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24일(현지시각) 하루 증시가 10.34% 폭락하며 글로벌 기술주 주가를 끌어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듯 실망한 투자자들은 급히 발을 돌렸다.
테슬라 얘기다. 테슬라는 23일 미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테슬라 공장에서 전기차 배터리 신기술 등을 설명하는 ‘배터리 데이’를 개최하고 전기차 비전을 선보일 계획이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고 온라인 서비스가 먹통이 되며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테슬라의 미래 배터리 기술과 부품 조달 솔루션 구축의 청사진이 망가진 셈이다.
이날 열린 배터리 데이는 테슬라가 야심 차게 준비한 행사로 특별한 의미가 있다. 테슬라는 전기차 제조사에서 배터리를 중심으로 한 전기차 종합 생산 체계를 갖출 계획이다. 현재 테슬라는 배터리 효율성이 떨어지고, 주행거리가 짧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성능 개선에 나섰다.
전기차는 많은 배터리를 싣기 때문에 무겁다. 일반 중형 세단의 무게와 비슷한 1600kg 정도여야 에너지 효율성이 극대화되고 주행거리도 늘어난다.
그러나 테슬라 모델S의 경우 공차 중량이 2000kg이 넘고 고속 주행에 맞춤형으로 제작했다. 보급형 모델인 모델3의 경우도 무게가 가볍고 전 영역대가 주행할 수 있는 안정감을 가졌지만 아직 주행거리가 짧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2차전지 가격이 고가라 전기차 가격이 비싸고 대중화되지 않고 있다.
이에 테슬라는 테슬라는 배터리의 부피를 5배 늘린 원통형 배터리셀을 개발해 1~2년 내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또 건식 전극 코팅 기술과 실리콘 음극 첨가제, 코발트제로·하이니켈 양극재, 흑연 파우더 재활용 등 총 5가지 측면의 배터리 기술을 개발해 배터리팩 가격을 최대 56% 절감시키겠다는 생각이다. 이런 구상이 현실화되면 현재 전기차 가격이 20~30%가량 하락해 가격 경쟁력이 생겨 자동차 시장 전체를 뒤집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론 머스크는 2023년에는 2만 5000달러(약 2900만 원)짜리 전기차를 내놓을 계획이며, 이는 기존 업계의 예상을 5년 정도 앞당긴 것이다. 규모 면에서도 테슬라는 2022년 100GWh, 2030년엔 3TWh 규모의 배터리셀을 자체 생산할 계획을 밝혔다. 전기차 3000만 대분에 해당한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배터리 생산 회사인 LG화학의 연산 100GWh(2020년 기준)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최근 1년 새 테슬라 주가가 10배 넘게 오른 것도 이런 비전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이번 배터리 데이에서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투자자들은 기술적 진보나 돌파구를 원했지만, 이날 머스크는 주행거리 증가나 배터리팩 원가를 절감하는 기술의 발전 수준과 구체적 상용화 도면을 내놓지 않았다. 별다른 시연 역시 없었으며, 가격 절감 데이터의 기준점을 밝히지 않는 등 구체성도 떨어졌다. 특히 100GW의 배터리 생산 설비를 갖추려면 10조 원 안팎의 투자금이 필요하며, 공장 설립에 필요한 부지 선정 등의 절차와 시간을 고려하면 2022년 완공은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머스크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고조시켰지만, 중대한 기술 개선을 바랐던 투자자들에게는 감명을 못줬다”고 평가했다.
테슬라의 주가 부진과 비전 실현에 대한 불투명성이 커지며 LG화학·삼성SDI 등 국내 2차전지 제조사들의 주가도 크게 떨어졌다. 테슬라가 잘돼도, 잘 못 돼도 고민이다. 테슬라가 자체적 배터리 생산 체계를 갖추면 국내 2차전지 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진다. 또 테슬라의 비전 실현이 지연되면 세계적으로 전기차 전환 시점이 늦어져 기업가치에는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다만 테슬라와 같은 배터리 비전은 기존 제조사들도 개발 중이라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큰 타격은 없을 것이며, 여러 우울한 전망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의 궁극적 목적은 3년 뒤 2만 5000달러짜리 전기차를 내놔 자동차 시장 전체를 전환하는 것”이라며 “다만 3년 뒤면 폴크스바겐 등 경쟁사들도 주행거리를 늘리고 가격을 낮춘 제품을 대거 내놓을 시기라 테슬라가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오를지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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