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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주점 뺐다 넣었다' 소상공인 긴급재난지원금 우왕좌왕, 왜?

유흥업주 당초 빠졌다 추가…업주들 "방역 협조, 동등한 대우 바라" 여성계 "성차별·성착취 온상"

2020.09.24(Thu) 10:47:13

[비즈한국] 유흥주점이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 오른 것을 두고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반발이 일고 있다. 당초 정부는 ​국민 정서와 정책 일관성 등을 고려해 유흥주점을 4차 추가경정예산안의 소상공인 지원대상에서 제외했지만, 국회는 이들도 정부 방역지침에 적극 협조했다고 보고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200만 원을 지급키로 했다. 25일부터 소상공인에 대한 2차 긴급재난지원급 지급이 시작되는데, 여성단체와 여권 인사는 이 같은 결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2020년 4차 추가경정예산이 2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확정된 추경 규모는 총 7조 8000억 원이다. △3조 9000억 원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긴급피해지원에 △1조 4000억 원은 긴급고용안전에 △4000억 원은 저소득층 긴급생계지원에 △2000억 원은 긴급방역에 △나머지 1조 8000억 원은 긴급돌봄지원 등에 배정됐다. 당초 만13세 이상 전 국민에게 지원하려 했던 통신비는 여야 합의를 통해 만 16~34세, 만 65세 이상으로 선별 지원하기로 했다. ​

 

경기도 소재 한 유흥주점 입구에 붙은 집합금지명령 고지문. 사진=박정훈 기자

 

논란이 된 예산은 소상공인지원사업인 ‘소상공인 새희망자금’이다. 국회는 올 상반기 매출액이 지난해 월평균보다 감소한 연 매출 4억 원 이하 소상공인에게 100만 원을,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집합금지나 영업제한 조치를 받은 소상공인에게는 각각 200만 원과 150만 원을 지원한다. 혜택을 받는 소상공인은 294만 명, 배정액은 3조 3000억 원(전체 42%) 수준으로 이번 추경으로 진행되는 단일 지원사업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으로 집합을 금지한 고위험시설은 △헌팅포차 △감성주점 △유흥주점(룸살롱, 클럽 등) △단란주점 △콜라텍 △노래연습장 △실내집단운동(격렬한 GX류) △실내 스탠딩 공연장 △방문판매 업체 △유통물류센터 △대형학원(수용인원 300인 이상) △뷔페 음식점 등 12종이다. 수도권은 △10인 이상 학원 △독서실 △스터디카페 △직업훈련기관 △실내체육시설까지 집합 금지명령이 내려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수도권)으로 영업이 제한된 업종은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제과점, 프랜차이즈 카페 등이다. 

 

당초 정부가 10일 발표한 4차 추경예산안에는 소상공인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예외업종이 있었다. 유흥주점과 콜라텍(무도장)이다. 정부는 예산안 발표 당시 일반국민 정서, 정책과의 일관성 등을 고려해 기존 지원기준에 따라 2개 업종은 제외했다고 밝혔다. 그간 정부가 소상공인 지원 기준으로 삼았던 ‘소상공인 정책자금 융자제외 대상 업종’에 따라 유흥주점업, 도박관련업, 무도장 운영업, 기타 불건전 업종 등이 빠졌다. 

 

23일 유흥주점 업주들이 구로구청 앞에서 자치구 차원의 지원을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이는 모습. 사진=차형조 기자

 

예외를 정한 기준은 유흥성이었다. ​정부 예산안에 담긴 소상공인 지원대상과 ​소상공인 정책자금융자금 융자 대상 업종​에는 단란주점이 포함됐지만 유흥주점은 제외됐다. 식품위생법 시행령에 따르면 단란주점과 유흥주점 모두 주로 주류를 조리·판매하는 영업으로서 손님이 노래를 부르는 행위가 허용된다. 하지만 유흥주점은 유흥종사자(접객원)를 두거나 손님이 춤을 추는 행위까지도 허용한다. 접객원을 두거나 춤을 추는 행위가 국민 정서에 반한다는 취지다.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10일 브리핑에서 “정부는 단란주점 영업까지만 지원한다”고 단정했다.

