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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상온 노출 독감 백신, 부작용 보상 가능할까

부작용 가능성 낮아 보상 분쟁 크지 않을 듯…질병관리청 "식약처 조사 결과 나온 후 논의"

2020.09.25(Fri) 14:01:22

[비즈한국] 일부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이 유통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안전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당초 보건당국은 이번에 문제가 된 독감 백신은 22일부터 13~18세 청소년 234만 명과 62세 이상 노령층을 대상으로 무료 접종하려던 500만 명분 물량으로, 시중에 유통된 물량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25일 일부 물량이 이미 공급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부작용 우려가 더욱 커진다. 정말 안심해도 되는 걸까. 또 이상 반응이 발생하면 보상받을 길은 있을까.

 

#상온 노출 백신 일부 이미 접종…전문가들 “부작용 우려 적어”

 

일부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이 유통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안전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25일 일부 물량이 이미 공급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부작용 우려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난 22일 보건당국은 독감 백신 무료 접종 사업을 잠정 중단했다. 정부와 올해 독감 백신 1259만 도즈(1회 접종분) 공급 계약을 맺은 신성약품이 백신을 의료기관으로 배송하는 과정에서 냉장차의 문을 열어놓거나 제품을 땅바닥에 내려놓는 등 냉장유통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을 파악했기 때문. 현행 약사법에 따르면 독감 백신은 영상 2~8℃에서 보관·유통해야 한다.

 

특히 일부 독감 백신이 종이상자에 담긴 채 배송돼 논란이 커졌다. 백신 수송 방법을 규정한 ‘생물학적 제제 등의 제조·판매관리 규칙’에 따르면 백신 등 생물학적 제제 운송 시에는 10℃ 이하 온도가 5시간부터 최대 24시간까지 유지될 수 있는 철제 또는 견고한 플라스틱 상자에 담는 게 ​적정하​다. 온도 유지 시간을 늘리기 위해 용기 내부에 스티로폼 등 단열재 장치를 하고 여기에 더해 화학냉각제나 얼음덩어리를 넣도록 하고 있다.

 

생후 6개월부터 만 9세 미만 어린이들은 이미 지난 8일부터 독감 백신​ 무료 ​접종을 하고 있다. 실제로 문제의 백신 일부는 접종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보건당국은 이들 물량의 경우 다른 조달 경로와 운송업체를 통한 것이라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현재 상온에 노출된 독감 백신 중 배송 상태가 열악한 제품을 표본으로 선정해 안전성과 효능을 살펴보고 있다. 문제가 없으면 접종을 순차적으로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25일 상온 노출 사고로 사용이 중지된 독감 백신 일부 물량이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부작용 우려는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일단 전문가들은 부작용 우려는 크지 않다고 한다. 질병관리청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위원인 기모란 국립암센터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백신을 상온에 오래 두면 변질할 수 있지만, 단시간 상온에 노출됐다고 해서 금방 변질해 성분이 허가받을 때와 달라지거나 부작용이 생기지는 않는다. 보통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예방접종을 하는 의원에서 백신 냉장고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해서다”라고 말했다.

 

보건당국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해당 백신이 실제 냉동차에서 벗어나 운반된 시간은 1시간, 10분 이내인 듯하다”며 “​세계보건기구(WHO)가 말하는 백신 상온 노출 안전기간(25℃에서 2~4주, 37℃에서 24시간 안전)보다 턱없이 짧아 위험한 것 같진 않다”​고 23일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백신이 상온에 노출됐을 경우 영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것은 단백질 함량”이라며 안전성보다는 효과의 문제라고 밝혔다.

 

#접종 후 이상 증상 있을 경우 피해 보상 가능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식약처는 표본을 뽑아 품질 검사 후 이상이 없으면 상온 보관된 백신 500만 도즈를 다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이 상온 보관 독감 백신을 접종한 후 정신적·신체적 이상이 느껴진다면,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보건당국은 ​이번 사태처럼 백신을 운반하고 보관하는 과정에서 적정보관 온도를 벗어난 경우와 예방접종으로 인한 불안함을 이상 반응 원인으로 분류하고 있다.

 

일단 독감 예방접종은 국가예방접종 지원 사업이라 피해 보상 신청이 가능하다.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이 생겨 진료비가 발생하면 관할 보건소를 통해 피해 보상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러면 지방자치단체는 기초조사를 진행하고 보건복지부는 보상 신청 후 120일 이내에 예방접종피해보상 전문위원회를 열어 보상 여부를 심의한다. 다만 예방접종으로 인한 피해로 진료 등을 받아 발생한 비용 중 본인부담금을 30만 원 이상 낸 사람이 예방접종을 한 날로부터 5년 이내 신청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다만 독감 백신이 상온 보관됐다는 사실만으로 피해를 호소해 보상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백신으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하고, 그 부작용이 백신과 직접적인 인과 관계가 입증된다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식약처 조사 결과 백신이 상온 보관됐어도 안전성이나 유효성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오면, 이를 문제 삼아 보상을 요구하기는 힘들다. 이미 시중에 유통된 백신을 맞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신체적인 부작용이 아닌 불안함을 이유로 제기하는 피해 보상은 입증이 쉽지 않다.

 

비슷한 사례로 2014년 제주도에서 일본뇌염 백신을 접종받은 중학생 10여 명이 구토, 손저림 등 이상 반응을 보여 병원 진료를 받았던 일이 있었다. 당시 ‘냉장 보관돼야 할 백신이 실온 상태에 놓인 채로 접종이 이뤄졌다’는 주장이 나왔는데, 질병관리청은 피해 보상을 인정하지 않았다. 질병관리청은 “당시 조사 결과 아이스팩이 깔린 트레이에 백신을 준비해 백신 전용 냉장고에 보관해 백신 구성물 변화를 일으킬 수준이 아니었다”며 “(이상 증상과) 예방접종과의 관련성은 극히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23일 설명했다.

 

질병관리청 예방접종관리과 관계자는 “백신에 문제가 있다는 조사가 나온 후 논의해야 하는 사안인 것 같다. 아직 관련 민원은 없었다. 정신적인 피해 관련도 추후 논의할 사항”이라며 “과거 상온 보관으로 인해 이상 반응이 생겨 피해 보상이 이뤄진 사례는 없었다”고 답했다.​ ​기모란 위원은 “주로 결핵 백신이 과도한 면역반응을 일으켜 피해 보상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 인플루엔자 백신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적어서 (보상 신청 관련) 논란은 크게 일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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