만 주의를 기울이면 사고 발생률을 낮출 수 있다. 이는 보험료 절감으로 이어진다. 배민 커넥트의 경우 산재보험과 유상운송종합보험을 운영 중이다. PM 등 이동 수단을 통해 배달하는 배달원들은 두 보험 가입이 필수다. 반면 도보는 이동수단이 없기 때문에 도보 배달원은 유상운송종합보험을 가입할 의무가 없다.
다만 도보 배달은 활동 반경이 넓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엠지플레잉의 경우 초기에 2km로 배달 반경을 설정했다가 직선거리 1km 배달원 활동 반경을 좁혔다. GS리테일은 1.5km를 배달원 활동 반경으로 두고 있는데 체감 거리는 이보다 더 길다는 게 배달원들의 평가다. 배달의 민족과 쿠팡이츠도 정확한 활동 반경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다른 이동 수단보다는 활동 반경이 좁다는 것에 동의했다.
이 때문에 타 이동 수단으로 배달하는 기사들보다는 콜 배정이 많지 않다는 지적이 적잖다. 쿠팡 관계자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음식 준비 시간과 배달 예상 시간을 계산해 최적화된 배달 파트너를 배정한다. 도보 배달의 경우 활동 반경이 좁고 배달 시간이 오래 걸리기에 콜 배정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오피스나 주거 밀집 지역이 아니라면 콜 배정을 받기 더 힘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배달 제품 종류도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엠지플레잉은 현재 SPC그룹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와 배스킨라빈스 등 상대적으로 배달 시간에 구애를 덜 받는 업체와 협약 중이다. GS리테일 역시 편의점 도보 배달을 목적으로 우딜 서비스를 시작했다. 김규영 대표는 “패스트푸드, 치킨 등도 배달이 가능하도록 업체들과 협의 중이다. 다만 찌개류 등 일반 음식을 배달하는 것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도보 배달은 1인 1배달이 원칙이어야 한다. 도보 배달원의 활동 반경도 오히려 좁히는 것이 배달 시간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다. 지금도 최대 30분 내로 주문을 처리하고 있다. 더 많은 배달원과 가맹점을 확보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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