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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3구서 48건' 재건축조합이 대면총회 강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

'직접 참석' 아니면 도정법 충족 안 돼…국회서 '재난상황 시 비대면 가능토록' 개정안 발의

2020.09.16(Wed) 19:57:18

[비즈한국]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3월 이후 서울 강남3구 소재 재건축·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관내에서 48건의 총회를 개최한 것으로 비즈한국 취재 결과 확인됐다. 조합원의 사업 지연 우려와 관련법이 정한 ‘직접 참석 요건’이 더해져 대규모 대면 행사를 강행하게 됐다는 게 정비사업조합 측의 분석이다. 국회에서는 이런 추세를 반영해 관련법 개정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조합이 인근 개원초등학교에서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도입한 총회를 개최했다. 사진=연합뉴스

 

#3월 이후 서울 ‘강남3구서 정비사업조합 총회 48건 개최

 

각 자치구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의 대유행(팬데믹)을 선언한 3월부터 8월까지 서울 강남구·서초구·​송파구(강남3구) 소재 정비사업조합이 관내에서 총 48건의 총회를 개최했다. 총회 개최 건수는 강남구 20건, 서초구 15건, 송파구 13건이다. 강남3구 소재 정비사업조합 수는 서초구 46개, 강남구 25개, 송파구 21개 등 92개로 서울 전체(474개)의 19.4%를 차지한다.

 

정비사업조합이 관내에서 총회를 개최한 이유로 고발 조치된 사례는 없다. 8월 서울·경기 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전까지​ 서울시 각 자치구는 특정 모임에 한정해 집합금지명령을 내려왔다. 거리두기 2단계부터는 실내 50명, 실외 100명 이상의 모임이 전면 금지됐다.  ​  ​

 

강남구에서는 관외 정비사업조합이 3건의 총회를 열었다.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조합(5월)과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조합(6월)이 삼성동 코엑스에서 시공사 선정 총회를,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조합 조합원(8월)이 대치동 스페이스쉐어에서 임원 해임 총회를 열었다. 이중 강남구의 집합금지명령을 어긴 한남3구역과 둔촌주공 조합원 측은 고발 조치됐다. 서초구와 송파구는 관외 정비사업조합의 관내 총회 개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총회 참석자는 최소 수십 명에서 최대 수천 명에 달한다. 4월 열린 서초구 신반포15차 재건축조합의 시공자 선정 총회에는 94명, 같은 달 자동차 안에서 진행되는(드라이브 스루) 방식이 도입된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조합의 관리처분계획 변경 총회에는 차량과 도보 참석자를 포함해 2340명이 총회장을 찾았다. 앞서의 한남3구역 재개발조합의 시공사 선정 총회에는 조합원 2735명이,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의 임원 해임 총회에는 875명이 관외에서 개최된 총회에 직접 참석했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이후 실내 50명, 실외 100명 이상 모이는 행사를 금지한다는 내용으로 조합에 네 번 이상 권고를 보내고 관련 총회를 금지해왔다. 드라이브인 방식 역시 도보 참석자나 외부 이해관계자를 포함해 100명 이상이 오가기 때문에 거리두기 지침에 어긋난다고 보고 금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위험에도 대면 총회 강행, 사업 지연 우려에 ‘직접 참석 요건​ 더해져 

 

정비사업조합의 총회에서는 사업 진행에 필요한 주요 사항을 결정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총회의결이 필요한 사안은 △조합 정관 변경, △자금 차입, △사업비 예·결산, △시공자·설계자·감정평가법인 선정,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선정, △조합 임원 선임·해임, △조합원별 사업비 분담, △사업시행계획안 확정, △관리처분계획안 확정, △청산금 징수 및 지급, △비용 조달 등이다.​ 

 

문제는 총회 의결에 필요한 ‘직접 참석 요건’이다. 도정법에 따라 일반적인 의결에서는 조합원 10% 이상이 총회 현장에 ​직접 ​참석해야 한다. 행정청의 인허가가 필요한 경우는 조합원 20% 이상, 시공자를 선정하는 총회에는 과반이 직접 참석토록 규정한다. 조합이 서면이나 온라인으로 의결정족수를 채우더라도 직접 참석 요건을 만족하지 못하면 의결은 효력이 없다. 앞선 이유로 총회 의결이 필요한 조합은 전체 조합원 10% 이상이 대면 접촉을 하거나 총회 일정을 미뤄야 한다. ​

 

지난 6월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한남3구역 재개발조합의 시공자 선정 총회 현장. 조합원 2735명이 직접 참석했다. 사진=차형조 기자

 

정비사업조합 모임인 ‘미래도시시민연대’의 김구철 조합지원단장은 “조합이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 지자체의 만류에도 총회를 개최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사업 지연이다. 정비사업의 구체적인 계획을 확정할 때, 수립한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자금을 차입하는 경우 등 정비사업 진행에 필수적인 사항은 모두 총회 의결을 받도록 돼 있다. 사업 지연에 따른 사업비 이자 부담이나 기회비용은 조합원에게 전가되기 때문에 조합이 감내할 수 없는 상황이 오면 총회를 강행하는 것”​이라며 “직접 참석 요건이 있기 때문에 일단 총회 개최를 결정하면 완전한 비대면 진행은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국회는 현재 정비사업 총회의 ‘조합원 직접 참석 요건’을 ​재난 시에 한정해 전자적 방식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간사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월 10일 ‘재난 발생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해 시장·군수 등이 조합원 직접 출석이 어렵다고 인정하는 경우 전자적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고, 이를 직접 출석한 것으로 본다’는 규정을 추가하는 것을 포함한 도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현재 법안은 위원회 심사단계에 있다.   

 

조응천 의원은 “2014년 처음으로 공동주택의 의사결정에 전자투표가 도입되었지만 활용도가 높지 않았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발생 등 조합원의 직접 출석이 어려운 경우 전자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게 된다. 효율적인 의사결정과 조합원의 참여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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