 

그러자 유흥업주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비상대책위원회 회원 100여 명은 14일 ‘생계형 유흥주점 2차 재난지원금 제외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2차 재난지원금 대상에 생계형 유흥주점을 포함해줄 것을 요구했다. 비대위 측은 “유흥주점은 정부 방역대책에 협조해 집합금지명령이 내려지면 불평 없이 문을 닫았는데 돌아온 것은 정부의 냉소와 차별이었다”며 “남다른 특혜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업종과 마찬가지로 동등하게 대우받고 형평성 있는 지원이 이뤄지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장도 12개 고위험시설 전체에 예외 없이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광역지자체장 모임인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는 10일 공동건의서를 통해 “정부는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제2단계 사회적 거리 두기 시행으로 집합금지명령이 내려져서 경제적으로 손실을 입은 고위험시설 업종에 대해서는 모두 제2차 재난지원금을 지원하는 것이 형평성에 부합해 보인다. 일부(예·유흥업소)만 제외하면 결국에는 지자체가 그 부담을 안게 될 것이기에 업종 구분하지 말고 위기극복에 동참하여 문을 닫은 모든 업종에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지원대상은 매출이 감소한 ‘일반업종’​과 집합금지·영업제한 명령을 받은 ‘특별피해업종’​으로 나뉜다. 자료=중소벤처기업부

 

결국 국회는 22일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지원 대상 업종에 유흥주점과 콜라텍을 포함했다. 수혜 인원은 3만 2000명, 재정소요는 640억 원 추가됐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인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는 이날 “정부 방역지침에 적극 협조한 집합금지업종에 대해서는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200만 원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집합금지업종에 유흥주점과 콜라텍이 포함됐는데, 유흥업을 장려하자는 것이 아니다. 방역에 철저히 협조하느라 피해가 컸고, 방역에 협조한 분들을 지원하지 않으면 협조 요청을 다시는 못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와서 검토 끝에 지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소상공인 지원대상에 유흥주점이 포함되자 여성단체는 크게 반발했다. 여성운동단체 연합체인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이날 19개 단체 공동 명의로 “국회는 부정부패한 접대와 성차별·성착취의 온상인 유흥주점 지원결정 당장 철회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이들은 “유흥업소는 일제강점기 ‘요정’과 ‘요릿집’으로 시작했다. 밀실과 야햡으로 얼룩진 ‘룸살롱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쓸 만큼 우리 역사에서 청산해야 할 업종이자 반문화다. 비즈니스와 접대라는 명목으로 여성만을 유흥접객원으로 두고 ‘유흥종사자’ 여성을 도구화하는 성차별적이고 반인권적인 업소”라며 “정의를 기반한 사회를 만들겠다면, 인권과 성평등을 지향한다면, 국회는 이런 결정을 내려서도 동의해서도 안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룸살롱 접대문화가 만연한 상황에서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기대할 수는 없고, 새로운 현실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라며 “4차 추경에 유흥주점까지 200만 원씩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위에서 언급한 석 달간 600만 명이 다녀가 활황이었던 대도시 룸살롱은 지원대상에서 빠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적었다. 

 

한편 정부는 25일부터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지급을 시작한다. 중기부는 추석 전 최대한 많은 소상공인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1차 대상자 241명을 선정해 23일 문자메시지로 안내했다. 문자를 받은 소상공인 중 사업자등록번호 끝자리가 짝수인 소상공인은 24일, 끝자리가 홀수인 소상공인은 25일 전용 온라인 사이트에서 신청할 수 있다. 새희망자금 지급 대상이지만 과세정보가 누락되는 사유 등으로 신속지급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은 경우, 확인지급 절차를 통해 10월 중순 지원받을 수 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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