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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談] "자동차 이커머스 접은 뒤 구독 서비스로 재기" 전민수 더트라이브 대표

미련없이 실패 인정하고 사업 전환해야 성공 가능성 열려…실패는 인생의 디폴트

2020.09.16(Wed) 15:20:56

[비즈한국] 우리 사회는 여전히 실패에 인색한 편이다. 통계에 따르면 성인 중 절반 가량이 파산·해고·이혼 등 인생의 ‘실패’ 한 번으로 낙오자로 전락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실수 없이 완벽한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성공한 이들이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실패의 경험이다. 비즈한국은 화려한 성공에 감춰진 경영인들의 실패 경험을 들어보고자 한다. 

 

자동차를 소유물로 여기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이제 자동차는 공유하는 시대다. 렌터카가 주축인 ‘차량공유 서비스(카 셰어링, Car Sharing)’와 카풀이 대표적인 ‘승차공유 서비스(라이드 셰어링, Ride Sharing)’가 빠르게 우리 사회에 스며들고 있다. 

 

그러나 2020년 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사람들이 공유 서비스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개인적으로 차량을 구매하거나 리스·장기 렌털로 차량을 대여하기에는 비용, 차량 관리, 임대 기간 등 신경 쓸 게 많다. 

 

온라인 자동차 중개 서비스 실패 후 중고차 구독 서비스로 다시 일어선 전민수 더트라이브 대표. 그는 “실패는 누구나 한다. 실패를 인정해야 성장한다”고 말한다. 사진=임준선 기자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 중 하나로 ‘차량 구독 서비스’가 떠오르고 있다. 업체가 사용자를 대신해 차량을 구입하고 월마다 임대료를 받는다는 점에서 리스(lease)와 서비스가 같다. 다만 임대 기간을 1년으로 낮추며 이용자 부담을 줄이는 게 이 서비스의 핵심이다. 미국에서는 ‘페어(FAIR)’가, 영국에서는 ‘드로버(Drover)’가 이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트라이브가 중고차 구독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2019년 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대기 중인 신청자가 1000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상당하다. 현재 보유 차량은 40대 정도로 9월 말 신규 투자 유치를 마친 후 연내 120대까지 확보하는 게 트라이브의 목표다. 

 

전민수 더트라이브 대표는 “트라이브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한다. 2016년 법인을 설립한 후 2년 동안 신차 시세를 제공하고 소비자에게 딜러를 연결하는 사업을 운영하다 큰 실패를 맛본 까닭이다. 전민수 대표는 “남들은 사업 3년 차에 데스밸리(창업 후 자금난에 빠지는 상황)를 경험한다던데, 나는 첫해부터 데스밸리였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에게 지난 5년간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평범한 직장인에서 사업가가 되기로 결심한 까닭


Q. 창업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언제부터 사업가가 되기로 마음먹은 겁니까. 

 

A. 처음부터 사업가를 꿈꿨던 건 아닙니다. 저는 광고회사에서 평범한 직장인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기획하는 일이 손에 익지 않아 퇴사하고 프리랜서 PD로 몇 개월 정도 일했어요. 마침 당시에 지인 추천으로 인도 IT 기업인 ‘기나 소프트’에 한국 파견직으로 입사했습니다. 기나 소프트는 자동차 제조사에 솔루션을 납품하는 회사였어요. 본사 직원으로 입사해서 파견 형식으로 한국에서 일했습니다. 저는 아우디코리아와 폭스바겐코리아를 담당했습니다. 

 

사실 입사하고 많이 후회했어요. 인도 사람들과 맞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한국 클라이언트와 본사 직원들의 이견을 좁혀야 하는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인도인들은 아직 완료되지 않은 사업을 마치 다 끝낸 것처럼 얘기해요. 이는 업계에 공공연히 알려진 얘깁니다. 인도인들은 “우리 작업 다 마쳤다. 특정 작업만 마치면 된다”라고 자신 있게 얘기하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30%도 진행이 안 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전민수 대표가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접고 창업을 결심했을 때, 가장 큰 힘이 돼준 건 다름 아닌 지금의 아내라고. 사진=임준선 기자​


Q. 그럼 회사 생활에 만족하지 못해서 창업을 결심한 겁니까.

 

A. 그건 아니에요. 2년 정도 일했을까요. ‘디젤 게이트’라고 불렸던 디젤엔진 배출가스량 조작 사건이 발생했어요. 회사는 한국 지사 설립 계획을 철수했고, 저도 파견 근무를 마치고 인도로 복귀할지 일을 그만둘지 선택해야 했습니다. 저는 후자를 선택했어요. 

