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던 서울 아파트값이 4주 연속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부 부동산 대책으로 가격 상승세가 꺾였다고 밝혔는데, 일각에서는 이 같은 안정세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 4주 연속 보합세, 8월 거래량 반토막…“정부 대책으로 부동산 상승세 꺾였다”
17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8월 24일부터 이번 주까지 4주 연속 보합 수준인 0.01% 상승률을 보였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을 주도했던 강남4구는 한 주 앞선 8월 17일부터 0~0.1% 수준의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서초구와 송파구가 0%, 강남구는 0.01% 상승률을 5주째 유지하고 있다. 강동구는 8월 31일 0%로 내려간 것을 제외하고 매주 0.01% 상승률을 보였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크게 줄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8월 아파트 거래량은 4425건으로 전월 1만 651건 대비 58.45%(6226건)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달 거래량과 비교했을 때에도 33.02%(2182건) 줄어든 양이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매수우위지수는 6월 88.2에서 7월 81.9, 8월 74.2로 두 달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매수우위지수가 기준선 100 아래로 떨어지면 집을 팔고 싶은 사람이 사고 싶은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감정원 조사 발표 하루 전인 1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정부 대책으로 부동산 상승세가 꺾였다”며 “7·10 대책과 8·4 대책을 내놓은 이후 시장이 약간 변화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상승세가 서울의 경우 감정원 통계로 0.01%가 된 게 4~5주 정도 되고 강남4구의 경우 상승세가 멈춘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국감정원 주택통계부 관계자는 “7·10, 8·4 부동산대책 영향과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경기 위축으로 시장의 관망세가 지속되고 있다. 9억 원 이하와 신축 단지에서는 소폭 상승도 감지된다. 매수나 매도자가 아직 줄다리기 중이라고 보면 될 거 같다. 6월 초 급등세에 비해 크게 안정적인 추세로 접어든 것 같지만, 하락세라고 말하기는 곤란하다. 당분간 소폭의 상승세를 유지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 “서울 당분간 보합세 유지”, 하락 전환은 의견 분분
전문가들 역시 부동산대책으로 서울 아파트값이 당분간 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아파트값이 하락 전환할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일단 하락세를 가늠하는 첫 분기점은 양도소득세율 인상이 적용되는 내년 6월이 될 것으로 보인다. 7·10 부동산대책에 따라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취득세 세율과 2년 미만 단기 보유자의 양도소득세 세율이 인상됐다. 정부는 이들이 집을 매물로 내놓도록 유도하기 위해 양도소득세율 인상 적용일을 내년 6월 1일까지로 유예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역대 부동산대책을 살폈을 때 정책 발표 후 시장은 ‘시범 사례가 되지 않겠다’는 관망세에 들어간다. 짧은 기간으로 한정한다면 정부 부동산대책이 효과가 나타났다고 할 수 있지만 그게 얼마나 갈 것인지는 미지수다. 8월 거래량 감소는 부동산정책도 있지만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으로 인한 여파가 가장 큰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장기적으로 서울은 집값이 오를 거라 본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가장 큰 변화는 강도 높은 규제로 거래량이 급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거래가 안 되고 있다는 것은 과열된 수요 심리가 진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거래가 계속되지 못하면 가격 오름세가 지속되긴 힘들다. 부동산정책의 주 타깃이었던 9억 원 이상 고가주택에서 이런 양상이 많이 보여졌다. 가을 이사철이 되면 아파트 가격이 더 오를 거라는 불안감 때문에 매수 대기자가 6~7월에 매수한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강력한 수요억제책으로 당분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줄고, 가격도 강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6·17, 7·10 부동산대책에 따라 내년 6월 과세시점부터 단기거래자, 갭투자자, 부동산 과다보유자에 대해 세금을 무겁게 부과한다. 또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 받을 때 6개월 내 주택 입주를 하게끔 실거주요건도 강화됐다. 내년 6월 1일을 기점으로 매물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부동자금과 올 하반기 3기 신도시의 토지보상금이 유동성에 더해져 가격은 큰 폭으로 조정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거래량이 줄면서 서울 아파트 가격이 안정화되는 모습이지만 지금 추세를 시세 안정화로 가는 길목으로 볼 수는 없다. 연말까지는 강보합세, 내년 상반기에 양도세를 피하기 위한 물건이 나오면 보합세가 유지되겠지만, 이후부터는 집값이 다시 올라갈 것으로 본다. 주택 공급량이 부족한 것은 분명하다. 연말에 전국적으로 40만 가구가 풀린다고 하지만 서울의 물량은 소수에 그친다”고 말했다.
최은영 도시연구소 소장은 “서울 아파트값과 선행지수격인 거래량 감소 추세를 함께 살폈을 때, 매수대기자가 ‘그 가격에는 안 사겠다’고 버티는 모습”이라며 “서울 주택 가격은 5월 금리 인하로 급등했는데 이후 7·10, 8·4 부동산대책이 수요를 강하게 억제하며 진정되는 모양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나 분양가상한제 등 정부가 설정해 놓은 주택정책 다수가 2020년 이후부터 작동하게끔 돼 있다. 서울 주택가격 상승세가 2015년부터 장기간 지속됐기 때문에 이게 계속 지속되기는 힘들다고 본다. 장기적으로 하락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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