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충주 탑평리 칠층석탑(국보 제6호)의 또 다른 이름은 ‘중앙탑’이다. 통일신라 국토의 중앙에 자리 잡았다고 생긴 별명이란다. 굽이치는 남한강과 널찍한 잔디밭, 아늑한 숲이 어우러진 중앙탑 일대는 중앙탑사적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여기에 충북 최초의 야외 조각공원이 더해진 덕분에 역사를 돌아보며 예술을 즐기는 산책이 가능해졌다. 널찍한 공원이라 사람들 사이에 충분한 거리 두기가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굽이치는 남한강을 굽어보는 중앙탑
중앙탑이 자리 잡은 충주는 예로부터 국토의 중앙이라 ‘중원’으로 불렸다. 누가, 언제, 왜 이곳에 탑을 세웠는지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지만 흥미로운 전설이 하나 전한다. 통일신라의 원성왕이 국토의 남북 끝에서 한날한시에 똑같은 보폭을 지닌 두 사람을 출발시켰더니 중원 땅 남한강이 굽이치는 언덕에서 만났단다. 그래서 여기에 탑을 세우고 국토의 정중앙임을 표시했다는 것이다.
언덕 위에 우뚝 솟아오른 중앙탑은 2층 기단에 7층 탑신을 쌓은 높이 14.5m로 통일신라 탑 중에 가능 큰 키를 자랑한다. 탑의 규모가 큰 까닭에 10여 장의 장대석으로 구축한 지대석 위에 상·하층의 면석과 갑석 모두 여러 장의 판석으로 짜여졌지만 날렵하게 하늘로 치솟은 모양새가 경쾌하다. 언덕 위로 올라가 가까이서 보는 중앙탑은 아래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높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탑과 언덕, 강물이 어우러진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다.
중앙탑에는 또 다른 전설도 전한다. 통일신라를 대표하는 명필 김생이 이곳에 사찰을 세운 뒤 자신의 서적을 보관하려고 탑을 세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제강점기 때 기울어진 탑을 해체 복원하는 과정에서 서류편과 구리종, 목제칠합과 은제사리합 등 상당수의 유물이 나왔다. 중앙탑 앞에는 석등의 하대석으로 보이는 연화대석이 남아 있고 인근에서 기왓장이 출토되는 것으로 보아 이 일대는 신라시대 절터임을 짐작할 수 있으나 관련 기록이 없어 사찰 이름은 알 수 없다.
중앙탑과 충주의 역사에 대해서는 공원 안에 있는 충주박물관에서 자세히 알아볼 수 있다. 전시관은 두 동으로 나뉘어 있는데 제1관은 역사실과 민속실로 구분되어 충주 지역의 불교 미술과 민속품을 전시하고 있다. 제2관은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 충주 지역의 역사를 자세히 알려준다. 아쉽게도 지금은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탓에 문을 닫고 있으나, 상황이 호전되면 관람이 가능하니 미리 확인해볼 것. 평소에도 관람객이 그리 많지 않아 넉넉하게 거리를 두고 볼 수 있다. 박물관 밖 야외전시장의 불상과 탑들은 언제든 둘러볼 수 있다.
#조각공원 산책하고 자전거길 라이딩
중앙탑사적공원 안에는 충청북도 최초의 야외 조각공원인 ‘충주호조각공원’이 자리 잡았다. ‘문화재와 호반 예술의 만남’을 주제로 널찍한 잔디밭에 국내 유명 조각가의 작품 25점을 전시 중이다. ‘풀밭에 누워’, ‘바다의 하늘’, ‘사과 2개’와 같이 자연을 표현한 작품들도 있고 ‘중원의 꿈’처럼 역사를 담은 작품도 있다. 중앙탑, 남한강과 어우러진 작품들은 역사와 자연, 예술이 조화를 이루는 풍경을 연출한다. 작품의 예술성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아름다움을 느끼기 충분하다.
충주호조각공원 옆으로 흐르는 남한강은 가까운 조정지댐에 막혀 탄금호를 이룬다. 공원과 탄금호 사이에는 남한강 자전거길이 지난다. 한가로운 산책을 충분히 즐겼다면 자전거를 타고 남한강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조각공원 옆을 지나는 남한강 자전거길은 충주의 또 다른 관광명소인 탄금대로 이어진다. 우륵이 가야금을 타고 임진왜란 때 신립 장군이 최후를 맞이했다는 탄금대에서 바라보는 풍경 또한 일품이다.
중앙탑사적공원에서 도보로 10분쯤 떨어진 곳에 충주시에서 운영하는 무료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2019년 9월에 문을 연 무료 자전거 대여소는 충주 시내에서 버려지는 자전거를 수거한 후 업사이클링을 통해 재생한 공공자전거로 운영된다. 신분증만 있으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충주시민뿐 아니라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일반 자전거는 물론 어린이용과 2인용 자전거까지 있다. 헬멧도 무료로 빌려준다.
<여행메모>
중앙탑사적공원
△위치: 충주시 중앙탑면 중앙탑길 112-28
△문의: 043-842-0531
△관람시간: 24시간, 연중무휴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구완회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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