 

기나소프트에서 함께 일하던 한국 직원들이 하나, 둘 창업을 하더라고요. 자동차 애프터마켓 플랫폼인 ‘카닥코퍼레이션’의 서비스를 인도에서 시작한 친구도 있고요. 국내 주차장 운영 업체인 ‘하이파킹’ 같은 주차장 관리 시스템을 인도에서 운영 중인 친구도 있습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친구들의 창업이 저를 자연스럽게 사업의 세계로 끌어들인 것 같아요. 

 

Q. 머릿속에 생각해둔 창업 아이템은 있었습니까. 

 

A. 그럼요. 회사에서 신차를 온라인 커머스를 통해 시세를 알리고 딜러 소개를 통해 소비자가 구매까지 할 수 있게 하는 프로젝트를 맡았었는데요. 저는 이 프로젝트를 국내에 도입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2016년 11월 법인을 설립하고 12월 서비스를 시작했죠.

 

#사업은 자신감만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Q. 신차 시세 제공과 딜러 매칭이 트라이브의 첫 서비스였군요. 

 

A. 맞습니다. 당시 국내에서는 온라인으로 차량을 판매하는 공식 업체가 없었어요. 암암리에 온라인 카페를 통해 차량 판매가 이뤄지고 있었죠. 저는 이걸 양지로 끌어내서 소비자들에게는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소하고, 딜러에게는 소비자들을 만날 새로운 창구를 제공하는 게 목표였습니다.

 

Q. 서비스 시작 6개월여 만에 누적 거래액 60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반응이 나쁘지 않았던 것 같은데요.

 

A. 마케팅에 많은 돈을 써서 얻은 결과였어요. 한 달에 50건까지 계약을 체결한 적도 있었지만, 수익은 제로였어요. 광고비도 그만큼 썼거든요(웃음). 수수료가 10만~30만 원 수준이었는데, 50건 계약을 성사하려면 광고비로 1000만 원은 써야 했습니다. 광고비도 문제였지만 서비스 자체가 많은 수익을 올리려면 계약이 성사돼야 했어요. 딜러에겐 수수료를 받지만, 이용자들에게는 딜러 매칭 후 실제 차량까지 구매해야 수수료를 받았거든요. 이 때문에 이용자들이 견적서만 받고 오프라인 매장으로 가는 일이 생기더라고요. 수익이 날 수 없는 구조였죠.

 

사업 발전 가능성도 높지 않았습니다. 미국이나 인도는 온라인으로 자동차를 판매하는 게 가능한데요. 국내 업계에서는 온라인 판매가 금기 항목이더라고요. 오프라인 영업사원들이 형성해놓은 가격이 온라인 판매로 무너질 수 있다는 게 이유였어요. 한 자동차 제조사에서는 영업사원의 온라인 차량 판매 행위가 해고 사유이기도 했어요. 대리점은 영업 정지를 당했고요. 많은 딜러를 플랫폼으로 끌어들일 수 없는 구조였던 셈이죠.

 

광고회사 출신인 만큼 프레젠테이션에 자신 있었던 전민수 대표도 계속되는 투자 유치 실패에 공황장애가 올 정도로 프레젠테이션이 무서워진 적 있다고 한다. 사진=임준선 기자


Q. 투자받기도 쉽지 않았을 듯합니다.

 

A. 투자자 대부분이 “광고 대비 수익이 나오지 않을 것 같다”, “네이버 같은 대형 포털에서 자동차를 판매하기 시작하면 사업을 계속 운영할 수 있을까”라고 우려해서 투자를 ​많이 ​받지 못했어요. 엔젤 투자만 겨우 받았죠.

 

프레젠테이션 하면서 창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광고회사에서 일할 때 프레젠테이션을 정말 많이 했는데, 투자 프레젠테이션은 완전 다른 세계더라고요. 프레젠테이션에 따라 투자 여부가 좌우되니 투자자 앞에 서는 게 무섭더라고요. 

