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애플이 9월 15일 첫 가을 이벤트를 열었습니다. 어느샌가 늘 9월 이벤트는 아이폰이 주인공이었고, 여기에 애플워치가 따라 붙었었는데 올해는 아이폰이 빠지고 애플워치와 아이패드가 그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아이폰은 소문대로 10월 발표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6세대 애플워치, 혈중 산소 포화도 측정 더해
애플워치는 6번째 세대, ‘애플워치 시리즈6’로 업데이트됐습니다. 새 기기의 핵심은 산소 포화도 측정과 새 워치페이스, 그리고 서비스에 있습니다.
새 애플워치의 하드웨어적 변화는 S6 프로세서에서 시작합니다. 새 칩은 듀얼코어 프로세서이고, 이전 세대보다 20% 성능이 빨라졌습니다. 화면 밝기는 2.5배 밝아졌고, 고도계는 상시 측정해서 기록을 남깁니다. 배터리 이용 시간은 같고 하는 일은 더 많아졌는데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이 칩의 전력 효율성이 높아졌다는 거죠. 애플이 애플워치의 변화를 만들어갈 때 기본으로 다지는 게 바로 이 전력에 빈틈을 만드는 겁니다. 그래야 뭘 더 많이 넣고 켤 수 있으니까요.
산소포화도 측정은 말 그대로 피 속에 산소가 얼마나 많이 있냐는 건데, 이건 수면 무호흡증이라던가, 천식, 호흡 곤란 같은 몸의 변화와 연결되는 부분입니다. 특히 코로나19의 진단 방법 중 하나로 요즘 주목받는 건강 정보입니다. 보통 95%가 넘어야 하는데 코로나19에 걸리면 93% 아래로 떨어진다고 해요. 그래서 애플은 이 정보와 기존의 건강 정보를 바탕으로 천식, 독감, 코로나19 등 호흡기 질환의 연관성을 찾아내는 연구를 하겠다고 합니다. 측정은 심박 수를 재는 것처럼 손목에 닿는 적외선 센서로 잽니다. 측정에 한 15초쯤 걸리는 것 같아요.
워치페이스가 추가됐습니다. 잔뜩 추가됐어요. 애플이 공개한 것만 해도 7가지인데 여태 가장 많이 늘어난 겁니다. 그리고 반가운 소식, 드디어 서드파티 워치페이스를 만들 수 있는 개발 도구가 배포됩니다. 이제 워치 페이스를 다운받아서 쓸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소문의 애플워치 SE도 나왔습니다. 이건 애플워치 시리즈5에 가까운 기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S5 프로세서가 들어갔고, 혈중 산소포화도 측정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기능을 거의 다 쓸 수 있습니다. 시리즈6가 399달러부터인데, SE는 279달러부터 시작해요. 사실 시리즈5나 시리즈4는 아직도 쓰기에 충분한데, 이렇게 재정비해서 나오는 건 좋은 접근인 것 같아요.
#다시 강조된 서비스, 피트니스와 애플원
사실 애플워치에서 가장 중요한 발표는 하드웨어가 아니에요. 서비스죠. 바로 애플워치 가족 설정입니다. 기본적인 기능은 아이의 애플워치 사용 기록을 부모가 체크할 수 있도록 하는 보호 서비스입니다. 아이폰이 없는 아이들도 애플워치를 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변화에요. 부모의 아이폰에 연결하고, 사용 기록도 부모가 직접 볼 수 있습니다.
대신 애플워치는 셀룰러, LTE로 독립적으로 작동합니다. 자체 전화번호도 받고, 전화통화, 메시지, 음악 재생 등 앱 사용도 다 그대로 됩니다. 어린이들이 많이 쓰는 키즈폰 떠올리면 됩니다. 수업시간에는 다른 기능 쓰지 않도록 수업 모드로 전환되고, 수업 모드를 알리는 특유의 워치페이스가 떠서 선생님이 쉽게 확인할 수 있어요.
