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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배달 플랫폼 노동자 보호할 노사간 합의, 첫발을 떼다

포럼 관계자 "노사 간 자율적 합의라는 점에서 의의"…상설 합의기구 통한 실제적 노력, 정부·국회 관심은 숙제

2020.10.06(Tue) 13:13:51

[비즈한국] 플랫폼 사업자의 발전과 노동 종사자의 권익 보장을 위해 출범한 ‘플랫폼 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 포럼’이 출범 6개월 만에 합의를 도출했다. 포럼에 참석한 노사 관계자들은 이번 합의로 근로계약, 산재보험 등 법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플랫폼 종사자들의 처우를 개선할 초석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합의문이 실효성을 발휘하기 위해선 상설 합의기구를 통한 노사 간 실제적 노력과 정부 부처, 국회의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플랫폼 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 포럼은 6일 협약식을 열고 최종 합의문을 의결했다. 4월 1일 출범 후 6개월간 6차례 전체회의를 거친 끝에 도출해낸 결과다. 포럼 위원장인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협약은 플랫폼 배달 분야의 자율 규범을 만들고자 함이 목적이다. 6개월 동안 규범과 문화, 질서를 만들어야 할 플랫폼 관계자들이 진정성 있게 노력했다. 합의문이 배달 플랫폼 상생에 도움이 되기를 기원한다. 더 나아가 다른 플랫폼 사업에도 이번 포럼이 영향을 미치는 물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병훈 플랫폼 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 포럼 1기 위원장(사진 왼쪽에서 네 번째)을 비롯한 위원들이 6일 서울 명동 커뮤니티 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플랫폼 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 포럼 1기(배달서비스) 협약식'에서 협약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이번 합의문은 △총칙 △공정한 계약 △작업조건과 보상 △안전과 보건 △정보보호와 소통 △후속 과제 등 총 6장으로 나뉜다. 총칙에서는 협약의 목적과 취지 적용 대상 등이 담겼다. 또한 노사 간 신의성실 원칙에 근거해 이 협약이 이행될 것임을 강조했다.

 

2장(공정한 계약)에서는 계약에 있어 기업과 종사자 간의 지위가 대등하게 보장됐다. 특히 플랫폼을 매개로 업무 수행에 대한 계약을 체결한 종사자가 스스로 원하는 시간과 업무를 수행할 권리를 가지며, 기업은 종사자의 업무 수행 날짜나 시간을 지정할 수 없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종사자가 원하지 않는 업무 수행도 강요할 수 없다는 점도 이 장에 포함됐다. 

 

종사자 보호를 위한 조건은 3장(작업조건과 보상)과 4장(안전과 보건)에도 이어진다. 3장 5항 ‘기업은 종사자에게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업무를 배분해야 하고, 만약 업무를 다르게 배분할 경우 이 기준을 종사자가 알 수 있도록 한다’라든지 4장(안전과 보건) 1항 ‘기업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를 다하고, (종사자의) 산재보험 가입 독려 등 종사자가 업무 수행 과정에서 직면할 수 있는 위험 예방에 노력한다.’ 등이 그 예다. 

 

이번 포럼은 플랫폼 사업자와 노동 종사자, 그리고 공익 전문가들이 한 데 모여 플랫폼 경제 발전과 플랫폼 노동 종사자 권익 보장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협약식이 체결되기까지 많은 분이 노력했다. 감게 무량하다. 이번 협의는 민간에서 처음으로 노사가 논의를 했다는 점, 자발적으로 협의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종사자 입장에서는 여러 기업에서 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단점도 있다. 산재보험은 하나의 기업에서만 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을 어떻게 같이 해결할 수 있는지는 계속해서 논의해야 한다.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번 합의가 배달 플랫폼 사업자들과 종사자들의 갈등을 원만히 해결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최준필 기자


다만 이번 합의가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의문이 업계 전체를 대변하지 않는 게 가장 큰 이유다. 포럼에는 우아한형제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스파이더크래프트, 민주노총과 라이더유니온 등이 참여했다. 이들이 배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이다. 그러나 쿠팡 이츠는 포럼에 포함되지 않았다. 쿠팡 이츠의 성장세가 매서운 만큼 이번 협의문이 반쪽짜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 대표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이번 협의에서 여러 가지 위험요소들을 감수하면서 투자 등을 약속했다. 시장 경쟁력이 떨어져서 상생의 논의가 훼손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협의문의 대부분 조항들이 ‘노력한다’로 끝나 협의문이 추상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존재했다. 이에 정미나 코스포 정책실장은 “단어 하나하나가 플랫폼 사업자들의 사내 사업팀의 검토를 거쳐 나온 성과”라고 설명했다. 박정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정책국장은 “노력한다는 단어의 의미가 강제성이 없다는 말이 많았다. 민주노총 관계자로서 노력한다는 의미가 어떤 의미인지 보여드리도록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한편 포럼은 노사 간 상설협의기구를 설치해 협약 사항에 대한 실제 이행 문제, 노사 갈등 발생 시 중재 등을 다룰 예정이며 정부 부처 및 국회에 건의해 이번 합의문이 실질적으로 효력을 발휘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병훈 위원장은 “이번 협약은 자율협약이다. 노사 간 자율적으로 맺은 약속이다. 이 때문에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실효성에 대해선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또한 향후 운영될 상설협의기구에서 협약 이행과 갈등 이슈 발생 시 사실 관계 확인 후 중재해나갈 것”이라며 “이번 협의로 배달 시장이 한 단계 발전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처럼 경쟁만 난무하는 시장이 될 것인지는 이후 실천을 통해서 평가를 받겠다”고 말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협약식 자리에서 “매우 시급한 선별 과제를 원칙과 방향을 정하고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 형식적으로는 자율적으로 노사 간 이뤄낸 결과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다만 결국 법과 제도로 완성해야 하는 만큼 국회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도 “정부는 올해 말 플랫폼 노동자 종합 대책을 마련하고자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합의문의 제도 개선 사항들도 꼼꼼히 살펴볼 것이다. 플랫폼 종사자를 위한 산재보험 개선도 논의하겠다. 그 밖에도 직업 훈련 방안과 근거 법률 제정도 관계 부처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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