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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의사 집단휴진 사태, 공정위는 어떻게 보고 있나

경쟁제한성 범위가 위법성 판단하는 핵심 요소…의사 휴진 자발적 참여 입증에 조사 집중될 듯

2020.10.06(Tue) 15:23:27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새로 시작하는 ‘아두면 모 있는 즈니스 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지난 8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의사협회(의협)에 조사관을 파견해 집단휴진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의협에 대한 현장조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간 공정위는 여러 차례 조사는 물론 제재처분까지 부과했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사례로 2000년 의약분업 정책에 맞선 집단휴진 사태와 2014년 원격의료 도입 계획에 반발한 집단휴진 사태가 있다.

 

2020년 집단휴진 건에 대해 공정위가 어떠한 판단을 내릴지 예견하기는 어렵다. 다만 지난 8월 공정위는 ‘현장조사’를 ‘압수수색’으로 묘사한 언론보도에 대해 반박자료를 배포했는데, 이러한 사례를 보면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는 점은 틀림없다. 여기서는 2003년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과 이를 비켜간 2016년 서울고등법원 판결의 쟁점을 살펴보고 향후 전개될 집단휴진의 정당성에 대한 공방과 관련된 관전 포인트를 예상해본다.​

 

집단휴진을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로 간주해 제재를 가하는 점은 어색한 면이 있다. 때문에 공정위의 제재처분은 항상 법원에서 그 정당성이 다퉈졌고 법원의 판결을 예측하기도 어려웠다. 지난 8월 대한전공의협의회 소속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에 반대하며 단체행동을 하는 모습. 사진=박은숙 기자


집단휴진은 사업자단체가 구성원들의 지지와 요청에 따라 구성원들의 이익을 위해 실시하는 정치적 의사표시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집단휴진을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로 간주해 제재를 가하는 점은 어색한 면이 있다.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 때문에 집단휴진에 대한 공정위의 제재처분은 항상 법원에서 그 정당성이 다퉈졌고 법원의 판결을 예측하기도 어려웠다.

 

2000년 집단휴진 건의 경우 대법원은 이 사건을 중요 사건을 대상으로 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전원합의체에서 대법관 6인의 다수의견, 3인의 별개의견, 3인의 반대의견 등이 대립하는 격론 끝에 2003년 2월 공정위 제재처분을 정당하다고 보고 의협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이 선고됐다(2001두5347).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다수의견은 집단휴진으로 공정거래법상 금지되는 사업 활동 제한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 간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해야 한다고 봤다. 본래 구성원들의 자율의사에 속하는 휴업 여부에 대해 사업자단체(의협)가 개입했고, 그로 인해 소비자들의 의료기관 이용에 지장을 초래했다면 경쟁이 제한됐다고도 봤다.

 

그러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의 제한’이라는 성립요건이 필요하다고 보면서도 다수의견과 달리 집단휴진의 목적은 정부의 의료정책에 대한 항의를 위한 것이었지 구성원들 간의 경쟁의 제한을 제한해 이윤을 얻는 게 아니므로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이 제한됐다고 볼 수 없다는 반대의견도 있었다.​​

 

지난 8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의사협회(의협)에 조사관을 파견해 집단휴진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대한의사협회. 사진=박정훈 기자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인해 사업 활동 제한행위의 구성요건으로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하였을 것(경쟁제한성)이 필요하다는 법률상 쟁점은 정리됐다. 하급심이 이를 거스르는 판단을 하기는 실무상 쉽지 않다. 따라서 후속사건에서 집단휴진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문제는 경쟁제한성의 범위 조정에 관한 문제로 축소된다.

 

위와 같은 전원합의체 판결에도 불구하고​ 2014년 집단휴진 건에서 서울고법은 2016년 3월 의협의 청구를 인용하고 공정위 제재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했다(2014누58824). 그로부터 4년이 지난 현재도 상고심이 계속 중이므로 서울고법의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도 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의 특성상 의료서비스 가격 인하를 유발하는 의료기관 간 경쟁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휴업으로 인해 의료서비스의 공급량이 감소하고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더라도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없다. 설령 휴업으로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경쟁제한성과 무관한 문제다’라는 이유다.​

 

‘구성원들의 투표를 거쳐 휴업을 결의했지만 구체적인 실행은 의사들의 자율적 판단에 맡겼으므로, 의협이 의사들의 휴업 여부 판단에 간섭하지 않았다’는 이유도 명시했다. 

 

2000년 집단휴진 사례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은 구성원들의 자율의사에 속하는 휴업 여부에 대해 사업자단체(의협)가 개입했고, 그로 인해 소비자들의 의료기관 이용에 지장을 초래했다면 경쟁이 제한됐다고 봤다. 서울 용산구의 한 병원에 시민이 들어가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서울고법의 판결 중 ‘소비자의 불편 등 후생저해 효과는 경쟁제한과 무관하다’는 부분은 ‘집단휴진으로 소비자의 의료기관 이용에 지장이 초래됐다면 경쟁이 제한된 것’이라는 대법원 판결에 정확히 부합하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따라서 이 결론이 상고심에서도 유지될지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구성원에게 휴업의 실행 여부를 맡겼으므로 의협이 의사들의 휴업 여부에 간섭하지 않았다는 부분은 일견 대법원 판결에 크게 모순되지 않는다.

 

따라서 서울고법 판결의 취지에 따라 향후 사업 활동 방해 행위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그 실행 여부를 구성원들의 자율적인 의사에 맡길 필요가 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러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외관을 만들어 낼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미 언론에 보도된 여러 사정(△집단휴진 기간이 여름 휴가철이라는 점 △일부 의사들은 반대의견을 개진하는 등 집단휴진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 △실제로 참여율이 당초 예상보다 저조했다는 점 △집단휴진에 불참한 구성원(의사)에 대한 감시나 제재가 없었다는 점 등)은 구성원들의 자발성 또는 사업자단체의 미관여 등을 입증하는 요소로 활용될 것이다.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한 조사가 집중되리라 예상된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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