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임대인(집주인 또는 건물주)의 세금 체납으로 임차인(세입자)이 보증금을 떼이는 사례를 막기 위해 도입된 ‘미납 국세 열람 제도’의 실제 열람 사례가 전체 전월세 거래의 0.009% 수준인 연 평균 161건에 그친 것으로 비즈한국 취재결과 처음 확인됐다. 5년간 임차인 830명은 임대인의 세금 미납으로 주택이 공매에 넘겨져 보증금 총 306억 원을 떼인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차계약 전에 임대인이 납부하지 않은 세금은 임차보증금보다 우선 변제 대상이지만, 국세청이 부동산을 압류하기 전까지 공시되지 않는다. 임대인의 동의 없이 임차인이 세금 미납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예비임차인이 임대인의 미납 세금을 확인하는 방법은 임대인에게 납세증명서를 받거나 직접 임대인의 미납 세금(국세 및 지방세)을 열람하는 것뿐인데, 모두 임대인 동의가 필요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5년간 임대인 미납 세금 열람한 임차인, 전체 임대차계약의 0.009%
국세청에 따르면 주택 및 상가건물 임대차계약 체결 과정에서 임대인의 미납 세금을 열람한 사례는 지난 5년간 805건이다. 같은 기간 확정일자를 받은 전체 임대차계약 911만 9699건의 0.009% 수준이다. 연도별 미납 국세 열람 횟수는 2015년 90건(당해 임대차계약의 0.005%), 2016년 260건(0.01%), 2017년 150건(0.008%), 2018년 149건(0.007%), 2019년 156건(0.008%)으로 나타났다. 미납 지방세 열람은 주무 부서인 행정안전부 지방세정책과가 지자체로부터 현황을 취합하고 있지 않았다.
주택이나 상가 임차예정자가 건물주의 미납 세금을 확인하려면 동의가 필요하다. 건물주에게 세금을 완납했다는 ‘납세증명서’를 받거나, 동의를 얻어 세무서에서 직접 임대인의 미납 세금을 열람해야 한다. 미납 세금 열람 제도는 임대차계약 체결 전 임대인이 납부하지 않은 세금으로 건물이 공매에 넘겨졌을 때 임차보증금을 떼이는 사례를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2001년 국세징수법과 지방세징수법 개정으로 관련 조항이 신설돼 이듬해 처음 시행됐다.
부동산 임대차계약 체결 전에 발생한 임대인의 미납 세금은 ‘임대인만 아는 선순위 채권’이다. 건물 임차 이전에 납부하지 않은 세금은 건물이 경매나 공매에 넘겨졌을 때 임차보증금보다 우선 변제되지만, 세금 미납 사실은 세금 부과 이후 부동산 압류에 이를 때까지 공시되지 않는다. 부동산을 담보로 받은 대출금(근저당권)이 부동산등기부에 공시되는 것과 차이가 있다.
사실상 유일한 확인 제도인 미납 세금 열람이 부진한 실적을 드러낸 이유는 임대인의 동의 요건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강남구 대의원인 허준 공인중개사는 “임차(예정)인이 임대인의 미납 세금을 열람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제도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를 알고 미납 세금 열람 동의를 요청하더라도 임대인이 개인정보를 이유로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정향의 김예림 부동산 전문 변호사도 “미납 세금을 열람하는 데 임대인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 공시되지 않은 세금이 임대차보증금보다 우선순위를 갖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보증금 보호를 위해 임차인이 임대인 체납을 잘 확인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개인 정보 침해를 줄이는 차원에서 계약이 확실시된 (예비)임차인에 한해 미납 세금을 볼 수 있도록 하거나, 계약 체결 시 납세증명서 제출을 의무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5년간 임대인 체납으로 830가구 보증금 306억 원 떼여…국회, ‘임대인 미납 세금 열람 동의 의무화’ 논의
그러는 사이, 5년 동안 임대인의 미납 세금으로 주택 임차인 830명이 총 306억 원의 보증금을 떼였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 9월까지 국세·지방세 등 체납으로 공매에 넘겨진 주택 1895가구 중 830가구(44%) 세입자가 임차보증금 일부 또는 전부를 돌려받지 못했다. 총 미수금만 306억 원에 달한다. 연도별로 2016년 202가구(미수금 57억 원), 2017년 191가구(56억 원), 2018년 182가구(71억 원), 2019년 155가구(71억 원), 2020년 100가구(9월 기준, 51억 원)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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