이건 최신 기기에서만 되는 게 아니라 시리즈4 이상의 애플워치면 다 됩니다. 기능이라기보다는 워치OS의 서비스로 들어가는 건데, 애플워치의 입장에서 보면 완전히 아이폰에서 독립해서 나오는 시도입니다. 애플워치만으로도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다 할 수 있다는 거죠.
서비스들이 계속 눈에 띄는데, 이번에 서비스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애플 피트니스 플러스라는 홈 트레이닝 서비스가 발표됐습니다. 이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애플TV를 보면서 스스로 운동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홈 트레이닝 서비스라고 보면 됩니다. iOS14에서 기존에 ‘활동’으로 부르던 앱이 ‘피트니스’로 이름을 바꿨는데 그게 이 피트니스 플러스 때문인가 봅니다. 운동하는 동안 애플워치가 측정하는 운동량, 칼로리 소비량, 심장박동수 등의 정보들을 운동 화면에 같이 띄워주는 것도 눈에 띕니다. 월 9.99달러 유료 서비스입니다.
서비스가 하나 더 나왔는데 이것도 소문으로 돌던 통합 서비스입니다. 자유이용권 같은 건데, 애플뮤직, 애플TV플러스, 애플아케이드, 50GB 아이클라우드를 패키지로 묶은 겁니다. 기본이 14.95달러인데, 가족 공유를 하면 아이클라우드 200GB에 19.95달러입니다. 애플뮤직이 9.99달러, 가족 요금제가 14.99달러인데 이걸 생각하면 무조건 쓰게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또 구독 서비스가 늘어나네요.
#10년 맞은 아이패드, 핵심은 반도체
아이패드는 두 가지가 공개됐습니다. 올 초 발표한 아이패드 프로를 제외한 일반 아이패드, 그리고 아이패드 에어입니다. 풀사이즈 아이패드라고 부르죠.
8세대 아이패드는 A12 바이오닉 프로세서가 들어갑니다. 이게 한 두 세대 전 칩이긴 하지만 여전히 가장 빠른 프로세서 중 하나입니다. 쓸 만하다 정도가 아니라 진짜 제일 빠른 칩을 손에 꼽으면 그 안에 들어갑니다. 7세대에 비해 CPU는 40%, GPU는 2배 빨라졌습니다. 뭐 당연한 거지만 머신러닝에 쓰는 뉴럴 엔진이 들어갑니다. 또 당연하지만 뉴럴 엔진이 들어간 첫 기본형 아이패드입니다. 디자인은 동일합니다. 값은 329달러, 학생은 299달러에 살 수 있습니다.
이번에 하드웨어의 주인공은 아이패드 에어일 겁니다. 아이패드 프로 3세대의 전면 디스플레이 폼팩터를 바탕으로 설계했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습니다. 크기는 같아서 액세서리를 공유할 수 있긴 한데 화면은 10.9인치로 약간 작습니다. 아이패드 프로는 11인치입니다. 그리고 페이스ID가 빠졌습니다. 큰 차이인데, 대신 터치ID가 들어갑니다. 홈버튼이 없는데 센서는 어디 있냐고요? 전원 버튼에 들어갑니다. 그러니까 전원을 켜는 동작과 동시에 인식이 되는 거죠. 소니 엑스페리아가 쓰는 방식인데 이거 아주 좋습니다. 어쩌면 페이스ID보다 더 빠르고 직관적일 수 있다고 봅니다.
핵심은 반도체에 있습니다. A14 바이오닉 프로세서가 처음 공개됐습니다. 보통 애플의 새 반도체는 아이폰과 함께 처음 공개되는데 이번에는 아이패드 에어가 첫 테이프를 끊었습니다. 조금 의아한 부분이긴 한데 뭔가 어른의 사정이 있겠지요.