 

Q. 부족한 비용은 어떻게 충당했습니까. 

 

A. 트라이브에 투자했던 AI엔젤클럽 최성호 회장님이나 시리즈 엑셀러레이터 곽성욱, 박준상 대표님, 김지원 변리사의 도움으로 겨우 사업을 이끌어 갈 수 있었어요. 흔히 사업 3년 차에 데스밸리가 온다고 하잖아요. 다들 확신에 차서 사업을 시작하고 투자도 많이 받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내 사업이 수익이 나질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되는 시기가 3년 차인 거죠. 그런데 저는 사업하는 내내 고정 지출에 대한 부담이 상당했어요. 

2018년 4월까지 서비스를 운영했는데요. 운영하면 할수록 답이 안 나오더라고요. 같은 해 9월부터 3개월 동안은 저를 포함한 공동 창업자 2명은 월급 없이 일했고, 나머지 직원들 월급은 개인적으로 대출을 받아 지급했습니다. 결국 그마저도 어려워 그들을 떠나보내야 했지만요.


#실패는 인생의 디폴트…실패가 없다면 현상도 유지할 수 없을 것


Q. 현재 운영 중인 ‘중고차 구독 서비스’를 기획한 건 언제부터입니까.

 

A. 일단 첫 자식(서비스)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다른 사업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아이디어가 없는 건 아니었거든요. 그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구독 서비스’였어요. 장기적인 소유물이었던 자동차의 개념이 ‘이용’의 개념으로 간소화되는 시기에 알맞은 서비스라고 생각했습니다. 해외 유명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미 신차 출시 때 월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한국도 그런 수요가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다만 신차는 비용 부담이 큰 까닭에 중고차로 서비스를 운영하기로 했어요. 중고차로도 충분히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대부분 소비자는 중고차를 할부로 삽니다. 그것도 고금리로요. 그렇다고 그 할부를 다 채우는 것도 아닙니다. 1, 2년 후 다시 차를 바꾸죠. 그리고 기존 구독 서비스인 리스나 장기 렌털은 기본적으로 36개월, 48개월을 써야 하는데요. 그동안 금전적인 문제가 발생해 임대를 취소할 경우 그에 따른 수수료도 부담해야 합니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려고 구독 범위를 1년으로 줄여 월 구독 서비스를 기획했습니다. 

 

전민수 대표는 중고차 구독 서비스를 국내에서 최적화한 후 다른 모빌리티 플랫폼과 협력해 토털 모빌리티 서비스를 구현하는 게 최종 목표다. 사진=임준선 기자


Q. 투자 유치에는 성공했습니까. 

 

A. 내부적으로 2018년 12월까지 이 서비스를 기획한 후 투자자들이 나오지 않으면 아예 사업을 접기로 했습니다. 극적으로 2018년 12월 31일에 현대자동차로부터 투자를 받았어요. 사업이 자본 집약적인 까닭에 현대차로부터 받은 투자금은 차량 확보에 사용했습니다. 이후 한동안 추가 투자가 없어 다시 대출을 받아야 했어요. 직원 월급, 중고차 상사 설립에 썼습니다. 

 

조급해하지 않고 시범 서비스를 통해 사업의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했습니다. 그 결과 트라이브는 이제 시리즈A 클로징 단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다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예상보다 사업 확장이 늦어졌어요. 9월 말쯤 추가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신청자가 많기 때문에 차량 확보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Q. 사업 전환 후에도 쉽지 않은 시기를 보냈겠습니다. 그런 면에서 전민수 대표에게 실패란 어떤 의미일까요.

 

A. 실패라는 단어를 한마디로 정의하는 게 참 쉽지 않은 것 같아요(웃음). 개인적으로 정리하자면 ‘실패는 삶의 디폴트’라고 생각해요. 실패는 인생을 살면서 기본으로 설정해야 하는 값인 거죠. 모든 행위는 실수와 실패를 통해 차츰 나아진다고 봐요. 연애만 봐도 그렇지 않습니까. 계획한 대로 일이 흘러가면 참 좋겠지만, 그렇다면 지금에 이르지 못했겠죠. 트라이브 역시 지금도 실패를 겪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발전할 미래를 위해서요.​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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