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신세계그룹의 2세 경영 체제가 본격화됐다. 지난 28일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이마트 지분 8.22%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에게, 신세계 지분 8.22%는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 부문 총괄사장에게 증여했다고 공시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증여로 그룹의 분리경영 체제가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용진-이마트, 정유경-백화점…각 부문 최대주주 등극
이번 증여로 이마트와 신세계 각각 18.22%이던 이명희 회장의 지분은 10%가 됐다. 정용진 부회장의 이마트 지분은 10.33%에서 18.55%로, 정유경 총괄사장의 신세계 지분은 10.34%에서 18.56%로 높아졌다.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은 2011년 신세계가 이마트와 백화점 부문으로 분리된 이후 각자의 영역을 맡아왔다. 업계 관계자는 “지분 증여 전에는 최대주주인 이명희 회장이 그룹 전체를 총괄했다면 이젠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이 각 부문의 최대주주가 됐으니 승계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 측은 책임 경영 강화를 위한 결정이며 그룹 지배체계에는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 회장이 그룹의 지속 성장을 위해 각 사의 책임경영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판단해 증여를 결정한 것으로 안다. 이 회장의 그룹 총수 역할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이 내야 하는 증여세는 증여액의 60% 수준인 3000억 원가량으로 예상된다. 정 부회장이 증여받은 이마트 주식은 3200억 원, 정 총괄사장이 받은 신세계 주식은 1700억 원 정도다. 증여액이 30억 원을 넘기 때문에 증여세율은 최고 세율인 50%다. 최대주주의 주식 상속은 일반 평가액에 10~30%에 달하는 할증이 붙는다.
증여세 마련을 위해 정 부회장은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광주신세계 지분을 신세계에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 부회장은 광주신세계 지분 52.08%를 보유 중이다. 정 총괄사장 역시 1000억 원 안팎의 증여세를 마련하기 위해 15.14%를 보유한 신세계인터내셔날(SI) 지분을 매각할 거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코로나19 위기 속 해법은 제각각
신세계그룹이 코로나19 등의 환경 변화로 불확실성이 증가해 증여를 결정했다고 밝힌 만큼 위기 국면에서 두 부문의 대응에 대한 비교도 이어진다.
29일 이마트는 사상 처음으로 올해 정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실시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신세계그룹이 이날부터 다음 달 12일까지 그룹 대졸 신입사원을 모집하는데, 이마트와 신세계면세점, 이마트24 등은 채용 기업에서 빠졌다.
이마트는 지난 2분기 47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를 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오프라인 매장들이 타격을 입은 결과다. 다만 매출은 5조 188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조 5810억 원보다 13.2% 증가했다. 쿠팡 등 새로운 유통계의 강자들과 편의점에 밀려 대형마트의 경쟁력이 사라지고 있는 와중에 이마트 또한 그룹 통합 온라인몰 ‘쓱닷컴’과 이마트 자체상표(PB) ‘노브랜드’ 등 신사업으로 탈출구를 찾고 있다.
백화점 부문은 비교적 코로나19의 타격이 덜하다. 신세계백화점의 2분기 매출액은 3539억 원으로 전년 대비 3.7% 감소했다. 하지만 직전 1분기와 비교하면 6.9% 성장해 ‘명품과 가전’이라는 출구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6.3% 감소한 143억 원을 기록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선제적 방역과 대형 점포 중심의 빠른 매출 회복으로 6월에는 신장세로 돌아섰다. 신세계백화점의 빠른 실적 회복은 지역 1번점 전략을 기반으로 한 대형 점포의 실적 선도, 명품·가전 등 동업계 대비 우위 장르 매출 호조세, 타임스퀘어점 1층 식품관 배치, 업계 최초 장르별 VIP 선정 등 지속적인 유통 혁신에 주력한 결과”라고 말했다.
앞서의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으로의 유통 구조 변화가 코로나19라는 특수상황에서 가속화되면서 마트 사업 부문은 내부적으로 위기감이 클 것이다. 고급화 전략을 내세우는 백화점은 비교적 타격이 덜할지라도 전체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마음 놓을 상황은 아니다. 이런 시점에서 이명희 회장의 지분 증여는 경영 책임 강화와 2세 경영체제로의 전환을 앞당기려는 목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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