A14는 미세공정이 7nm에서 5nm로 줄어들었습니다. 회로가 줄어드니까 당연히 같은 크기의 칩 안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심을 수 있죠. 그래서 트랜지스터 양이 40% 늘었습니다. 118억 개가 들어갑니다. 그리고 성능도 딱 그만큼, 40%가 높아졌습니다. ARM이 새로운 아키텍처나 명령어 세트를 내놓지는 않아서 애플로서도 반도체 집적으로 성능을 높이는 걸로 보입니다. 그래도 이걸 그 많은 기기에 안정적으로 찍어낼 수 있다는 건 반도체 공장 없는 팹리스 회사로서 대단한 겁니다.
뉴럴 엔진도 코어 수를 16개로 두 배 늘렸습니다. 그리고 성능도 딱 두 배 높아졌어요. 초당 11조 번 연산을 합니다. 여기에 흥미로운 게 머신러닝에서 많이 쓰는 행렬 곱셈을 빠르게 처리하는 명령어 세트를 넣었어요. 행렬 계산이 병목이 될 정도로 연산 자체가 복잡한데, 이걸 빨리 풀 수 있는 공식 같은 걸 넣었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처리 속도가 10배 빨라졌다고 해요.
이 칩이 재미있는 건 몇 가지 부분에서 인텔이 떠오른다는 점입니다. 한창때 인텔이 기술력을 뽐내던 게 바로 이 반도체 미세공정으로 트랜지스터 엄청 많이 넣고 성능을 올리던 것이었는데, 애플이 이걸 지금 5nm대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행렬 곱셈 처리 역시 인텔이 수학, 통계 연산에서 강점을 보이는 게 이런 연산 명령어 세트를 많이 넣어놓았기 때문인데, 애플이 이걸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 아이패드 에어는 아이러니하게도 아이패드 프로보다 더 싸면서도 더 빠를 겁니다. 물론 아이패드 프로도 새로 나오겠지만요. 가격은 599달러부터 시작합니다.
#애플의 환경 걱정, “탄소 배출량 0로 줄인다”
자, 마지막은 환경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어요. 환경 이야기 뻔하다고 할 수 있지만 진짜 중요하고, 또 제가 여러번 이야기했지만 애플의 환경 고민은 진짜입니다.
환경 담당 부사장 리사 잭슨은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100% 줄이겠다고 비전을 발표했어요. 재활용, 재사용을 극대화하겠다는 거죠. 이번에도 알루미늄 소재들은 모두 재활용 소재를 썼고, 포장재도 재활용 섬유를 씁니다. 재활용이라고 하면 싼 거 아니냐 쓰레기로 만든 거 아니냐고 하는데, 알루미늄을 비롯해 애플이 주로 쓰는 소재들은 재활용한 게 대체로 더 비쌉니다. 그래도 쓰겠다는 거죠. 써야 한다는 거고요.
애플워치에는 어댑터도 빠집니다. 애초 아이폰을 비롯해서 올해 신제품에 어댑터 빠질 거라는 소문이 있었는데 그러지는 않을 것 같고, 애플워치 정도에만 빠질 것 같습니다. 애플워치는 사실 수십와트의 고속 충전 성능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PC나 아무 충전기를 써도 사용자 경험이 달라지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대신 안정적인 충전 성능이 필요한 기기에는 여전히 어댑터를 줍니다. 아이패드 에어에는 20W 충전기가 포함됩니다. 아이폰에도 아마 어댑터가 빠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서서히 어댑터를 줄일 것이라는 건 확실해 보입니다. 애플워치에서만 어댑터를 빼고 연간 5만대 차량이 뿜는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해요. 이건 우리가 같이 노력해야 더 많은 기기에서 어댑터를 뺄 수 있을 겁니다. 기기마다 따라오는 어댑터들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깜짝 놀랄 신제품은 아닌데, 애플은 예상 가능한 기술 안에서 납득할만한 제품, 그리고 고개를 끄덕일 서비스들을 내놓았습니다. 아마 요즘의 흐름이 그럴 겁니다. 애플 뿐 아니라 기기를 바라볼 때 혁신, 놀랄 것들 그런 기대보다는 조금 마음 편하게, 지금 필요한 요소들이 뭔지, 기능들이 뭔지 보시면 조금 더 즐겁게 볼 수 있을 겁니다.
최호섭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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