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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치 양보 없는 LG·SK 배터리 소송전, 결말은?

SK이노 "전면 재검토 후 진실 밝혀질 것"…LG화학 "예비조사 과정서 충분히 검토, 반전은 없다"

2020.09.18(Fri) 14:07:25

[비즈한국]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전이 1년 이상 이어지며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 최근에는 양사가 주말까지 반납하며 여론전을 펼치면서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이런 갈등은 극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치열한 여론전 가운데 사건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ITC가 LG화학이 요청한 조기패소 예비판결을 뒤집은 배경도 이와 같은 취지로 읽힌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전의 본질을 되짚어봤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을 둘러싸고 여론전을 뜨겁게 펼치는 가운데 내달 5일께 ITC에 의해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김상연 기자

 

양사의 배터리 소송전은 지난해 4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ITC에 제소하면서 시작했다. SK이노베이션이 자사로 이직한 전 LG화학 직원을 통해 영업 기밀을 빼돌렸다는 주장이다. 소송전은 지난 2월 변곡점을 맞았다. ITC가 LG화학 측이 요구한 조기패소 예비판결을 승인한 것.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소송과 관련된 이메일을 삭제하는 등 소송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예비판결을 요청했고 ITC는 이를 수용했다.

 

조기패소 예비판결 결정으로 SK이노베이션은 반론 없이 다가오는 최종 판결 기일을 맞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지난 4월 반전이 일어났다. ITC가 조기패소 예비판결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 앞서 조기패소 예비판결의 결과가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LG화학이 주장하는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 판단이 들어가지 않은 채 조사 과정의 문제만으로 조기패소 결론을 내는 건 섣부르다는 지적이었다.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구체적 사실 확인과 피해 규모에 대한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

 

게다가 조기패소 판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SK이노베이션의 삭제된 이메일은 복구된 상황. SK이노베이션 측은 시스템 상의 이유로 이메일이 삭제됐을 뿐 고의적인 행동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ITC가 소송을 전면 재검토하기 시작하면서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에게 요청한 사항들을 살펴보면 향후 소송전의 향방을 짐작할 수 있다.

 

우선 ITC는 파기된 증거 자료 가운데 영업 기밀 침해(misappropriation of trade secrets)와 관련된 구체적 자료가 무엇이었는지 확인할 것을 요청했다. 가령 SK이노베이션이 전 ​LG ​직원들에게서 기술 관련 문서 등을 입수하지 않았다면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기술 개발을 하지 못했을지 여부 △배터리 기술 수준이 낮았을지 여부 △배터리 기술 개발 완성 시점이 현저히 늦춰졌을지 여부 등을 각 사가 직접 증명하라는 취지다.

 

또 미국 관세법(section 337)에 따라 파기된 증거 자료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에 입힌 경제적 침해나 위협 등의 내용이 담긴 자료가 무엇인지 밝히라는 요청도 있었다.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할 의도(목적)로 LG화학 전 직원들로부터 관련 기술 자료를 입수했는지를 확인하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아울러 ITC는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제출한 자료에 포함된 영업기밀 침해 내용들이 조기 패소 예비결정 당시 조사의 범위에 들어갔는지를 파악할 수 없다며 각 당사자에게 예비결정 당시 조사 범위에 포함됐던 침해된 영업 기밀의 목록을 제출할 것을 주문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ITC가 만장일치로 예비판결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결정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특히 ITC가 ‘재검토’와 ‘전면 재검토’란 의미를 나눠쓰는 점을 감안하면 전면 재검토 이후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 판단에 들어간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LG화학은 “ITC에서 양사가 제출한 충분한 자료를 검토한 끝에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가 인정돼 조기패소 판단을 내린 것”이라면서 “ITC가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 것은 표면상 문제가 있어서 내린 결정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살펴보겠다는 취지”라고 해석했다.

 

한편 양사가 배터리 분쟁을 멈추고 합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합의금 규모가 10조 원에서 1조 원까지 내려왔다는 말까지 나왔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근거 있는 합리적인 액수를 제시할 경우 언제든지 합의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이다. LG화학도 합의에 대해 여지를 남겨둔 상황. 결말이 어떻게 날지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ITC의 최종 판단은 내달 5일 내려질 예정이다.

박호민 기자

donky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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