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LG화학이 배터리 사업부문을 물적분할 하기로 하면서 소액주주와 회사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내달 개최되는 임시주주총회에서 해당 안건이 통과될지 눈길이 쏠린다. LG화학 지분 30%를 LG가 가지고 있는 만큼 안건 통과가 유력하지만, 국민연금이 반대하면 이야기가 또 달라질 수 있어서다.
LG화학은 지난 17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배터리 사업부문을 물적분할 하는 안건을 다룰 임시주주총회를 오는 10월 30일 개최하기로 했다. 주주명부 확정일은 10월 5일, 주주명부 폐쇄기간은 10월 6일부터 10월 8일까지다. 임시주주총회에서 해당 안건이 통과하면 오는 12월 1일까지 분할 존속법인과 분할 신설법인으로 분리 작업이 마무리된다.
분할 존속법인은 LG화학, 분할 신설법인은 LG에너지솔루션(가칭)이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자동차전지, ESS전지, 소형전지 등 LG화학에서 맡고 있던 전지 사업부문을 가져와 사업을 영위하게 된다.
LG화학은 물적분할 배경으로 “신설 분할법인으로 예정된 LG에너지솔루션이 전지 관련 사업에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해당 사업부문의 전문성 및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사업 특성에 맞는 독립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여 경영효율성을 제고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지배구조 체제 변경을 통해 궁극적으로 기업 가치와 주주 가치를 제고한다”고 부연했다.
LG화학이 배터리 사업부문을 분할해도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100% 가지고 있기 때문에 LG화학의 기업 가치는 그대로다. 또 상장을 통해 투자금을 유치하면 적기에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럼에도 소액주주들은 즉각 반발했다. LG화학이 물적분할을 하게 되면 배터리 사업부문이 제외되고, 이는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주주에게 기존 지분 비율만큼 신설법인 지분을 주는 인적분할과 달리 물적분할은 신설법인의 지분을 기존법인(LG화학)이 가져간다. 이 때문에 LG화학의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배터리 사업부문이 신설법인에 넘어가면 기존 LG화학 주주 입장에서 신설법인의 실적이 아무리 잘 나와도 ‘남의 잔치’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배터리 사업부문은 전기차 산업이 본격적으로 확대되면서 대표적으로 수혜를 입는 업종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자회사(신설법인)가 사업을 잘 해도 모회사(존속법인)의 주가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모회사인 지주회사의 시가총액이 자회사인 사업회사의 시가총액보다 적은 경우도 비슷한 예다. 산술적으로 지주회사가 가진 사업회사의 지분 가치만 합산해도 모회사의 시가총액이 사업회사의 시가총액을 상회해야 하지만, 실제 주가에는 반영되지 않은 경우가 발생한다.
LG화학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내달 예정된 임시주총에서 물적분할 안건이 통과될지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LG화학은 물적분할 될 가능성이 높다. 상법 제530조 3, 1항에 따르면 회사 분할 등의 결의를 위해서는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LG화학의 주주구성을 보면 그룹 지주사 LG가 보유한 30.06% 등 LG 측 우호 지분이 30.1%가 된다. 이 때문에 나머지 주주들의 반대와 관계없이 물적분할 안건이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물적분할로 인해 나머지 주주들의 피해가 예상되는 점이 입증되면 안건 통과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상법 제530조 3, 6항에 따르면 회사의 분할 또는 분할합병으로 인해 각 회사의 주주 부담이 가중되는 경우에는 그 주주 전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에 시선이 집중된다. LG화학 지분을 10.51% 가진 국민연금이 분할합병에 반대하고 나설 경우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나머지 주주들이 뭉칠 수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특정 기업의 투자에 대한 의견은 따로 밝히지 않고 있다”면서 “국민연금의 운용은 기금운용본부에서 직접하거나 자산운용사 위탁하는데 투자의 주체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LG화학 관계자는 “물적분할에 따른 LG화학의 주가 변동성과 물적분할 안건 통과 여부는 가정”이라며 “회사 차원에서 이와 관련된 내용을 따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입장을 밝혔다.
박호민 기자
donkyi@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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