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택시 시장 주도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던 플랫폼 사업자들이 새로운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번엔 대리운전이다. 2016년부터 사업에 뛰어든 카카오모빌리티에 이어 타다 운영사 VCNC가 참전을 알렸다. 마카롱택시 운영사 KST모빌리티도 대리운전 사업 운영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플랫폼 사업자 중 가장 먼저 대리운전 시장에 뛰어들었다. 2016년부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대리운전 호출 서비스 ‘카카오T 대리’를 운영 중이다. 선발 주자인 만큼 시장 장악력 역시 높다. 지난 7월에는 업계 2위로 평가받던 대리기사 배차프로그램 업체인 ‘콜마너’의 관제시스템 운영사업부를 인수했다. 또 8월에는 카카오모빌리티의 특수목적 사업법인 씨엠엔피가 자회사 ‘유캠프’를 설립했다. 사업 목적은 ‘대리운전 서비스 중개업’이다.
VCNC도 대리운전 중개 서비스 ‘타다 대리’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현재 VCNC는 4분기 출시를 목표로 대리기사를 모집 중이다. 예정 인원은 1000명이다. 1만 대 가맹 택시를 보유 중인 KST모빌리티도 별도로 TF팀을 구성해 대리운전 서비스를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플랫폼 사업자들이 앞다퉈 대리운전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 중 하나는 비교적 규제가 적기 때문이다. 대리운전 사업은 관할 세무서에 사업자 등록만 하면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발표한 ‘대리운전 실태조사 및 정책연구’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2005년 “대리운전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를 법적으로 강제하기보다는 자율규제를 통해 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대리운전 사업을 자율규제사업으로 추진한 바 있다. 2019년이 돼서야 공정거래위원회가 대리기사의 피해 방지에 관한 업무 계획을 발표할 정도로 규제 장벽이 낮다.
여기에다 대리운전 사업은 수익성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대리운전 플랫폼 수수료율은 이용 요금의 20%다. 대리기사가 고객으로부터 요금 2만 원을 받았을 때 카카오모빌리티에 들어오는 수수료는 4000원인 셈. 카카오모빌리티가 현재 가맹 택시로부터 받는 수수료도 매출의 20%다. 대리운전 사업이 택시 사업보다 규제는 덜한 반면 수익율은 비슷한 수준이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택시 호출 서비스는 각종 규제로 묶여 있다. 사업 등록부터 요금 신고까지 모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알려야 한다. 또 1가맹점·1플랫폼 체제 때문에 플랫폼 운송사업자 간 점유율 경쟁도 치열하다”며 “반면 대리운전 사업은 법률적 제재가 택시 사업에 비해 덜하다. 대리기사만 확보되면 얼마든지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수익 구조도 단순하다. 플랫폼 운송사업자가 대리운전 분야를 ‘캐시카우’로 삼으려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리운전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올해 대리운전 시장 규모가 2조 7672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13년 추정치인 약 1조 원 규모보다 2.7배 성장한 수치다.
모빌리티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늦은 밤 취객을 대신해 운전하는 서비스가 대리운전 사업의 전부는 아니다. 최근에는 렌터카 업체들의 자동차 탁송 서비스 등 주간에도 대리운전 서비스가 성행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국토부가 발표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의 플랫폼 택시 ‘타입 1’에 해당하는 플랫폼 운송사업에도 대리기사가 필요하다. 사업 확장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다만 플랫폼 사업자들의 대리운전 사업 참여는 ‘그들만의 전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대리운전은 콜센터 기반 서비스와 앱 호출 기반 서비스 두 가지로 나뉜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앱 호출 서비스가 기반”이라며 “그런데 우리나라 이용자들은 여전히 콜센터를 통해 대리기사를 부른다. 이를 관리할 부처나 단체가 없어 이들의 수익을 가늠하지 못할 뿐, 시장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앱 호출 서비스는 비중이 여전히 낮은 편이다. 아직 플랫폼 사업자 간 경쟁은 의미 없다. 콜센터 대리운전 서비스를 앱 호출 서비스로 대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박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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