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정부가 상온에 노출된 것으로 의심되는 독감(인플루엔자) 백신에 대해 안전성과 효능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 냈다. 오는 12일부터 중단됐던 독감 백신 무료 접종을 재개하고, 백신 효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우려가 있는 일부 물량은 수거하기로 했다. 아직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완전히 잦아들지 않은 가운데 이미 상온 노출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이나 앞으로 접종할 사람들의 이상 반응 관리는 어떻게 하는 건지, 무료로 상온 노출 백신을 접종한 사람도 다시 접종할 수 있을지 등 궁금증이 제기된다.
#‘이상없다는데…’ 보건당국 실험 방법 정말 믿을만할까?
6일 질병관리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사 결과를 요약하면 유통 과정에서 일부 독감 백신이 상온에 보관됐던 사실이 확인됐으나, 정부 자체 조사를 해보니 백신 품질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번 독감 백신은 백신 조달 계약 업체인 신성약품과 디엘팜이 수도권·강원·충청지역의 경우 1톤 냉장차량이 직접 의료기관과 보건소 등 접종기관으로 배송했고, 호남·제주지역은 11톤 냉장트럭이 물류센터 등 거점지역으로 이동해 1톤 차량으로 배분을 거쳐 접종기관으로 배송하는 방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호남 지역으로 이동한 일부 11톤 차량이 야외 주차장 바닥에 백신을 내려두고 1톤 차량으로 배분하거나 영남지역 운송 건 하나가 800분 동안 백신 운반 취급과정에서의 적정 온도(섭씨 2~8℃)를 벗어난 사실이 확인됐다.
보건당국은 이들 조달 계약 업체가 공급한 8개 제품에 대해 효과를 확인하는 항원단백질 함량시험과 안전성을 확인하는 발열반응시험 등을 실시했고 모든 시험 항목에서 ‘적합’ 판정이 나왔다고 밝혔다. 유통 과정 동안의 국내 기온을 감안한 25℃와 예비적으로 37℃에 일정 시간 백신을 보관해서 품질 유지여부 평가실험을 해봤더니, 8개 제품 모두 25℃에서 24시간 동안 품질이 유지됐다. 37℃ 조건에서는 8품목 중 5품목은 72시간 이상, 1품목은 48시간 이상 품질에 변화가 없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검사 방법을 신뢰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질병관리청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위원)는 “백신이 상온에서 어느 정도 노출된다고 해도 안전하다는 점을 백신 제조사가 확인한 이후 허가를 받기 때문에 사실 안전하다. 굳이 실험이 필요했나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외국은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면 실험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신뢰할 수밖에 없다. 추가적인 실험을 하고 또 그동안 접종을 중단하면 접종 지연으로 인한 손실이 더 클 수도 있다”고 했다.
기모란 교수는 “백신이 동결된 게 효과를 떨어뜨리는 주범이 됐을 수도 있다는 점이 이번 실험의 소득이라고는 할 수 있다. 앞으로 냉동 보관되어 온도가 너무 낮아져 백신이 얼지 않도록 주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운송차량 온도기록지상 0℃ 미만 조건에 노출된 것이 확인된 약 27만 도즈(1회 접종분)은 수거 조치할 계획이라고 6일 밝혔다.
#상온 노출 독감 백신 접종자 관리는 앞으로 어떻게?
상온 노출 의심 백신에 ‘이상 없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상온 노출 백신으로 예방 접종을 받은 국민에 대한 조치는 어떻게 할 계획인지, 상온 노출 백신을 접종한 국민은 다시 무료 접종을 받을 수 있는 건지, 혹시 모를 이상 반응에 대비해 실시하겠다던 장기추적조사는 그대로 이뤄지는 건지 등 의문점이 남는다. 오늘(7일)과 8일 이뤄지는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러한 질의가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보건당국은 기존에 있던 ‘이상반응 신고제도’로 상온 노출 백신 접종자를 관리한다는 입장이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7조는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자를 진단한 경우 의료진과 의료기관의 장 등은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발생신고서를 질병관리청장에게 제출하거나 이상 반응자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보건소장에게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인플루엔자 백신을 맞은 경우 24시간 이내에 아나필락시스, 상완신경총 말초신경병증(28일 이내), 국소 이상반응(7일 이내), 그 밖에 접종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이상반응(기한 없음) 등 이상반응이 생길 수 있다.
다만 기존 접종자에 대한 추가접종 여부와 장기추적조사 실시 계획은 불투명하다. 처음 있는 상온 노출 독감 접종 사례인 만큼 혹시 모를 이상반응에 대비해 장기추적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됐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청 예방접종관리과 관계자는 “장기추적조사와 추가접종 여부는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쳐 추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6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금까지 보고된 정부조달 독감 백신 접종자 중 이상반응 사례는 총 12건, 수거 대상 물량 접종자 중에서는 3건이 있는데 현재는 모두 증상이 없다.
상온 노출 의심 백신이 품질에 이상이 없다고 나왔기 때문에 장기추적조사가 시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현재 질병관리청은 예방접종의 실시기준 및 방법 등을 심의하는 예방접종전문위원회를 두고 있는데, 이 위원회 위원인 기모란 교수는 “장기추적조사가 불필요하다”는 의견을 표했다. 예방접종전문위원회는 김종현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와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 등 15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찜찜한 상온 백신 접종, 재접종이나 환불 여부는?
정부 조달 무료 물량을 유료로 접종받은 경우도 재접종이나 환불이 가능할까. 현재 무료 물량을 유료로 판매한 일부 병원에서는 자체적으로 환불 절차를 밟고 있다. 6일 기준 상온 노출 의심 정부조달 백신 접종자 수는 3045명,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수거하기로 한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은 554명이다. 우선 정부는 예방접종심의위원회 논의를 거쳐 이 554명에 대한 재접종이나 환불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질병관리청 예방접종관리과 관계자는 “유료로 접종받은 경우는 의료기관과 환자 간의 문제라 백신 관련 지침 위반으로 행정 제재를 가할 수는 있겠지만 정부에서 환불을 강제할 수는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해당과는 비즈한국의 서면질의 답변을 통해 “국가예방접종 지원 사업 지침 미준수 시 위탁의료기관 참여 제한, 계약 해지 등 조치가 가능하다”며 “향후 이를 포함해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지원 사업 개선방안에 대해 검토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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