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언택트(비대면)’ 시대를 맞아 전통시장 배달 앱이 여기저기서 선보이고 있다. 스타트업과 상인회가 힘을 합쳐 자체 배달 앱을 개발하기도 하고, 네이버·쿠팡이츠·배달의민족 등 유통 대기업도 잇따라 전통시장 배달 서비스를 내놨다.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중소 배달 앱들의 ‘기회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이는 동시에, 경쟁은 치열한데 타깃 고객층이 불분명해 아직 두고 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스마트폰으로 배달 가능하다는 방이시장 가보니…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상인도 아직은 많지 않다. 100여 점포 중 12곳만 배달 서비스에 참여 중이다. 그러나 이들 가게도 기대만큼 큰 재미는 보지 못하고 있다. 한 과일가게 직원은 “어제는 한 건도 배송 요청이 들어오지 않았다”며 “초반이라 그런지 홍보가 부족해서인지 전혀 효과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10년째 방이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한영국 씨는 “지난 일주일 동안 20건 정도 배달했다. 좀 더 활성화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상인들 “기술만 들어온다고 다가 아니다”
방이시장 앱처럼 전통시장 배달 앱이 그야말로 ‘대세’다. 특히 유통 대기업들의 관심이 높다. 네이버는 2019년 1월 전통시장에서 파는 식자재·반찬·먹거리를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2시간 이내에 배달하는 서비스 ‘동네시장 장보기’ 서비스를 개시했다. 지난 4월에는 쿠팡이츠가 서울 지역 시장에서 주문한 먹거리를 20분 안팎에 배송해주기 시작했고, 배달의민족도 지난 22일 앱 내에 ‘전통시장’ 카테고리를 열어 서울 전통시장 4곳에서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지만, 전통시장 배달 앱은 아직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방이시장 앱의 경우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실시한 ‘2020년도 전통시장 디지털 매니저 지원사업’을 추진하는 전문기관으로 선정된 스타트업 케이포스트가 테스트베드로 삼고 시범 운영 중인데, 현장의 반응이 미지근하다. 물론 한 달 내에 잘되는 서비스는 없다. 현장에서 만난 케이포스트 관계자는 “아직은 배달 앱 이용률이 저조해 많은 매출이나 건수가 일어나지 않고, 상인들이 거리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통시장 주 고객층이 고령층인 점도 이용률에 영향을 미친다. 앞서의 건강원 운영자 손 씨는 “이런 기술을 들여와도 노인 분들이 잘 이용할 수 있겠느냐. 50대인 나도 딸에게 부탁해 겨우 한다. 그마저도 우리 세대는 배달료가 붙는다는 게 아까워 조금 힘들더라도 가서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는 편”이라고 했다.
차별화 역량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기술만 도입한, 특색 없는 서비스를 내놓았다가는 소비자들이 외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광장시장이 신생 플랫폼 ‘파라스타’, 새벽배송 전문 스타트업 ‘팀프레쉬’의 손을 잡고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 15일부터는 빈대떡·과일·약과·육포 등을 새벽에 배송해주는 ‘차례상 새벽배송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케이포스트 관계자는 “당초 시장별로 앱을 복사해 운영하는 식으로 하려고 했는데, 이 시장이 콘텐츠 싸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통합 스마트 시장을 구축하기로 방향을 수정한 배경”이라고 밝혔다. 케이포스트가 말하는 ‘통합 스마트 시장’이란 전국 수십 개의 전통시장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스마트 시장’이다. 예를 들면 대구의 특산물인 사과를 서울에 있는 방이시장에서 소비자가 두 눈으로 보고 구매를 결정하면, 대구에 있는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상품을 직접 보내주는 방식이다. 판매 수익은 방이시장 과일가게 주인과 대구시장 가게 주인이 나눠 갖는다. 이렇게 하면 지역을 넘어 전국적으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방이시장 상인회장은 “각 시장에 다른 지역 시장의 물품을 볼 수 있는 ‘생산자 로컬푸드 판매장’이 생긴다. 홈쇼핑이나 온라인 판매업체는 직접 상품을 확인하고 구매할 수 없으니 차별화가 된다”고 말했다. 결국 오프라인 고객이 많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배달 앱이나 온라인을 통해 관심을 끄는 방안이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김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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